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받은 ‘돌 예술’제자리 찾아주기
  • 성우제 기자 ()
  • 승인 1998.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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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상 70여 점 모은 <우리 옛 돌조각의 힘> 展

이름없는 위대한 미술가들. 청자 · 백자를 빚어낸 도공(陶工)도 그러하지만, 무덤이나 마을 어귀의 석상(石像)을 제작한 석공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도자기와 석상에 대한 오늘날의 대접에는 큰 차이가 있다. 도공들의 산물은 국보니 보물이니 하며 제 대접을 받아온 반면, 석상은 민속학 · 인류학적인 가치로서만 조명되었을 뿐 미학적인 부분은 제대로 평가  조차 받지 못했다.

 지난해 11월4일부터 올 10월31일 까지 이화여대 박물관(02-360-3152)앞 조각 정원에서 1년동안 열리는 < 우리 옛 돌조각의 힘>은, 이제까지 우리 미술사에서 버려지고 무시되었던 돌조각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전시회이다. 왕릉과 사대부의 묘역을 지키던 무인석(武人石) · 문인석(文人石)을 비롯해,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望夫石), 길을 알려주거나 악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마을 입구에 세웠던 장승 · 벅수, 다양하고 독특한 미감을 뽐내는 동자상(童子像)등 70여 점이 모여 잇다. 통일 신라 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석상들을 한 자리에 모아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한 최초의 전시회이다.

 이름 없는 석공의 손으로 제작 되어 민각(民刻)이라 불리는 돌조각들은, 옛 백성들의 미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이화여대 김홍남 박물관장은 돌을 다루는 석공들의 태도와 돌조각의 미적 가치를 이렇게 평가한다.“그들은 돌을 범하지 않았다. 돌덩어리를 훼손하지 않은 채 그 안에서 주제의 본질을 표현했다. 돌의 원초적인 힘과 표현하려는 대상의 생명력이 응축되어 순수하고 힘찬 조각 예술로 승화했다.” 작가의 의도를 돌 위에 살짝 얹어 놓으면서도 돌의 성질 또한 있는 그대로 살려놓은 단순하고 소박한 미학적인 특징들은 특히 외국 조각가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우리 옛 돌조각의 힘>전에서 돋보이는 점은 파격적인 배치이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석상들은 늘 대칭이 되어 서 있으나, 이 전시는 그 대칭성을 흔들어 버렸다.‘미신적인 요소가 있다’‘무섭다’‘흉하다’ 따위 석상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갖지 않은 채, 순수미술품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배치이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며 우리 옛 조각들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成宇濟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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