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만장일치는‘환상’
  • 장 미셸 쿠스토(쿠스토협회 수석부회장)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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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에서 엑슨발데즈의 원유가 유출된 일이나 걸프전쟁으로 페르시아만이 원유로 뒤덮인 일은 끔찍한 환경 재앙이다. 보이는 것은 기름으로 뒤덮인 해안과 오염된 해양 생물이 전부였다. 이보다 훨씬 더 위험했던 일은 옛 소련의 체르노빌에서 있었던 핵폭발 사고였다. 체르노빌 사고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 사고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직 연구 과제로 남아 있다. 신문에서 대문짝만한 제목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새로운 화제에 눈을 돌린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거짓으로부터 진실을 구별하기 위한 실험을 하느라 여전히 바쁘다. 앞으로 공공정책을 이끄는 지침으로서 과학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환경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더 이상 과학은 논쟁이나 논란거리로부터 면역된 영역에 눌러 앉아 있을 수 없다.

 작년 여름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과학보좌관 앨런 브롬리 박사는 세계 기후 변화와 관련된 자료의 해석을 둘러싸고 앨 고어 상원의원의 공격을 받아 곤경을 겪었다. 고어 의원은 지구 온난화 가능성에 관해서 대통령이 과학적 입장만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브롬리 박사는“대기중의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실 효과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가설에 대해 어떤 명확한 증거도 잡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대기 속으로 이산화탄소를 계속 내뿜는다면 결국 분명히 잡게 되긴 하겠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고어 의원은 이러한 접근은 대통령에게 지구 온난화 연구에 너무나 많은 불명확성이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심어주어 행동을 미루게 할 뿐이라고 응답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선진국 지도자들과는 달리 이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정확은 위험하지만 조심스런 과학에는 짜증?? 완벽한 과학적 진실을 얻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문제를 한번에 한 조각씩 다루며 조금만 앞서 나간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정책에 반영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어렵다. 과학적 발견은 여러 조건과 복잡함으로 가득 찬 정의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권위 있는 과학 잡지《네이처》최근호에는 걸프전쟁 이후의 페르시아만 오염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전쟁이 끝난 뒤 페르시아만 바닥과 연체동물 표본에서 검출된 탄화수소의 축적도는 오히려 전쟁 전보다 낮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걸프전쟁 중에 누출된 오염물질이 이 지역의 바다 생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너무 단순한 추론이다. 걸프전쟁 중에는 원유 수송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페르시아만의 원유탱크 사고나 자잘한 누출로 인한 일상적 오염이 일어나지 않은 결과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따라서 전쟁 전과 후가 똑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작년《네이처》에는 더 놀라운 기사가 실렸다. 86년 체르노빌 사고를 겪은 벨라루스의 어린이 중 갑상선암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체르노빌 사고로 최고의 방사는 피해를 겪은 고멜 지역에서 특히 심했다. 69년부터 89년까지는 해마다 평균4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던 것이 91년에는 55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세계보건기구 과학팀은 이 결과를 연구하고“벨라루스 사태는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발암 효과가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 다른 생생한 논란은 알리에스카 파이프라인 회사를 위해 알래스카의 프린스 윌리엄 지역에서 행해진 연구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이 연구는 발데즈 주변 대기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젠이 계속 증가하는 점에 대해 이 회사의 파이프라인 기지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조사했다. 결과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며, 기껏해야 벤젠 증가분 가운데 4분의1정도의 책임만 있다는 것이다.

 알리에스카사는 벤젠 방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리다가 이 연구를 추진했다. 그러나 프린스 윌리엄 지역시민자문회의의 의뢰를 받은 다른 연구진은 알리에스카사의 연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은 파이프라인 기지가 벤젠 확산 추세에 90%가량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누가 옳은 것인가. 우리는 어떤 결론을 따라야만 하는가. 환경과 경제의 총체적 위기를 안은 이 새로운 시대가 진전할수록 과학은 더욱 논란의 최전선에 서게 될 것이다. 부정확과 혼란은 위험한 것이지만 과학의 지나친 조심스러움에 짜증이 날 때도 있다.

 물론 최선책은 자세한 정보와 신뢰성 있는 평가이다. 우리는 사실에 근거한 처방과 해결책, 그리고 윤리를 찾아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의 복지와 운명을 결정할 진실에 다가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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