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있어야 경제 회복”
  • 모스크바 · 김창진 통신원 ()
  • 승인 199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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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독재론’주창 / 안드로니크 미그라니얀

현재 러시아 사회는 극도의 통제체제로부터 자유주의 체제로의 이행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개발독재론’에 귀하는 적극 찬성하고 있다고 들었다.
러시아는 현재 전체주의체제로부터 민주주의체제로의 이행과정에 있다. 그러나 당신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 과정은 극히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의 수립을 위한 제반조건이 구비되지 못하고 그 주체세력 또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는 이해력과 능력이 갖추어져 있는지 의심스럽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로도 과거의 전체주의 체제로부터 새로운 민주주의체제로이 이행이 단번에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은 공산주의체제가 해체되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민주주의가 제도화되지도 못한 상태이다. 우리는 이것을 ‘탈공산주의적 권위주의체제’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 러시아가 경제회복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정치적 권위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귀하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현재 러시아에서는 그러한 조건이 어느 정도 구비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사적 소유의 보장, 각계층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의 마련, 실질적인 시민사회의 성숙 등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러시아는 현재 새로운 가치질서 수립을 위한 민주화 과정에 놓여있다. 바꿔 말하면 실질적인 민주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정치적 조건이 대단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현재 다양한 이해를 지닌 정치그룹이 공통의 이해를 향해 타협의 토대를 마련해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옐친의 권위주의적 통치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높아가고 있는데,
옐친의 개인적 스타일이 권위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그가 이끄는 정부가 권위주의체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나의 권위주의체제는 단지 지도자의 퍼스낼리티뿐만 아니라 보다 기본적으로는 권위주의적 정책결정이 현실에서 실제로 집행될 수 있는 제도가 구비되고 그것을 위한 권력의 동원능력이 갖추어질 때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옐친 정부는 그렇지 못하다. 예컨대 지난해 치첸-잉구쉬 자치지역에 대한 옐친의 비상사태 선포시도를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가 거부한 사실은 아직 현정권이 권위주의체제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제적 회복은 어렵다.

향후 좌파세력의 존재와 사회주의(체제)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최근 사회주의적 원칙을 고수하면서 개혁을 추진하라고 주장하는 새로운 좌익 그룹들이 다양하게 결성되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실천능력 면에서 그들의 역량이 의심스럽기는 하다. 내가 보기에는 이 나라에서 멀지 않아 국가사회주의가 성립될 것으로 본다. 강력한 국가, 민족주의적인 수사의 남용, 경제개혁 실패에 대한 희생양 제거 등을 통하여 그것은 이루어질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나치나 무솔리니 정권에서 그 사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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