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무공해 차, 21세기 달린다
  • 일본 지바. 박재권 기자 ()
  • 승인 1997.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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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모터쇼 14개국 참여…‘저공해 · 고효율’ 미래형 자동차 한 눈에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쪽으로 37㎞ 떨어진 곳에 있는 지바(千?)현 마쿠하리(?張) 컨벤션 센터. 바다를 메워 세운 이 건물에서 지난 10월24일~11월5일 제32회 도쿄 모터쇼가 열렸다. 14개국 3백30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모터쇼의 화두는 ‘환경’. 차체는 최소한으로 줄이면서도 널찍한 실내 공간을 자랑하는 중·소형 차들이 고연비·저공해를 앞세우고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차는 오는 12월 시판되는 도요타의 4도어 세단 프리우스. 이 차는 가솔린과 전기 동력을 교차로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해 연비를 ℓ당 28㎞까지 높였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기존 차의 절반밖에 안되고, 일산화탄소(CO)와 질소산화물(NOx)도 기존 차의 10분의 1밖에 안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낫산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이용하는 전기 자동차 ‘하이퍼 미니’ 컨셉트 카를 내놓았고, 벤츠는 현재 시판하고 있는 소형차 A클라스를 내놓았다. 이 차는 최근 스웨덴의 한 자동차 잡지가 실시한 주행 시험 도중 뒤집혀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 국내 업체로는 현대가 경차 아토스를 내놓았고, 대우도 내년 2월 판매를 시작할 경차 디아트를 전시했다. 2000년 온실 가스 규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전세계 업체들이 실속 있는 소형차 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일본 차, 대부분 자동항법장치 갖춰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자동항법장치(navigation system)였다. 일본차가 대부분 이 장치를 달고 있었던 반면, 미국·유럽차에서는 이 장치를 단 것을 찾기 힘들었다. 벤츠와 폴크스바겐이 일부 차종에 이 장치를 달았지만, 일본 구매자들을 겨냥한 것에 불과했다. 아직까지 자동항법장치는 일본인들의 전유물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일본이 지능형 교통 체계(ITS) 개발에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다. 도쿄만 하더라도 시내 9백 군데 교차로에 카메라 2백대와 검지기 1만4천개가 설치되어 있다. 백㎡마다 검지기가 설치되어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는 모두 VICS(도로교통정보통신시스템)센터로 집중되고, 여기서 편집 처리된 정보가 주요 간선 도로와 고속 도로에 설치된 비콘(전파 발사 신호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전달된다. 운전자는 운전석 옆에 장착된 차량항법장치를 통해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보게 된다. 이 장치가 없는 운전자는 도로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현재의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FM 방송을 통해서도 교통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가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회 전체로 보아서도 차량의 흐름을 고루 분산시켜 도로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이 지능형 교통 체계 구축 작업을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 90년에는 경찰청·우정성·건설성이 공동으로 ‘VICS연락협의회’를 발족해, 지난해 4월부터 각종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일본 전역의 고속 도로와 주요 간선 도로, 도쿄·오사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며, 11월에는 교토에 대하s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덩달아 교통 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차량항법장치 판매도 크게 늘어, 올해에만도 백만대가 넘게 팔릴 전망이다.

 차량항법장치에 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지능형 교통 체계 구축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역시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90년 ‘스키너 리포트’를 기점으로 체계 구축 작업에 들어갔고, 2005년이면 새 차의 3분의 1정도가 차량항법장치를 장착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기대가 크다. 유럽도 86년 벤츠 등 자동차업체를 중심으로 프로메테우스 계획을 추진하다가, 89년부터는 각국 정부가 중심이 되어 교통 인프라를 까는 DRIVE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형편이다. 정부는 지난달 국토개발연구원이 마련한 지능형 교통 체계 추진 계획을 기초로 하여 과천에 시범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 계획안을 마련했던 국토개발연구원 이시복 박사는 “앞으로 5년이 지나도 지금의 일본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라고 우리의 낙후성을 지적했다.

 다라서 차량항법장치가 급속도로 보급되더라도, 수시로 변하는 생생한 교통 정보를 얻으려면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자동항법장치는 기아가 엔터프라이즈에 처음 장착한 후 현대가 다이너스티와 그랜저에, 쌍용이 체어맨에 각각 장착했다. 대당 가격은 스크린까지 합쳐서 대략 2백만~2백50만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차량의 현재 위치와 목표 지점까지의 최단 경로, 도로 주변 음식점·주유소·주차장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연비·저공해 차량들이 각축한 도쿄 모터쇼는 대외적으로 경쟁력 있는 신차를 개발하는 일 못지 않게, 국내적으로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함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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