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 이회창 두들겨 TK 얻으면 만사 형통
  • 최진 기자 ()
  • 승인 199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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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3인 필승 전략 : 이인제, ‘비호남 대표’ 되려고 안간힘

광화문 미도파 빌딩 306호의 21세기 그린환경운동중앙회, 맞은편 317호의 21세기 환경운동서울본부. 이 두 사무실이 최근 이인제 진영이 비밀리에 차린 대선용 ‘지하 벙커’이다. 재경 논산시 향우회장 명으로 계약한 각각 35평짜리 사무실에는 각종 사무 집기와 컴퓨터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대선 기지인 것이다.

 국민신당은 11월15일 옛 신한국당사였던 여의도 극도 VIP빌딩에서 현판식을 갖고 정식으로 입주했다. 근처 안원빌딩 3층에는 대변인실과 기자실이 아직 남아 있다. 이로써 이인제 신당은 광화문과 여의도에 전진 기지를 차려놓고 김대중·이회창 후보와 싸울 만반의 준비를 갖춘 셈이다.

 그러나 이인제의 앞길에 제동이 걸렸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2위 전선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그동안 이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거의 10% 차로 따돌리고, 앞서가는 김대중 후보를 추격하면서 1위 점령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회창·조 순 연대 이후 이회창 후보 지지도가 어느틈에 20%를 깡충 뛰어넘어 이인제 후보와 접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김심, 이인제 떠나 이회창에게 돌아가려나
 게다가 이인제 후보는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양측으로부터 협공당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의 이인재 지원설과 관련해서는 정가에서 신한국당·국민회의 정보교환설까지 나돌 정도였다. 사실 이인제 후보는 DJ에게 ‘언제 어떻게 떠오를지 모르는 위협적인 존재’이고, 이회창 후보에게는 ‘다 된밥에 재 뿌리고 뛰쳐나간 경선 불복자’라는 점에서 공동의 적이다. 국민회의는 최근 국감 자료를 통해 이후보의 지사 재임시 골프장 건축 허가 사례를 공개했고, 신한국당은 이인제 후보의 기반을 뒤흔드는 작전의 하나로 통합 전당대회(11월21일)를 대전에서 열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여권 일각에서는 머지 않아 YS·이회창 회동이 성사되어 이회창이 힘을 얻으리라는 불길한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김심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래저래 이인제의 작전은 당분간 1위 고지 점령보다 2위 고수 작전으로 바뀔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만약 이회창 후보에게 2위 자리를 완전히 빼앗기는 날에는 ‘이회창 지지도가 낮아서 독자 출마했다’는 자신의 명분이 퇴색할 뿐 아니라 곧바로 후보 사퇴론이 고개를 들 것이다. 또 여론 조사 결과 공개 마감 시한이 11월26일 직전에 3등으로 추락할 경우, 그 뒤부터 두고두고 3위설에 시달려야 한다. 따라서 이인제측은 이회창 후보의 추격을 멀찌감치 뿌리치고 2위 진지를 확실히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이인제 진영은 HC(이회창)를 치고, YS를 때리며, TK를 집중 공략하는 이른바 ‘3타(打)작전’을 적극 전개하기로 했다. 요컨대 이회창 개인에 대한 공격과 YS와의 차별화, TK 지역 지지도 올리기에 주력한다는 뜻이다.

 우선 이총재 개안에 대한 공격은 아들 병역 문제을 다시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안병호전 수방사령관이 입당하면서 “나는 예비역 장성이지만 이 나라를 위해 병장 출신인 이인제를 위해 뛰겟다”라고 밝힌 것도 은근히 병역 문제를 건드리기 위해서였다. 이후보는 또 이날 ROTC 모임에서 “멀쩡하던 몸무게가 10㎏이나 빠졌다니 말이 되느냐”라고 비난한 데 이어, 11월15일 기자 간담회에선ㄴ “두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고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라고 공격했다.

 이인제 후보 진영은 또 이회창 후보의 갹진에 크게 기여했던 이회창·조순연대의 효과를 반감시키기 위해 두 사람의 연대를 ‘뒷거래’ ‘혹세무민의 국권 농단’으로 몰아붙이기로 했다. 대변인 논평과 성명은 물론 텔레비전 토론회와 각종 행사를 통해 이 대목을 집중 부각해 이·조가 야합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인제 후보의 참모들이 잘 나가던 이인제호(號)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배경으로 가장 뼈아프게 꼽는 것은 YS의 이인제 지원설, “이것만 아니었으면 곧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데…정말 치명적인 흑색 선전이었다”라고 이후보의 한 참모는 안타까워했다. 따라서 이인제 후보는 YS 지원설 혐의를 벗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햇다. 그 대표적인 전략이 바로 YS와의 차별화이다.

 그동안 이인제 진영은 현정권을 강하게 비판할 경우 ‘배은 망덕’이라는 비난과 함께 PK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 YS와 차별화를 자제해 왔다. 그런데 청와대의 이인제 지원설이 대형 악재로 작용하고 이회창 후보의 YS 때리기가 효과를 거두자, YS와의 차별화를 더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기로 수정했다. 예컨대 안병호 전 수방살령관 등 현정권에서 ‘팽’당한 하나회 출신 장성을 dudd입한 것도 차별화 전략의 하나이다.

 이러한 차별화 전략은 반YS 정서가 강한 대구·경북에서 집중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최근 이회창 후보가 이 지역에서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것은 YS와의 차별화, 즉 ‘03 마스코트 사건’이 말해주듯, 현정권을 비판하면 할수록 주가가 올라가는 반YS 정서 때문이라고 판단한 이후보 지녕은, TK를 끌어안기 위해 대구에 내려가 현정권의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YS와 거리 두기를 시도 할 참이다. PK는 확실한 이인제 편이 되었으므로 걱정할 것 없다는 것이 참모들의 주장이다.

“이회창과 연대 가능성 0.1%도 없다”
 이후보 진영이 영남에 공을 들이는 이면에는 지역 구도 전략이 깔려 있다. 이후보의 한 핵심 참모는 “이번 대선도 막판에는 호남 대 비호남의 대결로 처러질 공산이 크다. 우리가 수도권과 대구·경북만 끌어안으면 DJT를 범호남 세력이라고 몰아붙여 승부를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전략을 모를 리 없느 DJ와 이회창 진영이 이인제를 영남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PK·TK분할 전략을 쓰고 있다고 이인제 후보측은 주장한다. 이후보 진영은 또 이번 대선을 내각제 세력 대 반내각제 세력의 싸움으로 부각하면서 DJT와 이회창·조순연대를 모두 내각제 세력으로 몰고간다는 전략이다. 이회창 총재는 한때 JP와 손잡아 내각제 개헌을 하려고 했고, 현재 이총재 주변에 있는 민정계 세력이 모두 내각제 지지파 아니냐는 것이 이후보측 논리이다. 결국 이후보측의 전략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인제를 한 축으로 하는 양자 구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회창·이인제 연대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요즘 정치권의 최대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다. 선거 막판에 어느 한쪽이 힘을 잃고 DJ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설 때 과연 두 사람이 손잡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 한 달여 남은 대선 기간의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이 연대가 성사될 경우 DJ를 능히 이길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의 참모들은 한결같이 “이회창과 손잡을 가능성은 0.1%도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이인제와 이회창은 얼음과 숯의 관계여서 절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재걸 수석 부대변인도 최근 이회창 후보의 약진은 조 순 총재와의 연대에 따른 일시적 거품 현상이며, 병역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내각제 시비가 일어나면 이회창 후보는 곧 다시 가라앉을 것이라며 연대설을 일축했다.

 이인제 후보 진영은 또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이 11월14일 ‘역사적 과업 동참론’을 내세우며 여권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단일화가 뻔히 안될 줄 알면서 한번 해보는 체면치레 발언쯤으로 폄하했다.

 여의도 안원빌딩 3층 대변인실에는 요즘 갖가지 내용의 사신들이 들어오고 있다. 거기에는 ‘현대통령(의 마스코트)을 두들겨 패고 욕해서야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는가’ 하는 비난에서 ‘이에는 이, 칼에는 칼로 맞서라’는 강경주문까지 구체적인 전략 전술도 실려 있다.

 이인제, 그는 DJT라는 고지를 점령하려면 먼저 이회창이라는 큰산을 넘어야 한다. 11월 중순들어 이회창과 이인제 간의 2등 싸움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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