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무원 인기 높아졌다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199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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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로 국회 위상 강화…시간 여유 있고 승진 · 수당 앞서

 국회 공무원의 어깨가 펴지고 있다. 입법부 공무원은 행정부 공무원에 비해 일반인에게 인식이 덜 돼 있을뿐더러 침체된 느낌마저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태의 흐름과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이들의 인기가 점차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최근 원서를 마감한 제 11회 입법고시 응시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0명모집에 총 3천5백18명이 응시, 3백5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전체 고시 역사상 67년 사법시험 4백61 대 1과 64년 사법시험 3백77대 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경쟁률이다. 2년 마다 치러지는 입법고시의 경쟁률은 제9회(88년) 때 52 대 1이었으나 제 10회(90년) 때는 3백21 대 1로 껑충 뛰었고 그후로 증가 추세이다.

 90년 들어 갑자기 경쟁률이 높아진 이유는 민주화 추세에 따른 국회의 위상강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필연적으로 ‘민의의 전당’이 활성화 될 수밖에 없고 국회의 위상은 그만큼 높아지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국회 법제 담당관신 임익상 사무관은 “6공화국 들어 국회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응시했고, 민의의 전당에서 봉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 국회 간부는 정치상황의 변화 외에 세태의 흐름에 따른 젊은이들의 의식구조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고급 인력이 예전과는 달리 힘든 일을 통한 자기 성취나 영향력 행사보다는 생활의 여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깨끗한 이미지에 신분보장이 확실한 국회 공무원이 각광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기획예산실의 김춘순 사무관은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고 자기를 개발하는 데 어느 직종보다도 유리하다. 만약 행정부와 자유 교류가 이뤄진다면 많은 행정부 공무원이 국회로 몰릴 것이다”라고 말하며 국회 근무에 만족감을 표시한다.

 그밖에 입법부 공무원은 몇가지 면에서 유리한 길이 있다. 우선 인사가 침체돼 있는 행정부와 비교, 승진이 평균 2~3년 정도 빠르다. 행정부에서 총리실이나 정무장관실 공무원의 승진 속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또 국회 공무원은 입법수당을 받으므로 봉급 수준이 일반 행정부처보다 약간 높다. 입법수당은 사무관의 경우 12만원정도이고 계급이 높을수록 올라간다. 지방 근무가 없고 서울에서만 근무한다는 점도 사람에 따라서는 큰 이점으로 꼽힌다.

 외국 유학 기회가 많다는 점도 국회 공무원을 고무시키는 요인이다. 5급(사무관)이상 공무원의 80% 정도가 석사 이상 학위소지자라는 사실은 공부하기에 좋은 여건임을 말해 준다. 많은 국회 공무원들이 대학 강의나 일반 모임의 강연으로 바쁘다.

 지방 자치제 실시와 더불어 국회 공무원의 활동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지방의회 직원들을 교육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국회 공무원은 앞으로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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