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 구상이 큰 정부로?
  • 김방희 기자 ()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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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경제행정조직 개편에 관료집단 반발 … 후퇴 조짐


 

  제주는 상을 차리지도 않았는데, 관객이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金泳三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행정조직의 개편을 들고 나오자, 각 경제부처는 자신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고심중이다.  김영삼 당선자 측근과 각 경제부처의 구상이 얽히고설켜 경제행정조직 개편에 관한 논의는 혼미해졌다.

  현재 김영삼 당선자의 경제 두뇌들은 공식적으로 개편에 대한 대원칙만 정해놓은 상태다.  김영삼 당선자의 측근으로 정부조직 개편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朴在潤 경제특보, 徐相穆 민자당 제2정책조정실장, 그리고 李奎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등은 한결같이 “경제행정조직 개편에 대해 새로울 것도 없는 지침만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행정조직을 계획?통제 기능 위주에서 정보제공?봉사기능 중심으로 바꾸고,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직의 위상을 격상하겠다는 것이 공식화된 지침이다(《시사저널》166호 14~15쪽 참조).

  특정 부서를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꿀 것인가 하는 각론에 들어가면 김영삼 당선자의 경제 두뇌 간에도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 가운데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서인 보사부 노동부 교통부 환경처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다.

  최근에는 농림수산부를 농어촌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부서로, 체신부는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까지 책임지는 부서로 확대하겠다는 복안이 거론된다.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가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쏟는 해양부 신설에 대해서도 이견이 거의 없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계획?통제 기능을 주로담당해온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특히 ‘기획’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름 때문에 여러 선진국으로부터 오해를 샀던 경제기획원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가 논의의 핵심이다.

  애당초 민자당 쪽의 개편구상은 경제기획원의 핵심 기능 가운데 하나인 기획기능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 성장전략의 기본축인 경제사회개발5개년계획 기간에 대통령이 바뀌어, 계획과 집행에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자문회의 같은 대통력 직속 자문기구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민자당 쪽의 입장이다.

  경제기획원의 고유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재무부는 예산편성권을 물려받아야만 세입?세출 관리와 일관성 있는 예산집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민자당 쪽은 경제기획원의 예산기능과 재무부의 재정?조세 기능을 합칠 경우, 그 기구의 이름이 무엇이든 금융권(금용통화정책 수단)만큼은 현행 금융통화위원회나 중앙은행에 반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무부는 예산기능은 가져오되 금융권은 내놓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다.  김영삼 당선자 측근들은 현재 경제기획원이 담당하는 기능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독립시키고, 물가관리기능은 해당 부처에 이관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경제기획원은 공중분해되는 운명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통폐합’에서 ‘기능전환’으로

  경제기획원은 개발연대의 경제행정 구조를 어느 정도 바꿔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경제기획원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인 조정기능이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제기획원의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집단을 가진 재무부와 상공부 같은 부처의 이해관계를 누가 조정 할 수 있겠느냐” 하고 반문한다.  김영삼 당선자 측근들은 청와대가 직접 부처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방안, 이미 있는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혼선을 빚는 대외통상 업무를 일원화하기 위해 가칭 대외통상부의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상공부 내에서는 회의론이 우세한 편이다.  미국의 무역대표부를 본뜬 대외통상부는 방어적인 대외통상을 하는 한국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자당 쪽은 “지금 체제로 국제통상 업무를 진행하자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손을 놓자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대외통상부는 상공부를 중심으로 경제기획원의 대외통상 업무를 추가해 구성될 전망이다.

  김영삼 당선자 측근들은 각 산업별로 정책을 수립하고, 지도하는 상공부의 고유기능을 기술지원 위주의 간접기능으로 바꾸려 한다.  이 경우 현행 상공부와 과학기술처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언제 바꾸느냐도 큰 고민거리다.  과거 대통령 당선자가 외친 정부조직 개편구상은 대개 대통령에 취임한 다음에는 흐지부지 됐다.  그렇다면 취임 전에 개편해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측근들 사이에서도 애당초 구상했던 ‘과격한’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경제행정조직 개편구상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공룡’에 비유되는 관료집단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에 달려 있는 듯하다.  벌써 각 경제부처는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때문에 김영삼 당선자 측근들의 목소리는 조금씩 힘이 빠져가는 느낌이다.  대통령선거 기간에 ‘경제행정조직의 통폐합?축소’라는 표현을 거리낌없이 쓴 이들은 통폐합?축소라는 표현 대신에 ‘기능전환’이라는 용어를 쓴다.  경제행정조직 개편구상이 공무원의 수를 줄이려는 뜻으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한 측근은 “공무원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므로 공무원들이 불안해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관료기구의 이기주의와 부닥칠 때, 경제행정조직 개편방안은 ‘큰 정부’를 만들어 낼 가능성마저 있다.

경제부처 반응

경제기획원

 - 조정기능 폐지 반대, 금융기능 독립 찬성

재무부

 - 예산기능 흡수 찬성, 금융기능 독립 반대

상공부

 - 대외통상 기능 일원화 찬성, 상공부 외 조직 신설 반대

경제행정조직 개편구상

중장기 경제정책 계획?자문 기능 분리

 - 경제자문회의 신설

예산기능과 재정?조세 기능 합병

 - 경제기획원?재무부 통폐합

대외통상 기능 일원화

 - 대외통상부 신설

산업정책은 기술지원 위주로 변경

 - 상공부?과기처 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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