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ㆍ이명세 뛰어난 영상언어로 일상의 의미 ‘채색’
  • 송 준 기자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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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강한섭 김홍숙 이세룡 전양준 정성일 “한국영화 뉴 웨이브의 대표주자????재치로 관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감독????관객의 감수성에 호소할 수 있는 영상언어를 창출해 낸 감독??. 이것은 신예 李明世 감독(37)에 대한 평가이다.

 일상 풍경에 대한 탁월한 표현능력 보여 많은 평론가가 영상언어, 즉 표현역량이 뛰어난 연출가로 이감독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이제까지 상영된 이감독의 영화는 데뷔작〈개그맨〉(88년)과〈나의 사랑, 나의 신부〉(91년) 두 편뿐이다. 최근 편집이 끝난 세 번째 작품〈첫사랑〉은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데뷔작〈개그맨〉(88년)은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예고해주었을 뿐, 작품으로도 상품으로도 범작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명세 영화의 특징은 대중성이다. “가장 일상적인 이야기를 아주 비일상적으로 그려내는 영상기법, 그것이 이감독의 표현술??이라고 영화평론가 강한섭씨는 지적한다. 이감독의 영화는 우선 재미있다. 훈훈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친근하다.

 그의 작품은 구석구석에 코미디 적 요소가 깔려 있다. 이미 나온 두 편은 잔잔한 코미디물이다. 〈첫사랑〉은 멜로물이면서 곳곳에 희극적 반전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간의 한국영화가‘웃음의 미학??을 도외시했거나 능력부족을 드러냈음을 상기한다면 이명세씨의??웃음??은 한국영화의 한 가능성이다.

 이감독의 영상언어는 충무로에서 배양된 것이다. 70년대 말 서울예술전문대학을 마치면서 그는 바로 충무로 영화계에 뛰어들어, 김수용 김정일 홍 파 배창호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며 영화와 영화 환경을 배웠다. “나는 일상에 담긴 기호를 주목한다. 일상과 인간이 역는 의미망을 가장 대중적인 호흡으로 옮기기 위해 고민한다??고 그는 말한다. 예컨대??기다림??을 그릴 때 이감독은 그로 인한 긴 지루함과 조급함, 또는 짜증 따위와 가장 가까운 일상의 풍경을 찾아내려 애쓴다. 이것이 그가 추구하는??보편적 언어??이다.

 탁월한 그의 표현능력은 그러나, 스스로 극복해야 할 한계가 되기도 한다. 표현에의 치중이 자칫 그로 하여금 현실세계의 진실을 꿰뚫어보기보다는 공허한 허구의 시계, 막연한‘낙관적 일상??의 세계로 끝없이 침잠해가도록 방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이세룡씨는“그의 영상이 언제까지나 시장바닥 같은 현실을 피해 다닌다면 사람들은 그의 낙관주의가 당의정에 불과하다고 오해할 지도 모른다??라고 그의 낙관적 세계관을 지적한다. 또 김종원씨는 그의 주무기인 표현기법에 대하여??에피소드나 대사를 통해 장면마다 꿈을 담아내는 그의 기법은, 한편으로는 인생의 깊이를 담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라며 분발을 촉구한다. ??대중성만으로 거장을 꿈꿀 수는 없다??는 많은 평론가들의 염려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그의 영화에서 어떻게 극복될 것인지 기다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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