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람들의 미국문화 경멸하기
  • 파리 · 진철수 유럽지국장 ()
  • 승인 199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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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들의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태도는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예를 들어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햄버거 식당 맥도널드에는 이 체인의 상징인 노랑색 무지개가 안붙어 있다. 맥도널드의 야한 로고 대신 점잖은 거리의 분위기에 맞도록 회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록키> <람보> 등으로 유명한 미국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텔론에게 프랑스 정부가 상금 훈장을 준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높이 평가받을 만한 문화적 공헌이 없는데 대중적 인기가 있다 하여 훈장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프랑스 지식인들의 비판이었다.

 미국 문화라면 상을 찌푸리기 잘하는 프랑스 국민의 기질 때문에 4월12일 파리 근처에서 개장되는 유러 디즈니랜드에 과연 프랑스 사람들이 얼마나 모여들 것인지는 주목거리이다. 미국 어린이들에게 대인기인 디즈니랜드가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83년 일본 도쿄에 이어 두번째다. 파리에서 동쪽으로 약 30㎞ 떨러진 교외인 마른 느라발레에 위치한 이 관광시설에는 앞으로 1년 동안에 1천1백만명의 손님이 찾아들 것이라고 회사측에서는 장담하고 있다.

 관광의 메카인 프랑스에는 1년에 5천만명 이상의 외국 관광객이 찾아든다. 그 중 10분의 1만 찾아줘도 5백만명이 된다. 디즈니랜드가 파리 근교에 생김으로써 외국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망을 회사측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하고 있다.

유러 디즈니랜드 개장에 낙관 · 비관 양론
 그러나 프랑스 국민의 태도에 대해서는 분명히 낙관과 비관 양론이 있다. 낙관하는 쪽인 회사측에서는 첫째로 유러 디즈니랜드는 미국 회사가 아니라 유럽 회사들이 미국 회사들과 합작해서 만든 것임을 강조한다. 코카콜라 코닥 등은 미국 회사이지만 필립스 프랑스텔레콤 네슬레 르노 등 유럽회사들도 출자하고 있다. 또 피노키오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 디즈니랜드에 등장하는 동화의 주인공들은 원래 유럽에서 탄생했으며 월트 디즈니 덕으로 유명해져 돌아왔을 뿐이라고 회사측에서는 강조한다.

  그렇다고 미키 마우스는 어디 태생인가. 분명히 미국 태생이지만 1930년대에 프랑스에서 이미 ≪르 주르날 드 미케≫<‘미케’는 ‘미키’의 프랑스식 발음)라는 미키 마우스 어린이 잡지가 나왔을 정도였으므로 미키 마우스는 어린이 세계의 일보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상이 회사측의 선전내용이다.

 그럼에도 디즈니랜드가 ‘너무 미국적’이므로 가볼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첫째는 프랑스의 풍부한 문화재와 대중 위락시설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통적으로 미국을 ‘졸부’로 생각하며 미국 문화가 물질 만능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많다고 판단하여 기피하려는 생각 때문이다.

‘미키 마우스 제국’의 프랑스 진출 작전
 얼마 전에 프랑스의 한 시사주간지는 ‘미케 제국’의 프랑스 진출이 디즈니랜드에 한한 것이 아니라 ‘신데렐라’에 이어 ‘판타지아’라는 비디오 카세트가 발매되어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디즈니회사 제작 영화들이 프랑스의 6개 텔레비전 방송망 중 3개 방송망에서 방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뿐 아니라 디즈니 회사는 수입쿼터의 제약을 피하기 위해 95년에는 영화제작 스튜디오를 디즈니랜드의 일환으로 신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유러 디즈니랜드 회사측에서는 호텔 식당 등을 포함한 제반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이미 1만4천명의 직원이 채용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요즘 프랑스의 실업자 수가 늘어 3백만명 가깝게 된 마당에 이러한 고용 창출이 디즈니랜드에 대한 여론을 부드럽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이다. 앞으로 시설확장 계획이 추진됨에 따라 직원수는 몇해 사이에 2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문화에 대해서 프랑스가 천편일률적으로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일례를 들어 저명한 영화감독 우디 앨런 같은 경우에는 1시간짜리 주말 텔레비전 인터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초대되기까지 한다. 앨런씨왈, “샹젤리제 거리에 맥도널드는 가당치 않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약해짐에 때라 유럽 문화가 미국에 끼치는 영향이 앞으로 점차 늘어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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