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능 장애는 마음에서 온다
  • 김재태 기자 (purundal@yahoo.co.kr)
  • 승인 199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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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교포 홍성묵 교수의 ‘한판 킨제이 보고서’ 요약

한국 남성의 성기능 장애는 어느 정도일까.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조사·통게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런 가운데 한 교포 학자가 한국인의 성기능 장애 실태를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는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 심리학과 홍성묵 교수, 그는 호주 현지에서 국제 무료 상담 전화를 통해 한국 각 지역의 남성들로부터 3개월 여에 거쳐 수집한 내용을 토대로 이 논문을 작성했다.

 지난 10월25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어 학계의 관심을 모은 이논문을 요약해 소개한다. 이 논문은 전국의 남성을 대상으로, 그들의 자발적인 상담 요청을 통해 얻어진 가장 최근 자료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편집자>

 이번 조사는 성기능 장애의 주요 원인이 심리적인 것임을 감안해, 많은 심리학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전문적인 치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실시되었다. 조사의 가장 큰 목적은 성기능과 관련해 고민을 가지고 있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치료 전문가, 학술 연구 단체, 그리고 특히 보건 당국의 정책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조사를 위해 97년 1월6일부터 3월19일까지 실시한 전화 상탐에 전국에서 6천4백32명이 참여했다. 이 논문은 그 가운데 구체적으로 상담이 이루어진 1천7백71명과 통화한 내용만을 분석한 것이다. 추제적인 상담을 위해 소요된 시간은 5~30분이었으며 피상담인의 연령층은 23~76세로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그 중 40대가 1백50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는 88명, 70대 이상도 21명이나 되었다. 이는 성기능 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노인층의 인식이 적극적으로 변화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40대 다음으로는 30대가 33%를 차지해 두 연령대를 합하면 전체의 3분의 2에 이른다. 이 점으로 미루어 국내에서 성기능 장애를 가장 많이 안고 있는 연령층은 30~40대임이 드러났다. 또 20대 피상담인도 1백40명으로 전체의 8%에 달해. 성기능 장애는 젊은 층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떠올라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애 종류 별로 살펴보면 조루가 46%로 가장 많고, 발기 부전이 34%, 조루와 발기 부전 증상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17%로 나타났다. 완전 발기 불능은 3%로 미미했고, 지루는 단 2명에 불과했다. 조루와 발기 부전을 모두 합치면 97%에 달해, 한국 남성들에게 조루와 발기 부전이 가장 흔한 증상임이 드러났다.

30대 남성에게 ‘조루’ 가장 많아
 연령층에 따른 성기능 장애의 종류별 분포는 다층적이지만, 50대 전후반을 경게로 양상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0~40대 남성의 경우 조루가 발기 부전에 비해 훨씬 큰 문제로 나타나고 있지만 50대를 넘어서면 이러한 현상이 역전되어 조루보다 발기 부전 증세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현상은 60대 이후로 들어서면 더 뚜렷해진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루는 30대 남성이 3백22명으로 가장 많고, 40대가 2백58명으로 그 다음이다. 발기 부전은 40대가 1백95명. 30대가 1백60명이고, 60대 이상은 64명이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16명이 조루를 호소해 고령에서도 조루 문제가 심각함을 드러냈다.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조사 결과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 것은 심리 요인이다. 피상담인 중 1백76명이 이러한 증상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스트레스로 1백 67명이 이에 해당한다. 음주·흡연도 중요한 원인이다. 음주·흡연·스트레스·과로를 합치면 무려 4백 34명이나 된다. 따라서 가정·직장·사회에서의 정신적 불안이 한국 남성의 성기능 장애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신체 요인은 당뇨(66명), 유전적 요인(51명) 노화 현상(44명), 전립선 이상(32명), 고혈압(31명), 척추 부위 이상(9명) 순이다.

 그렇다면 한국 남성은 성기능 장애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조사결과로 보면 대체로 ‘속앓이’만하고 잇다. 조루 경험이 2년 미만인 사람은 2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성기능 장애를 ‘안고 산다’. 반면 발기 부전이나 발기 불능 같은 장애를 1년 미만, 1년, 2년, 3년 지니고 잇는 경우는 각각 20%, 21%, 19%, 16%로 나타나, 발기 장애에 대해서는 조루보다 상대적으로 조기 치료 노력이 엿보인다고 볼 수 있다.

부부관계 교육 프로그램 개발·보급 절실
 그러나 이런 증세를 4년 이상 방치한 경우도 24%에 달해 발기 장애 역시 조속한 대응이 필요 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 남성은 성기능 장애에 대해 아직 무심한 편이다. 이는 피상담인의 87%가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전문의나 심리 치료사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한 데서 드러난다.

 발기 장애 남성의 부부 관계는 어떠할까. 조사결과를 보면 월 평균 5회 이하가 57%로, 건강한 사람의 평균 빈도보다 밑도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 피상담인의 26%가 월 10회 정도이고, 12%가 15회, 3%가 20회, 2%가 그 이상이었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한국 남성의 성기능 장애 문제는 특정 게층이나 연령층에 국한한 것이 아니고 성인 남성 누구에게서나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 된다.

 따라서 이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국가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바른 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청소년들에 대한 양질의 성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하고 구체적인 부부 관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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