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의 맛’ 못 우려낸 재탕
  • 이세룡 (영화평론가) ()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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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홀로 집에2

 
감독 : 크리스 콜럼버스

주연 : 매콜리 컬킨, 조 페시, 다니엘 스턴

약을 달일 때, 특히 재탕을 할 때에는 처음 달인 약 2개 분량을 함께 넣고 달여야 한다.  그래야 처음 때와 같은 효과를 낸다.  이 원리는 영화에서 속편을 만들 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야 전편과 비슷한 충격이나 재미, 감동을 맛볼 수 있다.

  <나홀로 집에>의 재탕인 <나홀로 집에 2>가 전편만 못한 것은 속편 제작의 공식을 따랐지만 그 원리는 깜박 잊었기 때문이다.

  제목은 <나홀로 집에 2>이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꼬마는 집구석에 있지 않다. 혼잡한 공항에서 가족을 놓쳐버린 케빈이 미로와 같은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그만 미아가 되어 헤맬 무렵, 전편에서 케빈에게 녹다운당해 체포됐던 바보도둑 조 페시와 다니엘 스턴이 탈옥하여 ‘일거리’를 찾아 어슬렁거린다.

  <나홀로 집에 2>는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만 다를 뿐 전편과 비슷한 내용으로, 곡조는 같은데 가사만 조금 바꾼 노래와도 같다.  그런데도 <나홀로 집에 2>는 흥행 면에서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콜럼버스>를 침몰시키고 <보디가드>를 때려눕혔다.  이런 성과는 예상대로이지만, 전편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 것도 예상한대로여서 아쉽다.

  이 속편에는 긴장이 전혀 없다.  전편에는 그야말로 ‘나홀로 집에’ 갇힌 꼬마가 외부에서 침입하는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용기를 발휘하고 꾀를 짜내는 과정에 스릴이 있었지만 속편은 그렇지 않다.  케빈이란 꼬마녀석은 도망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뉴욕 시내를 배회하면서, 아니 악당들을 쫓아다니면서 골탕을 먹이는데 아이디어는 맥가이버를 뺨치고 정의감은 더티 하리 형사와 맞먹으며 용감무쌍함은 람보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노리는 점도 분명해진다.  <나홀로 집에 2>는 작품이 아니라 ‘영화 산업용’ 제품인 것이다.  흥행의 성공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억지, 어떤 무리수도 문제가 안된다.   벌면 그만이니까.

  꼬마 매키는 1년이 지났으므로 전편보다 귀여운 맛이 덜하다.  따라서 꼬마의 신변에 관하여 걱정이 앞서지 않는다.  인형의 그림자를 이용하여 사람이 있는 듯 위장하고 비디오의 ‘오디오’를 이용하여 총소리를 내는 것까지 전편과 같지만 흥미가 반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속편에서 가장 그럴 듯한 장면은 악당들이 등장하는 신, 공원에서 새를 부르는 여인과 꼬마의 만남인데,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조각들과 결합시켜 시간때우기용으로 무난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케빈이 악당을 퇴치하기 위해 벽돌을 던지는 장면은 설익은 아이디어가 화면에 나타난 대표적인 보기라 하겠다.

  한마디만 덧붙이자.  돈도 좋지만 케빈군, 제발 3편은 찍지 말게.  돈에 눈이 어두운 제작자들은 아마 자네를 포르노 스타로 만들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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