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교체기 청와대 비서실?? 김대중 시대 이끌 핵심 참모는 누구?
  • 최진 기자 ()
  • 승인 1998.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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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제 개편 방향과 인선 내용 예측 · 분석

‘작지만 강하게!’ 김대중 차기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을 전면적으로 수술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요컨대 현 정권 들어 공룡처럼 비대해진 청와대의 몸집을 대폭 줄이고 소수 정예진용을 짜서, 덩지는 작아도 탄탄하고 효율적인 청와대 비서실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양적으로는 작게, 질적으로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제와 사람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오른쪽 청와대 비서실‘조직표’참조).

 현 정권의 청와대 비서실은 비서실장 밑에 정무 · 경제 · 외교안보 · 행정 · 민정 · 공보 · 사회복지 · 정책기획 · 농림해양 · 총무 · 의전 등 모두 11개 수석을 두었다. 이 가운데 사회복지 · 농림해양 · 총무 · 의전 등 4개 수석실이 폐지되어 다른 수석실 밑으로 옮겨가거나 1급 비서실(총무비서실)로 격하될 것으로 보인다. 공보수석과 민정수석은 각각 정무수석과 행정수석에 통합할지, 아니면 전처럼 따로 떼어놓아야 할지를 놓고 막판까지 저울질이 한창이다. 비서실 개편 발표 일정이 자꾸 늦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장파 가신 중용할 듯
 수석들 인선은 1월13일 현재 김 차기 대통령이 두배수로 올라온 후보들을 놓고 마지막 낙점 단계에 들어갔다고 한다. 현행법상 청와대 직원은 국회의원을 겸직할 수 없으므로, 새 정권의 청와대 수석은 자연히 전국구 의원이나 원외 인사가 발탁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국구 의원도 청와대로 들어가면 금배지를 떼야 한다.

 차기 대통령의 가신 배제 원칙에 따라 청와대 인선에서도 동교동 가신들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정말 너무한다. 보스를 믿고 권력을 휘두르거나 비리를 저지르면 백번 나쁘지만, 가신이라고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억울하다. 5년 내내 엎드려 지내야 한단 말인가.”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이런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가신 배제 원칙이 워낙 확고해 다른 도리가 없다.

 다만 가신은 아니지만 가신에 버금갈 정도로 오래 전부터 김 차기 대통령을 옆에서 도운 30~40대 소장파 참모들은 예외다. 일찌감치 청와대행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들 5인은 소장학자 18명으로 구성된 이른바‘빠삐용 클럽’을 이끄는 장성민 부대변인과, 참신한 이벤트성 기획이 돋보이는 이강래 정치특보, 드물게 보는 여성 참모인 박금옥 아태재단 비서실장 대행, 마이클 잭슨 초청 같은 메가톤급 사건을 곧잘 만들어내는 최규선 총재특보, 김 차기 대통령을 보이지 않게 밀착 보좌해 온 고재방 비서실 차장이 그들이다. 특히 장부대변인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으로 김 차기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차기 대통령을 10년 넘게 수행했던 이춘범 · 전갑길 광주시의원도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각자 주특기에 따라 6개 수석실에 분산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권에서 청와대로 들어가는 문은 매우 좁아졌다. 직제가 축소되면 자연히 사람도 줄어들뿐만 아니라, 차기 대통령측이 현재 3백55명인 청와대 직원 수를 60% 가까이 줄여 1백50명 선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밝혔기 때문이다. 보통 청와대 직원은 정치권에서 들어온 집권세력, 행정부가 파견한 공무원, 외부에서 별정직으로 영입한 전문가 집단이 각각 3분의 1 비율로 구성된다. 새 정권에서도 이 비율이 적용된다면, 1백50여 직원 가운데 순수하게 정치권에서 청와대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50명 정도에 불과하다. 격을 낮춘다고 하는데도 청와대가 어떻게 변하고 누가 들어가느냐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새 정권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미 지난해 연말에 내정된 김중권씨가 그대로 맡게 된다. 3선 가도를 달리다 14,15대 총선에서 내리 낙선한 이후 고아화문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직원2명과 함께 조용한 시절을 보냈던 김실장은, 지난 연말 당선자 비서실장에 발탁된 후 숨 돌릴 틈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아무나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실장은 청와대 비서실 개편 등 1급 사안을 놓고 차기 대통령과 얘기하는 몇 명 안 되는 실세 중 1명으로 떠올랐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김실장이 6공 인맥인데다 10여년간 정치 공백기를 가졌던 탓에 국민회의 사람들이 그에게 로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김실장은 외풍에 시달리지 않고 대통령을 충실히 보좌할 수 있는 중요한 요건 하나를 갖춘 셈이다. 차기 대통령의 한 측근은 김실장이 본래 온건파인데다 합리적이어서 비서실을 잘 이끌어 가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권에서 김광일 비서실장과 이원종 정무수석이 끊임없이 부딪쳤던 것을 예로 들며, 비서실장의 화합 조정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정권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충남 박사(정치학)는, 카터 행정부의 브레진스키는 안보담당 보좌관이면서 실질적으로 비서실장 노릇을 함으로써, 또 레이건 행정부의 리건 비서실장을 사장-직원 개념으로 다루어 비서실을 위축시켰다고 지적했다.

 정무수석실. 한때‘청와대 속의 청와대’라는 비판을 받으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곳은 예상했던 대로 맨 먼저 도마에 올랐다. 현재의 정무 · 정무기획 · 홍보 · 정책조사 · 사회문화 비서실 가운데 사회문화 비서실이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변화가 적어 보이지만 내용은 많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김 차기 대통령이 비서들을 연락관 정도로 격하하겠다고 공언한데다, 김중권 비서실장도 최근 인터뷰에서‘청와대=현실 정치 배후 조종’이라는 인식을 불식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무수석이 예전처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럼에도 정무수석실은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핵심요직이다.

정무수석, 김정길이냐 문희상이냐
 현재 물망에 오르는 사람은 김정길 · 문희상 두 사람 정도. 지역 안배를 따질 때는 부산출신인 김정길 부총재, 정무 쪽에 무게를 두면 문희상 전 의원이 유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 감각이 탁월하고 달변이며 현재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인 김씨와, 대인 관계가 원만하고 정치력이 돋보이는 문씨는 어떤 형태로든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무수석과 공보수석이 합해져(공보)정무수석이 될 경우 그 산하에서 역할이 커지는 대변인에는 김한길 의원이 거론된다. 대선 때 텔레비전 대책반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의원은 공보팀장, 대통령직인수위 위원 · 대변인 세 직책을 동시에 맡을 정도로 당내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다.

 공보수석실은 정무수석실로 합병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최종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공보수석실이 따로 독립할 경우 적임자로 박지원 당선자 대변인이 첫손 꼽힌다. 부지런하고 정치 감각이 빨라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박대변인은, 정무수석 하마평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 관련 분야의 역할이 다소 약해지는 데 반해 경제수석실의 위상은 IMF 바람을 타고 강화될 것 같다. 경제수석실은 양적으로 보더라도 기존 재정경제 · 금융조세 · 통상 산업 비서관 외에 농림해양수석실이 고스란히 옮겨오고, 여기에 구조 조정 비서관과 두뇌개발 비서관이라는 특이한 자리가 신설될 예정이다. 다만 새 정권에서는 박재윤 · 한이헌 · 이석채 등 강경파 수석이 득세했던 시대는 가고 대신 경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경제수석에 유종근 · 박영철 등 거론돼
 아태재단 출신으로 최근 급격하게 떠오른 유종근 전북지사를 비롯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이사장을 지낸 김기환 경제 순회 대사, 미국 예일 대학 경제학 박사로 국내에서 몇 안되는 금융전문가인 박영철 금융연구원장, 재벌 구조조정론자로 꼽히는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지사는 전북지사에 재출마할지가 관건으로 남아 있으며, 김태동 교수는 정책기획수석으로도 거명되고 있다.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정책 기획수석실을 강화하는 일이다. 김중권 실장은 인터뷰 때마다 청와대를 대통령 프로젝트의 산실로 만들겠다면서, 정책 기획과 국정홍보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현정권 중반에 박세일 수석이 맡아 반짝 떠오른 뒤 이내 한직으로 치부되었던 정책 기획수석실이 다시 빛을 보게 될 것 같다.

 현 정권에서도 교수 출신 인사가 맡았던 이 자리는 새 정권에서도 교수 출신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 행정실장인 나종일 교수(경희대 · 정치학)와 한상진 교수(서울대 · 사회학), 차기 대통령 당선자를 막후에서 도왔던 박종화 전 한신대 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나교수는 국회 부의장을 지낸 부친이 차기 대통령과 정치적인 인연이 깊을 뿐만 아니라 87년 대선 이후 차기 대통령을 적극 도운 측근 인사로‘동아시아 포럼’같은 두뇌집단을 이끌고 있다. 한교수도 널리 알려진 친DJ 성향의 논객, 역시 친DJ성향 모임인‘21세기 통일 포럼’을 주도하는 박종화씨도 김 차기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주위에서 추천하고 있다.

 외교안보수석실은 현 정권에서 김현철 라인과 안기부 등에 밀려 제 구실을 하지 못했지만 새 정권에서는 위상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남북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고 김 차기 대통령이 통일 문제에 남 다른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현재 외교안보수석실 밑에 있는 통일 · 외교 · 국방 · 국제안보 등 네 비서실에 추가로 경제외교 · 국가 이미지 홍보 · IMF 등 3~4개 분야가 신설되고, 여기에 의전수석실에 있던 의전1 · 의전2 비서관이 고스란히 이동해갈 것으로 보인다.

임동원, 외교안보수서 유력
 외교안보수석에는 임동원 아태재단 사무총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육사 출신에 통일원 차관과 남북적십자사 남한측 대표 등을 지내 이론과 현실을 겸비하고 있다. 특히 아태재단에서 DJ의 통일론을 터득한 경력이 누구보다 강점으로 도드라진다. 그는 통일원장관으로도 오르내린다.

 외교 안보수석과 국방부장관 · 국방부장관 · 안기부장 등이 참여하는(가칭)국가안전보장회의를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알려지는데, 대통령 직속으로 할지 외교안보수석 산하에 둘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현 정권 초기에 사정의 칼을 마음껏 휘둘러‘공포의 비서실’로 불린 민정수석실. 집권 중반 이후 대통령에게 밑바닥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던 이곳은, 새 정권에서는 기를 펴지 못할 것 같다. 예전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기가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을 행정수석과 통합할지 막판 논의가 한창인데, 따로 떨어져 나올 경우 시민 윤리 · 민정 사정 · 공직 기강 · 민원 등 4개 비서관으로 윤곽이 잡혀있다.

 첫 민정수석에는 대통령직인수위 정책분과위 위원인 신 건 전 법무부 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작 본인은“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전혀 들은 바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호남(전북)출신으로는 드물게 검찰 고위직을 지냈고 대인 관계가 원만한 그를 차기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민정수석실과 합쳐질지 주목되는 행정수석실은 그동안 영역이 모호했던 사회복지수석을 흡수해 겉보기로는 호가대 재편된다. 즉 현재 일반행정 · 지방행정 · 치안행정 · 국민생활 네 분야인 행정수석실에 행정구조 · 환경 · 민방위 · 교육행정 · 보건복지 · 문화 행정 분야가 추가될 공산이 높다.

 상도동 가신인 홍인길 전 수석이 주로 청와대의 안살림을 담당해온 총무수석실은 새 정권 들어서는 1급 비서관으로 격이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예하에 인사 · 재무 · 관리 · 지원 · 비상계획 비서관이라는 묘한 명칭의 직책을 두었던‘보이지 않는 실세’자리였지만, 앞으로는 총무과와 관리과만 두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여기에는 김 차기 대통령과 동향이고 아태재단 행정실장을 맡고 있는 이수동씨가 앉을 것이 거의 확실핟.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하게 일하는 그는, 청와대 안살림과 밖에 있는 동교동 사람들을 챙기는 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비서실 가운데 소리 나지 않게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자리가 있다. 바로 부속실이다. 뇌물수수죄로 구속된 장학로씨가 근무했던 곳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이 자리는, 직급은 낮지만 대통령을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고, 대통령을 만나려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최종 검문소’라는 중요성 때문에 희망자가 많다.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사석에서“부속실은 대통령이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가야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하는데 어떠냐?”며 은근히 바람을 잡기도 했다.

참모들간 경쟁 치열, 부작용 초래 가능성  
 청와대가 지나치게 작아질 경우 자칫 대통령의 통수권이 약해져 국정 난맥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오일환 교수(연세대 · 정치사회학)는“현정권의 청와대 직제가 5공 권위주의 때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사람만 바꾼 측면이 있는 만큼 대폭 개편해야 한다. 다만 축소가 능사가 아니라 국제 정세와 한반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뒤에 신중하게 개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오교수는 또 수석들 간에 횡적 유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석회의에 실무진이 배석하거나 각 수석실의 실 · 국장급들이 실무조정회의를 수시로 열도록 해야 하고, 업무 효율성을 배가하기 위해 비서실을 대통령 집무실 옆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 참모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김대중 정권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는냐의 상당부분이 이번 청와대 인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청와대의 개편과 인선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장고에 장고를 거듭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崔 進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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