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목민심서’ 펴낸 데모꾼 구청장
  • 최영재 기자 ()
  • 승인 1997.11.2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대 민선 구청장인 유영 서울 강서구청장(49)이 구청장 경험을 살려 <청장님, 요즘도 데모하십니까>라는 책을 펴냈다. 이 제목은,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시청의 도시 계획을 바꾸라고 주민과 같이 항의하다 얻은 ‘데모꾼 구청장’이라는 별명에서 땄다. 그는 권한은 없고 집행만 해야 하는 것이 구청장이라며, 피부로 느낀 지방자치의 허점을 이 책에 담았다.

 유영 구청장은 보기 드문 해외 경제통이다. 그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구청장을 지내면서 이러한 해외 유학 경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에게 도움을 준 것은 학문 연구 경력이 아니라 한 소시민으로서 지켜본 선진국의 지역 행정이다.

 그는 “선진국 공무원은 가로등을 만들고 도로를 파고 민원 업무를 처리할 때 우리 공무원과 다르다. 그들에게는 시민을 배려하는 아량과 여유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의 골목골목마다 길 이름을 달고, 집집마다 대문에 번지를 크게 써붙이고 소방전을 크게 늘린 것은 이런 해외 경험에서 우러나온 독특한 정책이다. 일선 공무원을 선진국으로 배낭 여행을 보내고 있는 것도 공무원에게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그의 소신 때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