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이야, 호남 사람이야?
  • 이숙이 기자 ()
  • 승인 1997.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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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김태정 검찰총장, 독특한 이력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호남 출신이냐 부산 출신이냐.’
8월7일, 신임 검찰총장으로 김태정 법무부 차관이 발탁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정가에서는 즉각 그의 ‘출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터져나왔다. 청와대 보고 자료에 그가 ‘부산출신’이러고 적혀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여권은 한사코 김총장을 PK 인맥에 포함하려고 하는 반면, 검찰 내부에서는 그를 호남 인맥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언론은 고심 끝에 부모의 고향을 따르는 사회적 관행과 김총장이 그동안 검찰 내부에서 호남 인맥의 대부로 불린 점을 중시해 그를 ‘호남 인사’로 분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날 보도된 신문 기사는 김총장을 확실하게 ‘호남 출신’으로 못박지 못했다. 그에게 ‘호남 연고 수장’ ‘부산 태생, 광주 성장 총장’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여전히 그가 부산 태생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김총장의 출신지를 놓고 이렇듯 말이 많은 것은 그의 미묘한 이력 때문이다. 그의 부모는 전남이 고향이다. 아버지는 장흥군 부산면 출신이고, 어머니는 보성군 회촌면 출신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6·25가 일어나자 다시 전남 여수로 이사했고, 56년과 59년에 각각 여수중과 광주고를 졸업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것만 빼면, 영락없는 호남인이다. 호방한 김총장은 검찰내 호남 인맥을 추스르는 데도 많은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때 검찰과 경찰, 그리고 언론인 가운데 호남 출신 인사들의 모임을 조도한 적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 그를 대표적인 호남 인맥으로 꼽는 이유도 있기에 있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공직 생활을 수도권과 영남에서 보냈다. 서울법대를 나와 사시 4회에 합격한 그는 대구지검 영덕지청에서 초임 검사 시설을 보냈고, 이후 서울지검 특수부장과 동부지청장을 거쳐, 현정권에서 대검 중수부장과 부산지검장을 지냈다. 77년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잠깐 지낸것말고는 호남 경력이 없는 셈이다.

한 야당 인사는 이 점을 지적해 “어쩌면 김총장은 원조 PK보다 더 PK정서가 강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추신지를 확인하는 전화가 빗발치자 김총장과 가까운 인척들은 김총장의 고향이 부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의식적이지는 않지만 한국 특성상 법조계에서 성공하려면 아무래도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재 김총장의 본적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으로 되어 있다.

어찌 보면 김총장은 지역 감정의 보기 드문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부산 태생이어서 검찰 주류의 길을 걸었고, 호남 출신이라는 점 덕분에 대선을 앞두고 검찰총장으로 발탁되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도 그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는다. 딱히 야당에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과거처럼 노골적으로 친여 행태를 보이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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