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체계 구멍 투성이
  • 김은남 기자 ()
  • 승인 1997.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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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관측소 한 곳뿐…전국 설치 서둘러야

'지진은 증가하고 있는가'. 지진을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질문이다. 그만큼 세계적인 관심사라는 얘기이다.

한반도에 한해 결론을 내리자면, 그럴 수도 아일 수도 있다. 우선 규모 3이하 지진이 늘고 잇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92년 기상청 관측소가 6개에서 12개로 늘어난 데 주된 원인이 있다고 전명순 박사(한국자원연구소·지진학)는 분석했다. 예전에는 감시되지 않던 약한 지진(미소지진)까지 관측망에 잡히게 된 결과라는 것이다. 92년 이후에도 규모 4 이상 지진이 일어나는 횟수에는 큰 변동이 없는 것이 그 반증이다.

그러나 지진 주기를 분석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김성균 교수(전남대·지질학)는 북동 중국·한반도·서남 일본의 지진 활동이 서로 연관돼어 있다고 전제 아래 피해가 컸던 지진 (규모 6.5 이상0을 대상으로 하여 통계적인 방법을 이용해 이들 지역의 지진 주기를 구했다. 그 결과 김교수는 44년·5백년·천 년 지진 주기가 가장 잘 들어맞는 모델임을 발견했다.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한반도가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이기호 교수(서울대·지질학)가 <삼국사기><고려사><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증보문헌비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 이들 문헌에 기록된 서기 2년~1905년의 지진은 총 1천8백97회이다(49쪽 그래프 참조). 그 중에는 '땅이 흔들리고 갈라져 죽은 사람이 많았다'는 기록이 종종 보이고 '바위가 무너져 두 사람이 깔려 죽고 관아의 문앞 길이 10여리 갈라졌다'라는 구체적인 묘사도 있다.(1643년 6월 진주·합천 지진).

주기설과 관련했을 때 관심을 끄는 것은 통일 신라시대(천 년 주기)와 15~18세기(5백년 주기)의 지진 활동이다. 충실한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통일 신라는 고려에 비해 지진을 많이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에 기록된 지진 가운데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경주 지진(779년) 또한 이 시기에 발생했다. <삼국사기>는 '집들이 무너지고 백여 명이 죽었다'라고 당시를  기록했다. 15~18세기는 이례적으로 지진이 활발했던 시기이다. 이름난 지진학자 리히터 교수가 <기초 지진학>(1958년)에 '지진 활동이 낮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높은 지진 활동의 대표적인 예'로 이를 언급했을 정도이다. 이에 따라 일부 학자 가운데에는 한반도가 다시 지진 활동 주기에 들어가로 있으므로 이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주기설이 지진이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닥칠지 예측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떤 지역에서 어떤 기간에 어느 정도 가속도를 지닌 지진이 발생할지 '확률적으로'예지(prediction)하는 것을 어느 정도 가능케 할 뿐이다. 물론 예보(forecastiong)를 해보려는 시도가 외국에서는 여러 차례 있었다.

75년 2월 4일 중국 하이청 지진 당시의 예보는 가장 성공적인 예로 꼽힌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6일 동안 이 지역에는 미소 지진이 5백 회나 발생했다. 우물에는 거품이 끓어오르고, 쥐가 쥐구멍에서 나와 취한 듯이 비틀거리며 돌아다녔다. 이 모든 것은 모택동 정부가 몇 년간 수집해온 지진의 전조 현상과 일치했다. 지진 당일 국가 지진국은 지역 주민에 대피령을 내렸고 그로부터 정확하게 5시간 뒤 대지진이 하이청을 덮쳤다. 건물의 90% 이상이 파괴된 대재앙이었음에도 희생자는 3백여 명에 그쳤다.

그러나 이듬해 7월 일어난 당산 지진 때 중국 정부는 예보에 실패하고 말았다. 하이청 지진 당시 관찰된 전조 현상이 당산 지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산 지진을 24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금세기 최대의 지진으로 기록되었다. 그 뒤 세계는 지진 발생 현황·활성 단층의 재래 주기·단기적인 지진 현상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해 중·장기 지진 예지 체계를 세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반도 땅덩어리 빠르게 동쪽으로 이동중"
이와 곤련해 최근 눈길을 끄는 것은 GPS(지구위치측정시스템)를 지진 예지 체계에 이용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판(板) 구조론, 즉 지구가 몇 개의 지가 판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지각 판들이 느리기는 하지만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지구 어디에서나 정확한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GPS를 이용하면 이같은 지가판의 움직임을 규칙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 지진은 지각판이 서로 부딪칠 때 주로 발생한다. 95년 고베 대지진을 겪은 뒤 일본은 GPS 관측망을 확충하는데 예산을 대폭 투자했다. 현재 일본 전역에는 관측망 6백40여개가 30㎞ 간격으로 촘촘히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GPS 관측소를 운영하는 곳은 표준 과학연구소 산하 천문대가 유일하다. 천문대 GPS팀장 박필호 박사는 세계 1백20여 나라가 가입한 국제GPS관측망(IGS)에서 15초 간격으로 보내오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의 정밀도는 천만분의 1(백㎞ 거리를 1㎝ 오차로 측정할 수 있는 정밀도)에 달한다.

이를 이용하면 한반도가 해마다 평균 2.3㎝씩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학설도 머지 않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박필호 박사는 덧붙였다. 최근 일본 국립천문대와 국토지리원은 이제까지 알려진 대로 한반도와 만주 지방·일본 열도가 유라시아판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르판  위에 놓여 있어 빠른게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고베 대지진도 이 때문에 일어났다는 새로운 학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국적인 관측망이 구성되지 않는 한 한반도 및 주변 지역의 지각 변동이나 단층을 활동을 정밀하게 규명하기란 어렵다. 과기처가 추진하고 있는'지진 재해 대응 기술 기획'에 따르면 2005년까지 전국에 GPS 관측망을 60여개 확충하게끔 되어 있지만, 예산은 아직 집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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