급진 노동운동 출신 김문수 물 발언으로 ‘물타기’ 성공
  • 편집국 ()
  • 승인 1996.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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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마당

급진 노동운동 출신 김문수
물 발언으로 ‘물타기’ 성공

 
과격한 사회주의 노동운동가로 흔히 박노해씨를 첫손에 꼽는다. 그 박씨를 키웠다고 당당하게 자부하리 만큼 과거 급진적인 노동운동가였던 신한국당 김문수 의원.

 그가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노동 문제에 대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리라는 점은 이미 예상된터다. 그런데 그는 정작 전공인 노동 분야를 제쳐두고 환경 문제에서 크게 한방 터뜨렸다. 국립환경연구원과의 합동 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의원이 9월13일 발표한, ‘정수기 물이 수돗물보다 오염도가 훨씬 심하다’는 주장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과격 이미지가 박힌 그에게 이번 ‘물 발언’은 온건 이미지를 심는 데 적잖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안기부법 개정 얘기가 나오면 그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9월12일 안기부 간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 신한국당사에서 열린 안기부법 개정 회의에서 김의원은 안기부의 수사력강화에는 동의하지만, 이미 개정된 법 조항을 다시 원상 회복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다. 과격한 노동운동가가 집원 여당의 온건파 국회의원으로 자리잡으려면 앞으로도 꽤나 가슴 앓이를 해야 할 것 같다.

 

“오해살라”조심조심
이회창의 부산 나들이

 정치권을 뒤흔든 허주의 ‘차기 정권 영남 배제론’이 진정 기미를 보일 즈음, 이번에는 이회창 고문이 부산 지역 나들이에 나섰다. 시민단체인 부산포럼(18일)과 부산대 산업대학원(19일) 초청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고문의 이번 강연은, 여러 면에서 청치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비록 오래 전에 약속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고문이 총선 이후 첫 지방 나들이를 PK세력의 발원지인 부산으로 잡은 점부터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부산 지역 정서가 허주의 영남 배제론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고, 반대로 이 고문은 허주발언 이후 원기를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강연에 미묘한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이런 정황 때문인지 이고문은 발언 수위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는데, 결국 강연 주제를 ‘한국 경제의 진로’에 관한 내용으로만 한정했다. 패거리 정치 청산론으로 구설에 휘말린 경험 탓인지, 아예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고문은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보는 태도는 곤란하나도 거듭 강조했다.

 

“자는 비서도 다시보자”
제발 저린 의원들 전전긍긍

 ‘자는 비서도 다시보자.‘ 요즘 정가에서 유행하는 우스갯소리이다. 신학국당에서 대권 도전의사까지 비치며 잘 나가고 있던 이명박 의원이 전비서인 김유찬씨의 ’반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며 나온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15대 총선 선거법 위반 공소 시효 마감일인 10월10일까지 국회의원들은 비서를 상전처럼 모셔야 할 판이다. 선거법이 강화된 상태에서 의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훤히 꿰뚫고 있는 비서들이 다른 마음을 품으면 금배지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날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이의원에게 못할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동업자’들의 위상을 높이는 데는 단단히 한몫을 했다.

 이의원 사건을 지켜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의원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선거때 자신을 도와준 참모진들과 갈등 관계에 빠져있는 몇몇 의원은 간이 콩알만해졌으리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지구당의 한 간부로부터은근히 협박을 받아온 여당의 ㄱ의원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이의원 사건이 터지자마자 황급하게 문제 인물을 찾아 무마했다는 후문이다. 이른바 유비무환인가.

 

“하필이면 교통위소속이냐”
호화외유 사건에 KAL조마조마

대한항공이 여야 부총무단 사이에 끼여 곤욕을 치르게 생겼다. 신한국당 박주천·김학원의원, 국민회의 국창근 의원, 자민현 이원범 의원등 여야 부총무단은 지난달 8일부터 10일간 유럽외유를 다녀왔다. 그런데 외유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서비스에 대한 논쟁이 격해지는 바람에 갈등을 빋어 검찰이 개입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귀국 길에 모스크바 공항에서 대한항공의 출발이 지연되자 의원들은 항의하는 쪽과 말리는 쪽으로 갈려 옥신각신하다 서로 감정을 크게 상한 채 귀국했다. 그런데 귀국한 뒤 이들 주변에서 서로를 헐 뜯는 얘기들이 돌아 검찰이 그중에서 호화쇼핑부분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검찰로부터 호화 쇼핑 대상자로 지목된 사람은 국민회의 국의원인데, 그는 건설 교통위 소속이다. 가뜩이나 국의원은 귀국한 뒤 ‘대한항공을 한번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가 되게 생겼으니 대한항공으로서는 국정감사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매를 잔뜩 벌어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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