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보다는 철학 있는 뉴스를
  • 김승수(전북대 교수 ·신문방송학) ()
  • 승인 1997.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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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뉴스, 시청률 지상주의 벗어난 전문성 · 기획력 강화해야

저녁 8시나 9시대는 전국민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이다. 그런 만큼 뉴스와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게 중요한 뉴스 시간에 시청자들은 국내외적 중대한 변호와 발전 상황을 보고, 사회 제도와 권력의 부작용에 따른 문제점을 예리히게 파헤친 소식을 보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대개 빗나간다.

뉴스는 여전히 권력자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재미있는 소재를 찾아 보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뷔페 식당처럼 이것저것 많이 나열하기에 바쁘다. 손님을 더 많이 불러들이는 것이 거의 유일한 목표다. 이렇게 만든 뉴스가 시청률을 높이면 보도국은 만족감에 사로잡힌다. 그리하여 더 재미있고, 더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소재가 없는지 찾아 나설 수 밖에 없다.

과연 그런 뉴스를 보고 시청자들이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가벼운 뉴스가 많다. 청소년 폭력의 '원흉'으로 지목된 일본 만화 관련 보도가 대표적이다. 텔레비전의 보도대로 일본 만화 청소년 폭력을 유발하는 결정적인 요인일까. 학생을 학교로 몰아내는 입시 교육, 힘 있는 자만이 생존하는 비정한 사회 구조, 이런 것들이 청소년 폭력을 조장하는 진짜 요인이 아닐까.

뉴스 철학이 빈곤한 것도 문제이다. 세상이 정치 중심에서 벗어난지 오래인데도 한국방송만은 정치만능주의에 젖어 있고, 시청률 지상주의도 맹위를 떨친다. 뉴스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일부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우선 전문성 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한다. 인력과 조직의 전문성이 뉴스의 전문성을 제고한다. 방송사를 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이 부서에서 저 부서로 옮겨 다니고, 힘 있는 부서에 사람이 몰려 들고 그렇지 않은 부서는 썰렁하다. 그래서 무엇이나 나오겠는가. 둘째, 사회 경제력을 강화하는데 도움되지 않는 부서는 과감히 통폐합되고, 경제과학국과 같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 보도국은 정치부와 사회부를 통합한 정치 사회부, 국제문제와 남북 관계를 다루는 국제관계부, 복지부 등으로 구성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출입처 시스템 혁파도 보도 개혁의 성패를 좌우한다. 출입처를 정해놓고 취재원이 공급하는 정보로 뉴스를 만드는 방식으로는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뉴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경제 구조 개편과 과학 기술 발전에 따라 상당히 변하고 있다. 뉴스도 이런 변화의 물결을 반영하여 시청자에게 지혜의 샘이 되어야 한다. 또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하고, 사회 비리를 파헤치는 전통적인 언론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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