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중위에 ‘눈물’ 흘린 민자당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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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투표’ 부정시비 악재…공선협 비판에 국방부 “허위사실로 확인됐다”

 민자당이 패배했다. 3당 합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과 선거 막바지에 터진 잇단 악재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군 부재자투표 부정시비가 부동표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지난 3월23일 오후 공선협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李智文중위가 제기한 문제들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며,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공명선거 실현을 위한 양심운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중위의 폭로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적 중립에 역행하는 정신교육이 있었다고 한다. 이중위 대대에서는 투표에 앞서 지난 3월18일부터 20일 사이에 “군의통수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군은 대통령이 속해 있는 여당에 투표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신교육이 계급 · 중대별로 이뤄졌다고 한다. 심지어 대대장이 중대장에게 “여당 지지율이 80% 이상은 나와야 한다”고 교육한 것으로 폭로했다.

 둘째 투표행위가 공개됐다는 주장이다. 이중위는 “인접 중대의 경우 인사계(상사) 앞에서 공공연하게 공개투표를 했으며, ○○중대와 ××중대는 중대장이 사병들에게 ‘1번 찍어라’고 말하여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셋째 기무사에서 파견된 보안반장이 투표봉투의 발송책임을 맡았다고 한다. “서신검열기로 중대 · 대대별 표본조사를 해서 장교 고과평점에 반영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는 것이다.

 넷째 사병의 면회 외출 외박이 전면 금지됐다고 한다. 특히 21일에는 “면회 사병들에게 이번 선거에 관한 정신교육(입막음)을 시킬 것”이라는 사단의 지침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중위는 “만의 하나 내가 한 증언을 번복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나의 진의와 무관함을 밝혀둔다”고 덧붙여 자신의 증언이 사실임을 못박았다.

 학군단 장교 출신인 이지문 중위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으며 재학시절 이념서클에는 일절 가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중위의 폭로는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서 민주당 洪思德  후보의 사생활을 비난하는 흑색선전물을 뿌리던 안기부 직원 4명이 검찰에 구속된 사건과 함께 여당에게는 ‘눈물’을, 야당에게는 ‘웃음’을 안겨주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중위는 미리 대기하던 수방사 헌병대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위수지역 이탈’ 혐의로 곧장 연행됐다.

 한편 국방부는 24일 “자체조사 결과 이중위의 양심선언 내용은 본인이 확인하거나 관여한 것이 아니라 주변 이야기 중심으로 작성한 것이어서 허위사실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23일 기자들에게 이중위의 소속부대를 공개한 자리에서 정신교육을 통해 올바른 주권행사를 강조했다고 시인했으나 여당을 찍으라고 요구하지는 안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출 외박을 금지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장병들이 선거에 휩쓸리지 않도록 사단에서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金大中 공동대표는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군 부재자투표를 전면 재실시할 것과 △노대통령의 대국민 공개사과 △徐元秀 기무사령관의 구속 △崔世昌 국방장관과 金振永 참모총장의 책임을 촉구했다. 국민 · 신정 · 민주당도 각각 성명을 발표하고 군 부재자투표 재실시를 주장했다.

 야당의 즉각적인 반발이야 표를 의식한 정략적인 것이지만 공선협은 군 부재자투표 부정시비를 물고늘어질 태세다. 우선 공선협은 “군의 자체 조사만으로는 결코 진실이 드러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면서 “공선협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진상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개표결과가 드러나 25일 공선협 장신규 사무차장은 “이번 부재자투표 결과가 광역의회 선거 때와는 달리 여당에게 유리했다는 게 밝혀진 만큼 국민의 의혹을 씻는 차원에서라도 공선협은 진상을 규명해내고야 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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