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ㆍ신경숙 한국예술의 미래 여는 신세대예술가 6인
  • 이문재 기자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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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의 미학’바탕 인간ㆍ세상에 섬세한 시선  추천:김윤식 김사인 이남호 박덕규 임우기 오는 3월게 두 번째 창작집《풍금이 있던 자리》(가제ㆍ문학과지성사)를 펴낼 예정인 소설가 신경숙씨(30)는, 독자와의 접촉빈도로 따지면 신인 같아 보이지만, 문단에서는 이미 신인 딱지를 떼어버렸다. 지난해 그의 단편들이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내노라하는 문학상 후보에 줄곧 올랐던 것이다.

 문학상 심사위원만 그의 작품성을 높이 산 것이 아니다. 문화계 전체를 뒤흔들었던 표절ㆍ외설 시비를 통과하면 넌더리를 느끼던 92년 문단은 신경숙씨의 중ㆍ단편들을 발견하고 한국문학의 엄연한 전통과 그 생명력을 새삼 확인했다. 젊은 비평가들도 지난해 한국문학을 결산할 때에 너나없이 신경숙씨의 소설을 거론했다.

 1963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예술전문대학을 졸업하고 85년《문예중앙》신인상에 중편〈겨울우화〉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신경숙씨는 90년 첫 작품집《겨울우화》(고려원)를 선보였다.

 현미경 같은 관찰력과 안정된 구조로 그의 소설은 주목을 받았지만, 유년기의 체험에 대한 치우침이 심하고, 그래서 소설세계의 너비가 협소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이태 사이 그가 발표한〈배드민턴치는 여자〉〈풍금이 있던 자리〉〈멀리, 끝없는 길 위에〉와 같은 중ㆍ단편은 위와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그의 빼어난 문체와 묘사력, 빈틈없는 구성력 그리고‘연민의 미학??에 바탕한 인간과 세상 읽기에 대하여 문단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 여성이 사랑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정밀하게 그려낸〈배드민턴치는 여자〉는, 인물의 성격에서 이전 소설의 소극성을 극복하고 있다. 〈풍금이 있던 자리〉는 사랑의 불가능함 앞에서 머뭇거리는 한 인물의 내면세계가 얼마만큼 섬세하게 전달될 수 있는가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광주 이후 세대 매력적으로 표상??중편〈멀리, 끝없는 길 위에〉는 그 어떤 작품보다 독후감이 많았다. 평론가 김윤식씨는 이 중편이??4ㆍ19세대도 유신세대로 광주세대도??우리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세대를 매력적으로 표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90년대 작가군의 한 자화상인 이 소설은 역사ㆍ현실ㆍ운동ㆍ이데올로기와 같은 거대담론이 사라졌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拒食症에 걸려 죽어가는??이 숙??이란 인물에 담아낸다. 그 시대적 배경은 저 87년, ??거대한 것??으로 들끓던 때였다. ??80년대에 대한 부채감은 무거웠다??는 신경숙씨는 ??당대의 현실과 내가 가고 있는 문학의 길이 별개의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들은‘이편과 저편 그 거리의 아득함??속에 위치한다. 그 아득함을 이편에서 바라보는 인물들은 빼앗기고 버려지고 무너지는 불구자이다. 도처에 자리 잡고 있는 그 불구의 죽음들은??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애착으로 보인다. 때로 시처럼 읽히는 그의, 부사어가 자주 삽입되는 문장들은 1차적으로 소설 그 자체에 봉사하지만, 농경문화의 설화와 풍속, 토착어, 동식물의 생태 따위를 생생하게 복원해 소설의 부피를 확대시킨다. 그는 농경문화를 체험한 마지막 세대인 것이다.

 신경숙씨는 곧‘풍금이 있던 자리??에서 나와??끝없는 길 위??즉 현실(도시)과 미래와 마주한다. ??그 길은 불투명하다??고 신씨는 말했지만, 길 위에서의 고단함을 견뎌내며 그는 소설을 쓸 터이다. 그가 장편소설을 묶어낼 즈음이면 한국소설의 지평도 그만큼 넓어질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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