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和萬事成 ‘남성’이 활발하면 세상만사 OK
  • 김재태 기자 (purundal@yahoo.co.kr)
  • 승인 1997.11.2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섹스는 쾌락 아닌 건강“인식 변화…남성 클리닉 문전 성시

소규모 의류업체를 경여하는 김 아무개씨(43)는 경기 불황의 여파로 부도 위기에 몰렸다. 그동안 형제처럼 따르던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해 회사에 나가기도 거북스럽고 집에 들어가서도 마음이 불안했다. 편치 않기는 잠자리도 마찬가지,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아내 앞에서 그는 더 이상 예전의 왕성함을 보여 주지 못해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40대인 중소 기업체의 부장 정 아무개씨. 회사에서나 집안에서나 별 탈 없이 ‘잘 나가던’그에게 지난해 가을 ‘감원’이라는 예기치 않은 한파가 몰아쳤다. 운좋게 대상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그 사건 이후 그의 가정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순탄했던 부부 관계에 이상이 나타난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내 앞에만 서면 까닭없이 풀이 죽어 잠자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명예 퇴직 바람 속 ‘잠자리 명퇴’ 증가
 이와 같은 ‘고개 숙인 남서’의 사례가 어제 오늘 나타난 현상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사회 변화가 빨라지면서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남성들의 성기능 문제도 덩달아 심각해지고 있다. 조화로운 가정을 유지하는 데 일정 정도 기여하는 잠자리에서조차 ‘명예 퇴직’ 당하고 성생활이 ‘부도’나는 남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조루·발기 부전 증세로 병원을 찾는 남성이 줄을 잇고, 남성을 상대로 하는 가종 상담 전화에도 성기능 장애를 털어놓는 내용이 빠지지 않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남성의전화(소장 이 옥)에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약 10%가 성 문제 상담이고, 남성의 성기능 장애와 관련해 무료 전화 상담을 실시하는 동방성문제상담소(소장 이계윤)에 고민을 호소하는 남성도 하루 평균 10~15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는 성기능 장애를 내놓고 말하기를 꺼려 오랫동안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온 경우가 허다하다.

신랑의 성기능 확인하는 ‘용감한’ 신부들
 이처럼 성기능 장애를 남부끄러운 일로 여겨 쉬쉬하는 남자들이 적지 않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기 위해 비뇨기과를 찾는 남성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잇따. 국내 최초로 ‘성기능 장애 클리닉’을 개설한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과장 최형기 박사)에는 하루 평균 30~40명씩 환자가 몰릴 정도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성기능 분야는 이제 ‘남성 의학’이라는 독립적인 영역으로 분명하게 자리 잡았다.<성을 내야 사랑이 열린다><性功해야 성공한다> 같은 남성 의학 관련 서적도 서점가에 넘쳐난다.

 이같은 현상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전문의들이 가장 먼저 꼽는 이유는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심리 요인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성기능센터 김제종 소장은 “직장·가정·돈 문제등으로 압박감을 받으면 심인성 성기능 장애를 얻기 쉽다. 실제로 ‘명예 퇴직’ 바람이 일어난 뒤 심인성 장애로 찾아오는 환자가 늘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서 이유를 찾는 전문의들도 있다. 성기능 장애 하면 으레 ‘조루 박사’

‘남성 고민 해결’ ‘변강쇠가 따로 없습니다’ 따위 문구를 담은 전봇대 전단 수준으로 여기던 인식이 시대가 변하면서 바뀌었다는 것이다. 성기능 분야의 정신과 전문의인 신승철 박사(광혜병원 신경정신과장)는 “소득이 오르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성의학 분야에 일반인의 관심과 이해도 함께 늘어났다. 섹스가 단순한 쾌락이 아닌 건강 개념으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그와 같은 매락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 성병 치료에 주력하던 비뇨기과 의원들이 성병 환자가 감소하고 성기능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을 타고 속속 ‘남성 클리닉’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는 현상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전문의들은 이처럼 인식이 변한 배경에 성개방 풍조도 한자리를 차지한다고 본다. 남녀 평등·성 개방 확산과 함계 여성들의 성지식이 늘고 그만큼 성적만족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져, 그 짝인 남성의 성기능에 예전보다 민감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남성 클리닉에 찾아와 결혼을 앞둔 신랑의 성기능을 감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신부나, 남편이 조금만 이상한 징후를 보여도 서슴없이 병원에 데려오는 ‘용감한’신혼 주부가 적지 않다.

 여성의 이런 적극성 때문에 남성들은 종종 낭패를 보기도 한다. 남성이 상대 여성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자괴감을 느낀 나머지 발기장애를 일으키거나 잠자리에서 아내의 핀잔 한마디에 여지없이 ‘침몰’해 버리는 남편도 있다.

 남성의 성기능 장애에는 조루·발기 부전·발기 불능·지루·사정 불능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흔히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이 조루와 발기 부전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 4명중1명이 조루증이라는 주장이 있고, 6백만명 가량이 성기능 장애로 고통받고 잇다는 설도 있지만, 정확한 통계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연세대 최형기 박사는 ‘6개월 이상 발기 장애가 계속되고, 성행위를 할 때 2회에 한 번꼴로 삽입하는 데 실패하거나 자신이 생각하기에 너무 빨리 사정한다면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 무방하다’고 진단한다.

 어떤 증세를 가리켜 조루라고 규정하는 지에 대해서는 전문의에 따라 약간씩 해석이 다르다. 최형기 박사는 ‘성행위가 1분 이내에 끝나거나 성기의 움직임이 10회 이하에 그치면 조루 환자라고 보아도 된다’고 정의하는 데 반해, 김제종 박사는 ‘사정 시간과 관계 없이 상대방이 만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정하면 조루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조주를 사정 능력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로 보는 것이다. 시간에 따른 규정도 1분, 2분, 5분등 학자 간에 견해가 다양하다.

 조루의 원인에 대한 규명도 여러 가지이다. 경험 부족, 정신적 압박감 등 심리적 요인과 성장기의 지나친 수음과 같은 체험적 요인과 신체 질환에 따른 기질적 요인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조강선 비뇨기과 원장처럼 ‘기질성 조루는 거의 없으며, 성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나는 원발성 현상’ 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조루는 감각 훈련이나 약물 요법으로 95%이상 치료가 가능하다. 김제종 박사는 “조루는 주로 심인성으로, 배우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뒷받침되면 더 빨리 치료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정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을 일부 잘라내는 ‘음경 배부 신경가지 절제술’이 쓰이기도 한다.

 조루에 비하면 발기부전은 훨씬 복잡한 장애이다. 원인도 더 복합적이고 치료법도 간단치 않다. 대신 증세를 자각하기는 매우 쉽다. 발기 때의 음경 강직도 보아 바로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심인성과 기질성 두 가지로 나뉜다. 심인성은 스트레스 누적이나 지나친 긴방감 따위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 신체적 장애가 없이 새벽 발기가 되고 성적 상상을 하면 발기가 되는데 이성과 성 관계를 맺으려고만 하면 맥없이 주저앉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신승철 박사는, 성에 대한 죄의식 또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거나 어렸을 때 자위 행윌ㄹ 많이 한 경우 감각이 둔해져 심인성 발기 부전이 될 가능성이 많으며, 평소 술을 많이 먹거나 야근을 자주 하는 직장인, 성행위 남용자, 우울증 환자도 발기 부전증에 걸리기 쉽다고 말한다. 김제종 박사는 “심인성 발기 부전의 주원인은 성취 불안이다. 여태 잘해 왔는데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발기부전 환자가 될 수 있다”라고 진단한다.

 기질성은 당뇨병·척추 질환·전립선 질환 같은 질병이나 재해·교통 사고 같은 사고, 약물·카페인 남용 등에 의해 나타난다. 심하지 않은 발기 부전 환자는 혈관재건술이나 자가 주사 요법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사이버 섹스 같은 첨단 치료법도 동원되고 있다. 자가 주사 요법은 성행위 직전 환자 자신이 직접 혈관 확장제를 음경에 해면체 안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잇지만, 의사가 처방한 정량을 초과할 경우 지속 발기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성기능 회복 돕는 발명 특허품도
 이같은 방법으로도 치료하기가 곤란한 중증 환자에게는 최후 수단으로 음경 보형물 삽입 수술을 한다. 보형물에는 막대형(혹은 굴곡형)·팽창형·자가 팽창형이 있다. 막대형은 구부렸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실리콘 주머니를 가리킨다. 가격은 4백만~5백만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팽창형은 펌프·저장고·실린더 세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은 9백만~1천5백만원, 음경에 삽입해 필요할 때 음나에 내장시킨 펌프를 가동해 방광 속에 넣어둔 주머니에서 식염수가 흘러나와 보형물을 팽창시키는 구조물이다. 자기 팽창형은 팽창형의 세 조각을 하나로 합친 것으로 가격은 8백만~9백만원.

 얼마 전에는 기존 보형물의 단점을 보완한 발명 특허품이 개발되어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다(98쪽 상자 기사 참조). 이같은 보형물은 수술만 잘하면 반영구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도구이지만,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막다른 상태에서나 써야 할 보조물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최악의 상태에 이르지 않으려면 자신의 성기능 상태를 조기에 점검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기질성 발기 장에는 대체로 서서히 진행되지만 심인성 장에는 ‘어느날 갑자기’찾아올 수 있다. 불확실성의 사회사는 현대인에게 성기능 장애는 더 이상 강건너 불이 아닐지도 모른다. 국제 전화로 한국 남성의 성기능 장애 실태를 조사한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 홍성묵 교수가 조사 결과에 놀라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을 세우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절도 있는 생활이 곧 보약
 성기능 장애가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젊은층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잇다는 점에 이르면 더욱 심각해진다. 남성 성기능 장애에 대한 한방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김재우한의원측에 따르면 내원 환자의 60%가 30세 전후이다. 김재우 원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성적 자극물에 노출된 성장 환경과 입시에 대한 강박감, 만성 운동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진단하다.

 ‘스트레스 공화국’에 살면서 현대인은 성기능 사수라는 짐 하나를 더 떠안게 되었다. 파수꾼은 자기 자신이다. 어떻게 지킬 것인가. 김재우 원장은 정력제가 따로 없으며 절도 있는 생활이 곧 보약이라고 말한다. 성기능에 좋은 새우·해삼·전복·장어·미꾸라지·참치 등 해산물과 검정콩·홍삼·호두·현미·부추·마늘·달래·양파 등 야체류, 소·돼지의 콩파이나 뼈, 구기자·두충·오미자·뽕나무 열매 다린 물 등을 평소에 많이 먹는 것도 좋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이다. 회음부 근육을 강화시켜 성기능에 도움을 주는 운동은 등산·수영·체조·골프이다. 냉온욕도 효과적이다.

 그 다음 필요한 것이 긍정적 사고 방식과 사랑을 매개로 하는 건강한 성생활이다. 김제종 박사는 “성생활은 젊은 시절부터 왕성하게 해야 성기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성적 능력을 걱정할 시간이 있으면 그 사이에 성지식이나 성 테크닉을 더 배우라.”최형기 박사의 충고이다. 성기능을 정상적으로 보존하는 일은 남년를 떠나 가정의 화목에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성생활의 편치 않으면 사회 활동도 불편해지기 십상이다. ‘性和萬事成’인 셈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