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면 ‘본분’ 잊은 편파 언론
  • 정희상 기자 ()
  • 승인 1992.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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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정당 편중’ ‘눈치보기’등 … ‘후보자질’ ‘정책’ 객관정보 제공 힘써야

 선거때마다 나오는 불공정·편파보도 문제가 이번에도 제기되고 있다. 특정 정당 및 후보에 대한 호의적 보도 또는 비방, 정당별 보도량의 불균형, 각종 정부시책 홍보 내용, 카메라의 기술적 왜곡 등이 편파보도 사례로 지적된다.

 물론 이러한 선거보도상의 시비거리들에 대한 각 언론사 기자들의 자정움직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 3월11일 서울신문사 편집국 기자 1백10명은 서건일편집국장의 토진을 주장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기자들은 서국장에 대한 퇴진요구의 근거로 “특정정파에 대한 무조건적 찬사와 야당에 대한 무차별적 폄하로 서국장이 서울신문을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추구하는 도구로 전략시켰다”는 점을 들었다.

 “평소부터 정부 홍보지 노릇을 지나치게 요구해온 데 대해” 불만이 쌓인 데다 선거철을 맞아 보도의 시각에 의견을 달리하는 기자들에게 ‘거칠게 대응’해온 서국장의 행동이 제작거부사태에 불을 붙인 격이 되었다.

 그러나 신문의 공정성 추구를 명분으로 한 기자들의 제작거부는 오래 가지 못했다. 서울신문 사장과 이사진이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으나 선거시기이니 단체행동은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보이자 기자들은 사흘만에 제작에 복귀했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TV 주말 연속극 ‘사랑이 뭐길래’와 관련해서 MBC 기자와 PD들이 벌인 ‘편파시비 해소’ 노력도 결실이 없었다고 MBC 노조측은 말하고 있다.
 MBC 노조측은 이 드라마에 나오는 대발이 아버지 역의 이순재씨 대사가 갈수록 선거유세를 방불케 한다고 판단, 작가 김수현씨에게 균형을 찾아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한다. 이순재씨는 서울 중랑갑구에 민자당 후보로 출마했으므로 “선거기간만이라도 외국출장 등으로 처리해줄 수 없겠느냐” 하는 것이 노조측의 요청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작가 김수현씨는 창작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하며 만일 이 문제를 계속 요구한다면 <사랑이 뭐길래> 집필을 중단하겠다고 맞서 아무런 시정효과도 나오지 못했다고 노조측은 주장했다.

문화일보에 “黨報 노릇” 비판도
 이와는 달리 외압에 의해, 또는 눈치보기 식으로 선거관련 언론보도의 공정성이 침해되는 사례도 많다. 지난 2월17일 민자당 거창지구당 공천자 이강두씨의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에게 현금 돌리는 장면을 카메라로 잡은 신문은 국민일보였다. 이 사진으로 인해 이강두씨는 공천박탈과 함께 구속됐으나 특종을 한 국민일보는 ‘독자가 어느곳에서 일어난 일인지 알아볼 수 없게’ 사진설명을 붙였다는 주장이다. 그밖에 ≪월간조선≫ 3월호의 노대통령 정치자금 기사 중 일부가 당국의 ‘요청’으로 빠진 것은 외압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얘기된다. 이 기사가 인쇄되던 도중 당국이 삭제를 요구, 약 1쪽 정도의 분량이 빠졌으며 ≪월간조선≫측은 이미 인쇄된 그 부분을 폐기처분해야 했다.

 그밖에도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채 특정정당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경우도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편파보도의 한 가지이다. 현대그룹이 소유한 문화일보는 당초 발행취지였던 ‘문화창달’과는 달리 선거를 앞두고 연일 국민당과 정주영 대표의 행적만 부각시켜 “문화일보는 국민당보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사고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언론의 선거보도상의 문제는 바로 많은 언론이 이번 총선을 과거 1노3김에1정이 더해진 대권전초전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정치불신의 벽을 언론보도 내용이 조장한다는 재야 일각의 비판마저 일고 있다.

 민언협, 한국사회언론연구회, KNCC언론분과위 등이 연합해 발족시킨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공동대표 김상근 등 5명)는 언론의 선거보도를 감시하는 활동의 하나로 지난달 21일부터 지금까지 매주 두차례씩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주된 내용은 신문과 방송의 선거관련 보도 내용이 그동안 지나치게 집권당에 편파적이었고, 국민들의 바른 참여를 유도하는 정보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어 전개되고 있는 정당연설회 관련 기사에 대해서는 ‘무표정 청중석’‘주최측 당황’‘청중반응 냉담’등을 제목으로 크게 부각시켜 투표참여율 저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 눈길을 끈다.

 이번 선거와 관련, 투표참가율을 높이는 것과 공명선거를 이루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언론은 유권자의 냉담한 반응을 유발하고 지역연고 주의를 따라가는 그간의 보도태도에서 벗어나 후보자의 자질 및 정책에 대한 객관적 정보제공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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