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신은 남북 통일 ‘교과서’
  • 박재권 기자 ()
  • 승인 1996.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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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통일-단일 국가 형성 과정><유럽 통합의 이상과 현실>/유럽연합 생성 과정 밝혀

 
“한국 경제인들은 유로(EURO)의 출현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최근한 모임에 참석한 투에 로스테드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이렇게 충고했다. 99년 1월이면 유럽연합이 단일 통화인 유로를 중심으로 결합해 세계 최대 경제 블록으로 떠오를 텐데, 한국에서는 그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지 못한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현재 유럽연합의 인구는 3억7천만명으로 미국보다 40% 많고, 국내 총생산은 7조3천8백30만달러로 일본보다 64% 많다. 세계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나 된다. 현재 회원국은 15개국이지만, 금세기 말에 가면 22개국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의 이익 위해 자국의 이익 양보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유럽연합에 대한 연구가 대단히 부족하다. 단편적인 논문 발표는 적지 않았지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서는 별로 없었다. 고려대 · 경희대 등 일부 대학 연구소들이 의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초보 단계를 못 벗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유럽 통합에 대한 본격 연구서 두 권이 동시에 출간되어 관심을 모은다. 하나는 서병철 교수(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가 쓴 <유럽 통일 - 단일 국가 형성 과정>(평민사)이고, 다른 하나는 이종광 교수(계명대)가 쓴 <유럽 통합의 이상과 현실>(일신사)이다.

 저자들은 이미 유럽 통합의 ‘기차’가 출발했다고 말한다. 여기에 승차하지않으면 낙오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불만에 가득찬 영국도 동승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분석한다. 통합 작업이 다소 난항을 겪기는 하겠지만, 금세기 말에 느슨한 형태의 연방 국가로 통합을 완성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저자들은, 통합 과정에서 많은 국가가 장기적인 공동 이익을 위해 자국의 이익을 양보한 타협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지금까지의 국제 정치 현실에서 유럽 통합은 하나의 경일라고까지 격찬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유럽 통합은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남북한에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두 책은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다. 이종광 교수의 <유럽 통합의 …>는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유럽 통합의 골격이 형성되어 온 모습을 사실 위주로 상세히 기술했다. 반면 서병철 교수의 <유럽 통일…>은서유럽 통합 과정과 함께, 중 · 동유럽 시장 개혁의 문제점과 유럽의 안보, 한반도에 미치는 유럽 통합의 영향 등에 대한 분석을 곁들였다. 두 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럽 총합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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