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학문 우리에게 맡겨라“
  • 성기영 기자 ()
  • 승인 1996.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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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개 법인,효도대학등 ‘미니 대학’ 설립신청··· 특성화 못하면 교육의 질 추락

 
자동차 대학·디자인대학·효도대학·멀티 미디어대학··· .

‘상아탑’ 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기존 대학의 틀을RO는 실용 지식 위주의 소규모 특성화 대학들이 머지 않아 문을 열게 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대학설립준칙안’에 따라 설립 인가를 신청한 62개 법인을 9월4일 공개함에 따라 윤곽이 드러난 신설 예정 대학의 정원은 대체로 50~2백명 수준이다. 종교 단체가 설립 신청한 대학은 정원이 50명에 못 미치는 것도 많다.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는 지난해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에 따라 대학 설립이 인가제에서 준칙주의로 바뀜으로써 가능해졌다. 그동안의 대학 인사기준은 무척 까다로웠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정원은 1천2백50명 이상이고 교지를 제외한 소요 재정만도 1천2백2억원이 넘지 않으면 설립할 엄두를 내기가 힘들었다. 이러한 인가 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매년 교육부에 인가 신청을 낸 법인중 20~30%만이 대학 설립을 인가받아 왔다. 그러나 대학설립이 준칙주의로 바뀌면서 대학은 그야말로 백화제방 시기를 맞을 듯하다. 그동안 4년제 대학의 경우 25개 이상으로 제한되어 있던 설치 학과 수 제한이 풀림에 따라 한두 학과만을 가진 ‘미니 대학’과 학부 없는 대학원(단설 대학원)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이번에 18개 학교 법인이 설립을 신청한 단설 대학원을 보면, 종교 관련 법인이 신청한 것이 11개로 가장 많지만, 지적재산권 대학원·효도윤리 대학원·산업디자인 대학원 등 특정 분야에만 초점을 맞춘것도 상당수이다.

 이들 대학원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국제산업디자인 대학원이다. 통상산업부 산하 디자인포장개발원이 영국·스위스·캐나다의 중견 디자이너들을 교수로 초빙해 2년 6학기제로 문을 연이 대학원은 지난 9월3일 국내 최초의 단설 대학원으로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현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대학 산업디자인과뿐만 아니라 공대·dmlei에서 전공을 마친 졸업생들이 전문 디자이너가 되고자 실기 위주 수업을 받는 만큼 ‘놀 시간을 주지 않는’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대학이 실속 있다?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한다. 초대 학장이 취임한 유호민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장은, 설문조사 결과 전체 학생의 3분의 1정도가 3년안에 졸업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산업디자인 대학원은 수준 높은 교육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대학원은 국내 산업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디자인 분야가 낙후한 것을 절감한 통상산업부 등 정부 관계 부처가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갖고 지원해 주었기 때문에 설립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지 못한 다른 대학원은 교육부가 인가하더라도 운영에 어려움을 격으리라 예상하는 교육 전문가가 적지 않다.

 우선은 교수 확보와 학교 자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리라는전망이다. 교육부가 학교 부지나 건물들에서 인가 조건을 낮추는 대신 교수 확보와 수익용 재산등에서 기준을 상당히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설립도리 대학이 규모는 작아도 ‘실속’이 있어야 한다는 관계 당국의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 된다.

 교육부는 이 준칙안에서 교원 1인당 학생수를 자연과학 계열의 경우 1대 36.1명에서 1대 20명,공학 계열의 경우 1대 41.9명에서 1대 20명으로까지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대학원의 경우도 단설 대학원은 학부에 비해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학부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교원 확보율을 높이도록 했다. 대학설립준칙안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상향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학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보완 장치에도 불구하고 대학간 경쟁과 대학의 다양화·특성화를 특징으로 하는 이번 준칙안이 소기의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대학 난립만 조장하히하는 비판도 없지 않다. 교수 확보율등은 높여 놓았지만, 재정 여건이 취약한 일부 대학들이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하다 보면 교육의 질을 확보하지 못한 군소 대학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리라는 것이다.

기존 대학과 치열한 ‘생존 경쟁’ 벌일 듯

 게다가 이번에 교육부가 공개한 학교법인 신청자 중 종교 법인이 가장 많은 점을 들어 일부 교육전문가들은 교육부의 의도와 달리 이번 조처가 신학대학원 양성화만 도와준 것이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부측의 입장은 다르다. 이번 준칙안마련에 직접 참여했던 정재영 교수(성균관대·경영학)는 이런 현상이 과도기적인 것일 뿐이라며, 1주일만에 대학 설립 신청 서류가 2백60장이나 나간 사실을 들어, 다음 학기 중에 다양한 분야의 특성화 대학 설립신청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폈다. 정교수는 대학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난립이라기보다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도태하는 진정한 경쟁이 시작되는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학 신설 신청을 한 법인 중 심사를 거쳐 오는 11월 말 심사 결과를 최종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얼마나 설립 인가를 받을지는 알수 없지만 4년제 대학 숫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은 틀림없다. 대학 종합평가인정제로 기존 대학간 치열한 경쟁을 경험한 한국 대학들이 소규모 특성화 대학 설립을 계기로 또 한번 힘겨운 경쟁을 치러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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