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웃긴 ‘괴짜’ 들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1998.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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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를 읽으면 시대가 보인다는 말처럼 유머는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반영해 왔다.탐 욕스런 권력층과 재벌을 ‘입 큰 개구리’에 빗 대는 등 정치 풍자가 주류를 이루었던 80년대

이전과 달리,90년대 들어 등장한 유머들은 다양성 시대의 개막을 알리고 있었다.

  90년대 초 등장한 최불암 시리즈는 기성세대의 무능함. 고지식함을 풍자했다. 귀가 길에 강도를 만난 최불암은 죽도록 얻어맞으며 강도 에게 대항하지만 결국 지갑을 빼앗기고 만다. 지갑에든 것은 단돈 3천원. 그 돈 때문에 목숨을 걸었느냐고 강도가 힐책하자 최불암은 발끈한다. “양말 속에 숨긴 10만원 때문에 그랬지.“

  최불암 시리즈는 90년대 중반 ‘간 큰 남자 시리즈‘로 변용되었다. 바뀐 성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부장 의 권위를 고집하는 ‘간 큰 남자’들은 최불암의 복제 판이나 다름없었다. 정치 풍자도 여전히 맥을 이어갔다. “ 나는 애무(외무)나잘해“ 같은 사투리로 김영삼 대통령을 조롱했던 ‘YS 시리즈’는 표준어 발음뿐 아니라 국정 전반 에 취약한 최고 통치자를 빗 대고 있었다.

  같은 시기 신세대들은 덩달이 .펭귄. 만득이 시리즈처럼 ‘썰렁함“ 웃음의 기폭제로 삼는유 머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컴퓨터 통신을 통해 자기가 만든 최신 유머를 단 하루 만에 퍼뜨리는 ‘웃음의 대량 유통 시대’를 열었다.

  거품 시대가 지나간 지금, 사람들은 다시 사오정 이라는 물귀신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바닥까지 추락 시킨 집단들을 야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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