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가 동교동 가는 까닭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2006.05.0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문제 해결ㆍDJ 지지자 끌어안기…결과 불투명 왜 김영삼 차기대통령은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대중씨를 꼭 만나려 하는가. 최근 민자당 광주시 지부장인 이환의 의원은 차기대통령에게 두 가지를 건의했다. 지역감정 해소와 국민 대화합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취임 후 첫 나들이로 망월동 묘지를 방문해달라는 것과 광주 민주화 운동 때 죽은 사람들의 유족을 만나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차기대통령은 현지 분위기를 살피면서 이의원의 건의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적극 검토 중이다.

 현재 광주문제 해결을 위해 제기된 방안으로는, 첫째 망월동 묘역 성역화, 둘째 상무대에 기념탑과 기념관 건립, 셋째 특별법 제정을 통한 광주시 명예회복 및 사면복권, 넷째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이다. 차기대통령은 네 번째 것만 빼고는 모두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광주 유족을 비롯한 현지 사람들은 네 번째 항목을 가장 중요시한다.

 차기대통령은 광주문제를 하루 속히 종결하고 싶어한다. 그렇지 않으면 광주문제는 집권 기간 내내 부담이 될 것이다. 그는 광주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우선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를 예정보다 앞당겨 실시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월 초 일본 <아사히신문>과 가진 대담에서 단체장선거를 95년 6월 이전에라도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차기대통령은 단체장선거를 통해 호남인 스스로 지역 지도자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달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단체장선거가 호남 지역의 민심을 호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차기대통령은 지역의 자치권을 대폭 강화할 생각이라고 한다. 단체장선거를 통해 지방자치제를 완전히 실시한다면 이는 그의 민주화 업적으로도 꼽힐 것이다.

 “YS는 광주문제를 피상적으로 파악한다?? 다음으로 차기대통령은 인사 정책을 통해 호남 출신 인사를 많이 기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부분 김대중씨를 지지한 호남사람들의 악화된 감정을 완화시키려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다. 임기응변적인 조처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과거 여권에 몸담았던 호남 출신 인사가 등용 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초 <광주일보> <전남일보>등 광주에서 발행되는 신문은 차기대통령 측근의 말을 인용해 그의 광주문제 해결 방향과 관련한 기사를 시리즈로 보도했다. 차기대통령은 김대중씨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항을 수용하고 그와 함께 망월동 묘지를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동교동측은“YS의 언론 플레이??라며 ??아직도 광주문제를 피상적으로 파악하려는 한심한 작태??라는 반응을 보였다. 동교동측은 차기대통령이 망월동 묘지를 김대중씨와 함께 방문함으로써 광주문제를 선언적으로 종결해버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차기대통령이 김대중씨를 만나려는 이유는 명백하다. 광주문제를 종결하고 호남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김대중씨의 힘을 빌리려는 것이다. 그는 김대중씨와 만나 망월동을 함께 방문하는 문제를 상의하고, 중용할 호남 출신 인사를 천거해달라고 부탁하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동교동측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인물을 추천하는 것은 정치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곤란하고, 망월동 묘지 방문은 국내 정치가 잘 안 풀릴 경우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기대통령이 동교동을 방문하고자 하는 좀더 절실한 이유는 또 있다. 차기대통령이 얻은 표 가운데 30%정도가 부동표에서 간 것이고, 대부분 온건보수 성향으로 분석된다. 그를 지지한 유권자는 특정 사안 앞에 비교적 유동적이고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김대중씨를 지지한 8백4만 유권자는 호남 지역 출신이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주관과 가치관이 뚜렷한 적극적 지지자다. 목소리가 큰 김대중씨 지지자가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면 1백90만 정도 더 많은 차기대통령 지지자보다 영향력이 클 수도 있다. 최소한 그들의 묵시적 동의를 얻지 못하면 국정 운영이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차기대통령은 김대중씨를 지지한 호남사람들의 허전함을 달래주어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 차기대통령은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김대중씨의 협조를 구해야 할 입장이다. 그는 김대중씨와의 회동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