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체제냐, 3당체제냐 국민당 위기…차기대통령‘정국 구도’ 따라 좌우될 듯
  • 서명숙 기자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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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출적 상황이 꼬리를 물고 전개되고 있다. 국민당 鄭周永 대표는 12일 검찰의 소환방침이 통보 된 후 13일 극비리에 일본으로 출국하려다 좌절한 데 이어, 검찰의 2차 소환장 발부시한을 하루 앞둔 15일 느닷없이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국민당 관계자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해하기 힘든?? 돌발 상황이 연출된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정대표는 좌절감과 초조감을 감추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며 거듭 악수를 두어왔다. 전날 “검찰 소환은 야당탄압이므로 절대 불응한다??는 의원총회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자진 출두는, 정대표 자신의 설명대로 ??악법도 법이므로 국민의 한사람으로 법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좌절감과 갑갑함에서 벗어나 외국에서 잠시 머물면서 최소한의 휴식이라도 취하기 위해서는, 법무부가 요구하는 대로 하루빨리 조사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인가. 이를 둘러싸고 정가 일각에서는 정대표의 정계은퇴를 둘러싼 모종의 정치적 협상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게 아니냐 하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한편 검찰조사에서 정대표는 △한국은행 3천억원 정치자금 발권 주장 △공산당 허용 발언 △현대계열사 사장단 대책회의에서 협조 요청 등 대통령선거법 위반과 허위사실 유표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된 사안에 대해 그 진의가 잘못 전달됐거나 당 관계자들에 의해 제기된 문제라며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그러나 혐의내용 중 상당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나 관련자의 증언이 검찰에 입수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사법처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대표의 자진출두ㆍ사법처리 이후 국민당의 장래는 매우 불토명하다. 이와 관련해 정가에서는 차기대통령이 일련의 압박과정을 통해 정대표의 정계은퇴를 유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국민당을 공중분해 시키는 상황까지 밀어붙일 것이라는, 이른바 ‘국민당 해체전략??이 거론된다. 지난 86년 李敏雨 총재가 이끌던 제1야당 신한민주당을 하루아침에??빈껍데기??로 만든, ??마음먹은 일에 대해서는 저돌적이고 단호한?? 차기대통령 특유의 정치행태가 그 근거로 제시되는 것이다.

 기금백지화, 폭발요인으로 잠재 그러나 민자당 관계자들은 ‘의도적인 해체전략?? 가능성을 일축한다. 정대표의 잇단 자충수로 이미 정치적ㆍ법률적ㆍ도덕적 명분을 두루 상실한 국민당에 의도적인 전략을 가해 야당을 탄압한다는 명분을 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민자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당은 야당으로서 존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명력인 명분조차 스스로 거둬들였다??면서 ??국민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생명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국민당과 민주당은 현재의 상황을 “야권의 기본적인 생존이 위협당하는 상황??으로 규정하고 소환정국 이후의 상황에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28일 임시국회를 소집하겠다고 벼르지만, 정대표 자신의 자충수로 말미암아 그 정당성을 상당 부분 잃었다. 따라서 임시국회에서 효과적인 야권공조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국민당의 생존 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은 비단 외부상 황만이 아니다. 정대표는 12일 “당 발전기금 2천억원 조성은 없었던 일로 해두자??라고 말해,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 결속과 공당화의 가장 큰 디딤돌을 걷어차는 정치행태를 보였다.

 이런 결정이 대선이 끝난 상황에서는 더 이상 돈을 투자할 수 없다는 기업인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본인은 현재 강력히 부인하지만 ‘2선 후퇴????정계은퇴??를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인지는 불분명하다. 물론 지난 14일 긴급 의원총회는 ??2천억원 기금을 비롯해 어떤 돈 문제도 당분간 거론하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이것은 적전분열로 공멸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임시 봉합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돈 문제는 가뜩이나 결속력이 약화된 당 구성원들을 급속하게 원심 분리시키는 가속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내우외환을 겪는 ‘국민당의 붕괴??는 어떤 속도로, 얼마만한 강도로 진행되는가 하는 것만 남았다는 관측마저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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