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화 추세로 얼굴도 ‘세련’
  • 조용진 교수(서울교대·미술교육과)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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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이동 · 서양식 식사 등 변화로 턱 작아지고, 얼굴 볼록 · 눈썹 진해져


 

아담과 이브과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먼 옛날 우리 한국인의 조상은 어디서부터 어떤 이유로 이 조그만 땅에 와서 살게 되었을까. 그리고, 내 얼굴 모양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보는 의문이다.

민족이 형성된 과정을 추찰할 때 대개 적용하는 방식으로 우리 한국의 민족형성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이 땅에 이주해와 한반도라는 유전자 풀에 최초의 색소를 뿌린 이들이 어떤 형질의 누구이며(利住, 渡來), 이들이 한반도라는 환경·풍토에 적응하는 동안 어떠한 양태로 변화되었고(變形), 여기에 다른 색깔의 유전자를 뿌린 이들은 누구이며(混血), 이에 따라 점점 색깔이 변하여 급기야는 유전자 풀 전체가 처음과는 다른 색깔로 균일화된(置換)시기가 언제부터일까, 그리고 그들의 생김새는 어떻게 생겼을까로 요약될 것 같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개인의 외모와 사고방식은 그 기본적인 틀을 양친으로부터 유전자 배합에 의하여 물려받는데, 여기에 환경적 인자의 영향이 30%쯤 작용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환경인자는 단지 발현의 정도에 관계할 뿐 우리 외모의 구조와 형태를 결정짓는 데는 유전자의 영향이 거의 절대적이다.

앞니의 형태를 예로 들어 본다. 우리에게는 뒷면이 부삽처럼 오목한 사람과 평평한 사람 두 종류가 있는데, 이것은 앞니 형태를 결정짓는 유전자형이 두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썹을 보아도 진한 형과 연한 형, 눈동자가 작은 형과 큰 형, 쌍꺼풀도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지 유럽인들처럼 여러 타입이 있지는 않다. 이것은 우리의 외모가 의외로 몇 개 안되는 형태소의 조합에 따라 구성돼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가 발현한 결과인 외모의 형태소를 자세히 분석하면 우리 한국인의 체질적 특성 및 주변 종족과의 유연관계, 나아가 한민족의 아이덴티티를 더 명확히 하는 근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두개골 모발 눈썹 눈 코 입 귀 모양을 각각의 형태소로 나누어 그 조합상태를 분류하여 보면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는 서양인이 보기에 전형적 동양인으로 보이는 얼굴형이다. 즉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 살고 있는 유전자형으로서(그림1), 김영삼 차기대통령같이 중국 사람 같기도 하고 일본 사람 같기도 하여 친근감을 주는 형이다. 흔히 이런 얼굴을 동안형(童顔型)이라고 하여 관상이 좋다는 말을 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인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YS 얼굴은 전형적 동양인

이런 형의 얼굴 모양은 대체로 둥글고, 코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이마가 동그랗고 넓어서 영리해 보이며, 모발은 검고 가는 직모이며 흰머리는 많지 않다. 눈에 엷은 쌍커풀이 있는 이가 많고 눈썹 색이 옅으며, 눈두덩이 넓어서 성격이 모나 보이지 않는다. 대개 귀는 크지 않고 동그란 모양에 귓볼도 보통 크기이다. 전체적 인상으로는 탤런트 김혜수, 하희라가 여기 속한다.

두 번째 형은, 비록 수가 많지는 않으나 한국이라는 유전자 풀에서 뚜렷이 존재를 과시하는 유전자형이다. 얼굴은 네모지고 납작해 보이고, 체격이 작달막하고 다부지나 목은 가늘다. 팔꿈치에서 손목 사이와 종아리가 비교적 짧으며, 눈썹이 진하다. 눈은 크고 쌍커풀이 있고, 콧방울이 커서 주먹코·개발코 형이다. 역사상 인물로는 오성 이항복, 우암 송시열 같은 이가 있고, 지금은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 탤런트 채시라 등이 이에 속한다고 보겠다.

위 잇몸과 윗니가 짧고 작아서 합죽이 인상이 맡고 입술은 두터운 편이다. 또 피부가 두터워 보이고 얼굴에 요철이 심한 편이다. 대개 대머리이며 체모가 많고, 곱슬머리도 이 형에 많다. 이런 형의 조상은 빙하시대 말기에 빙하지대가 북상하면서 바뀌는 식생대를 따라 해로를 통하여 남쪽에서부터 도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2). 이런 형중에 흔히 일본인 같다는 말을 듣는 이가 있는 것은 이런 형이 우리보다 더 남쪽인 일본에 유전적 영향을 많이 미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뚜렷이 분류되는 형은 키가 크며, 얼굴은 길고 중앙부가 돌출하고 아래로 뾰족하여 고구마처럼 생긴 형이다. 유명인 중에 정주영 국민당 대표, 가수 이문세·유 열, 역사상으로는 임경업 장군을 들 수 있다. 눈썹은 흐릿하고 수염 등 체모가 적으며, 콧등이 긴 편이나 코에 살집은 많지 않다. 입술이 얇고 귓볼이 없는 칼귀형이 많다든지, 쌍꺼풀이 없는 가는 눈매에 눈동자도 작다든지, 대체로 한랭지에 적응한 체질로 보이는 형이다. 1만8천년 전쯤 혹심한 빙하기에 시베리아에서부터 해돋는 동쪽으로 서서히 동남진하여 빙하가 풀린 1만년~6천년 전쯤에는 만주를 통하여 한반도에 들어와 유전적 영향을 가장 강하게 끼친 형으로 생각된다.

“동서 간의 배합, 태백산맥이 막았나??

이들의 이주 경로는 대체로 한반도를 종단하여 김해 지방까지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흔히 말하는 기마민족 유입설은 이 형의 형태소를 가진 조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역사시대 이후의 한국인 얼굴은 이 세가지 형이 기본이나 혼인에 의하여 유전자가 섞이면서 다양한 얼굴형으로 전개된 것 같다. 즉, 동안형에 고구마형이 합하여 강영훈 전 총리, 탤런트 원미경 같은 형이 나왔는데, 대개 서북지방인 평안도 출신자에게서 이런 형을 많이 볼 수 있다. 여기에 합죽이형이 가미되면 김종필 최고위원 같은 호서형이 되고, 또 동안형의 영향이 더 크고 고구마형이 적게 작용하면 김대중 전민주당 총재 같은 서남형이 된다.

우리나라는 지형상 동쪽에 태백산맥이 막고 있어서 남북 간의 유전자 배합보다 동서 간의 배합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동쪽에서는 북쪽에서 동해안을 따라 내려온 고구마형이 동남편에 자리잡고 있던 합죽이형과 결합해 노태우 대통령 같은 형이 되었으며 이른바 대구미인도 이런 유전자 결합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역사시대를 통하여 서서히 진행된 이같은 과정은 6· 25에 따른 급속한 인구 이동, 70년대 이후의 공업화에 따른 인구 재배치, 의식주같은 생활양식의 서구화 등 환경인자의 변화에 의하여 이 기간에 성장기를 맞은 젊은 신세대들의 얼굴에 비교적 뚜렷한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새로운 얼굴로 바뀌고 있는 조짐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실제 한국인 전체의 평균치는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성장이 거의 끝난 20세 신세대에게서 발견되는, 비록 적지만 공통적이고 일관된 현상은 수십년 이내에 우리의 얼굴 모습과 인상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한다(그림 4). 키와 이목구비의 절대수치가 전체적으로 커진 대신 서양식의 무른 식사로 인하여 턱은 작고 뾰족해졌으며, 광대뼈도 작아지고 두개골도 얇아졌다. 거기에 상대적으로 얼굴이 볼록해졌고, 진한 눈썹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 신세대 한국인의 인상은 이제까지의 구세대 보통 한국인보다는 세련된 모습이다(표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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