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거품은 없다”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9.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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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증권 시장 강정호 사장 /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

최근 조정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한 해 코스닥 증권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시장 규모를 나타내는 시가총액을 보자. 12월7일 50조원을 돌파한 후 3일이 못되어 60조원을 넘어섰으며, 16일에는 70조원 고지를 넘었다. 10조원을 넘어선 4월에 비해서는 7배, 98년말(7조9천억원)에 비해서는 무려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코스닥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코스닥은 직장과 가정, 심지어 대학에서까지 재테크의 화두로 떠올랐다.

전국민의 관심사가 된 코스닥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이는 강정호 사장(51). 그는 올 4월 관료(재정경제부 국세심판소 상임심판관)에서 증권인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강사장은 매월 거래 대금이 기하급수처럼 늘어나는 폭발 광경을 생생히 지켜보았다. 그는 “이런 성장세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놀라운 수준인 것은 틀림없지만 일부에서 말하듯 거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세계적으로 정보 통신 붐이 일었고, 코스닥 시장을 통해 벤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시장의 신뢰를 높여 시장을 활성화했다는 분석이다.

투명한 기업 공시로 불공정 거래 ‘퇴출’
강사장은 이미 드러나고 있는 첨단 기술주 중심의 주가 차별화 현상이 내년에는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 아직은 홈트레이딩을 통한 개인 투자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국내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도 코스닥 시장에 입질을 하고 있어 이런 차별화 경향에 불을 댕기리라는 주장이다. 강사장은 내년 2월 제3의 시장(비상장ㆍ비등록주식거래 시장)이 출범하면, 쓰레기 같은 주식을 빨리 퇴출시키는 기능을 할 것이러서 투자자들에게 유익하리라고 내다보았다

강사장이 내년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세 가지. 우선 ‘고위험ㆍ고수익’ 시장이라는 코스닥 시장의 성격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한다. 현재 벤처 자금줄과 투기장이라는 두 얼굴의 코스닥에서 투기장의 얼굴을 지워가겠다는 의지이다. 그는 기업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에는 철퇴를 내리겠으며, 불공정 거래를 막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한다. 최근 강사장이 열심히 챙기며 의견을 냈던 사안도 재정경제부의 금융감독위원회가 조율해 20일께 발표하는 코스닥시장 건전화 대책.

‘좋은 물건’을 발굴해 코스닥 시장에 들어오게 하는 것도 강사장이 꼽는 내년의 중요한 과제다. 코스닥이 벤치마킹한 나스닥 시장이 뉴욕 증권거래소를 위협할 만큼 커진 것은 미국의 내로라 하는 정보 통신 기업과 벤처 기업이 나스닥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 올해에도 강사장은 2개 PCS회사와 담배인 삼공사를 영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담배인삼공사는 실패했다.

사실 요즘 강사장은 어깨가 가볍다. 몇 달 전부터 제발(증권거래소가 아닌)코스닥에 들어와 달라고 사정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코스닥에 들어오고 싶어 안달하는 기업들이 이미 장사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불량 물건’을 솎아내는 것도 그의 임무. 이것과 등록심사 업무를 강화함으로써 하이테크 주식 시장이라는 코스닥의 색깔을 좀 더 분명히하겠다고 강사장은 강조한다. 코스닥 시장의 비전은 ‘아시아 최고의 벤처 중심 주식 시장’.

전산 용량을 확출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폭발적으로 거래가 늘어나면서 툭하면 체결 지연과 거래 중단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사장은 호가 건수 체결 용량을 내년 5월게 현재 64만건에서 4백만건으로 늘릴 계획이다. 강사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3대 과제는 어쩌면 코스닥이 짧은 기간에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보인다.

최근 강사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안은 코스닥 증권 시장 독립 문제. 강사장은 외자를 유치해 코스닥을 증권업협회로부터 독립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 협회와 증권사 등 대주주들이 반대했던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사실상 주인이자 감독자인 정부가 풀어야 할 것이다. 현재 증권업협회와 코스닥증권으로 이원화한 구조를 투자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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