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벼른 인순이의 대모험
  • 성우제 기자 ()
  • 승인 1996.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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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7~28일 대형콘서트···폭발적 가창력으로 2만관객 모을계획

 
인순이의 대모험 . 9월27~28일 오후 7시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가수 인순이씨(39)가 대형 콘서트장에 관객 2만명을 채우겠다는 야심은 거의 도박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는 열광하는 10대 팬을 몰고 다니는 신세대 남자 가수도 아니고,조용필이나 서태지처럼 한시대를 대표하는 가수도 아니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 크게 히트시킨 곡도 없고, 음반 시장에서는 힘을 거의 못쓰는 중견인 데다 여자 가수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만하다. 93년부터 대중음악의 틈새 시장을 파고든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무기는 라이브 공연에서 빛을 발하는 노래실력, 즉 폭발적인 가창력이다. 볼거리를 앞세우는 젊은가수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는 가수의 기본 자질인 가창력을 내세웠는데, 그것이 대중음악으로부터 소외되어 온 성인 대중의 욕구와 잘 맞아 떨어졌다.

 우리나이로 마흔,가수로서는 ‘노인’이다. 그러나 인순이씨는 지금을 제2의 전성기라 부른다. 그에게는 지금의 인기가 한층 값지다. 78년 희자매로 대뷔할 당시의 인기는 신선한 신인 가수 같았으면 잊힐 나이에 안팎의 모근 장애물을 돌파하면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순이씨를 다시 스타로 만든 무대는 KBS의 <열린음악회>,그러나 열린음악회가 우연한 창구는 아니었다. 대중의 이목을 어떨게 다시 모을것인가를 고심하던 그 때는 정말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고 그는 말했다. 연예인처럼 사람들에게 그 자리에서 금방 평가 받아야 하는 직업 말고는 혼혈인으로서 다른직업은 꿈도 꿀수 없었다. 밥벌이 때문이기도 했지만,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밤무대에 섰다. 가수로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를 불러주지 않는 텔레비전 음악프로그램을 빠짐 없이 지켜보면서 ‘내가 나가면 이렇게 해야겠다“며 준비에 준비를 거듭했다.

“깨질 때 깨지더라도 일단 해볼 생각”

 기회가 왔다. <열린음악회>가 그를 부른 것이다. 그는 절치부심하며 닦아온 모든 재능을 대형 라이브 무대에서 펼쳐 보였다 어떤 장르의 노래든 시원스럽게 소화하는 실력으로 관객을 압도 했다. 그는 여자 가수들 중에서 단연 뛰어났다. “좌절의 시기를 부활의 기간으로 활용했다. 그 10년 동안은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찬 시간이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대형 무대에 서서 벅찬 감동을 맛보았다. 특히 지난해 연세대에서 열린 <열린음악회>는 그의 깊은 상처를 후련하게 씻어 주었다. 그가 연세대에 다니는 시동생을 찾아 무대위에서 “도련님 어디계세요?”라고 묻자 , 여기저기서 형수님 “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그 많은 학생들의 형수님이 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고 그는 말했다. 피부색깔이 달라 어릴적 학교 수업시간에 ‘백의민족“ ”단일민족“이라는 말만 나오면 움찔하곤 했던 그에게 ”혼혈인은 어쩔수 없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위해 그동안 갖은 애를 다써온 그에게 ” 형수님 ” 이라는 환호는 감격적인 것이었다. 그순간 그는 ’태생 콤플렉스“를 극복했다.가수로인정 받는 것 못지 않게 가슴 벅찼다. ”국민가수“라는 평가는 그에게 그토록 소중한 것이었다.

 “ 타고난 끼” 때문이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 가족을 부양하기위해 가수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지금 또 다른 부담을 떠안았다. 스스로 “정신적 장애인”이라 부르는 혼혈인들의 희망이 되어야 하고, 후배 가수들에세도 용기를 주어야 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가수 생명을 유지시켜준 밤무대에 그는 지금도 계속 선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자기를 키워준 밤무대를 떠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장애인과 불우 이웃을 위해 자선 공연을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어느것 하나 냉정하게 거절할수 없다. 요청자들은 인순이씨를 장애를 극복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겁 없던 신인 때와 달리 그는 관객이 무서워 무대 뒤에서는 종종걸음을 친다. 환호가 부족하다 싶으면 무대 위에서는 식은 땀을 흘린다. 그러나 대형 콘서트를 준비하는 그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물론 모험이다. 최근 발표한 댄스음악도 배꼽티 입는 것도 다 모험이다 무섭다고 피하면 평생 못한다 깨질 때 깨지더라도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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