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JP 수족 잘린 YS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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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鍾泌 민자당 최고위원은 두 번 자리를 떴다. 3월25일 새벽, 민자당사 선거 상활실에 나와 감영삼 대표최고위원, 박태준 최고위원과 나란히 앉아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그는 자파 공화계 후보들이 속속 타당 후보들에게 밀리자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먼저 자리를 떴다.

 공화계의 몰락은 공천 고정에서부터 민자당 내에서 조심스럽게 예상되었던 것이다. 공화계는 아성인 대전에서도 1석만을 지켰을 뿐이다. 윤성한 김홍만 박충순 이인구 후보등 공화계 4명이 모두 민주당과 무소속에게 자리르 내주고 말았다. 충북에서는 9개 중 3개를, 충남에서는 14개 중 7개를 빼앗겼다. 경기도에서는 공화계 중진인 4선의 이대엽 의원마저 예상을 뒤엎고 원외로 밀려났다. 전국적으로 보면 공화게는 29명을 출마시켜 11명만이 당선함으로써 겨우 34%의 당선율을 보였다. 공화계 이장에서는 참패인 셈이다.

 공화계의 참패가 곧 김최고위원의 몰락으로 직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총선 유세에서 기세등등하게 ‘역할론’을 들고나왔던 김최고위원이 예전처럼 노골적으로 목청을 드높일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또한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민자당 내에서 내각제 지론자인 그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자파 핵심 인사들이 잘려나간 것은 김영삼 대표도 마찬가지다. 우선 한때 ‘좌병태 우병태’로 통하던 황병태 의원이 국민당 김동길 최고위원에게 패배했고, 비서실장을 지낸 김우석 의원을 비롯해 김동규 박용만 신영국 조만후 의원 등 ‘김영삼 직계’로 분류되는 현역의원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 54명을 출마시켰던 민주계의 김대표는 40%인 22명만을 건졌다. 민자당의 차기 대통령후보를 겨냥하는 김대표로서는 부산에서 확고한 지지세를 확인하긴 했지만 그야말로 수족이 잘려나간 셈이다. 민자당 전당대회에서 경선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할 경우 김대표는 민주계의 약화된 세를 이끌고 경선에 임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더구나 김대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영삼 대세론’에 동조하던 민정계의 남재희 의원 등 일부 친민주계 세력마저 잃게 되었다.

 민자당 중추세력인 TK도 이번 총선에서 큰 흠집을 입었다. 대구와 경북의 총 32개 선거구에서 22개만을 지켜냄으로써 단지 68.7%의 방어율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물론 무소속 당선자는 제외한 비율이다. 14대 국회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TK 인사중 노태우 대통령 직계로 분류된 사람은 이치호 이진우 김중권씨 등 3명이며, 김윤환계는 황병우 김근수 정동윤씨 등 3명에 달해 김윤환 사무총장은 공천에서 자파 세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타격을 입었다.

 TK가 본거지인 대구 · 경북에서 국민당과 무소속이라는 복병을 만나 기습을 당한 것은 향후 민자당내 권력구조 재편 과정에서 TK의 세력판도에 변화가 오리라는 것을 예고한다. 게다가 한때 TK의 대부로서 이를 관리했던 정호용 의원의 원내 진출과 노대통령의 친인척인 김복동 박철언 금진호씨 등 ‘신TK 삼총사’의 전면 부상은 TK 내부의 교통정리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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