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두 번 가두는 ‘철창 너머 철장’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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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에도 보안 관찰 등 ‘족쇄’… 미복권자도 반쪽 자유

지난해 10월 김천소년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한 손민영씨(남조선노동당 사건 관련자 · 5년복역)는 출감이후 지금까지 10여차례나 관계기관원의 달갑지 않은 방문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당신은 보안관찰 대상이니 기관에 출두해 당사자임을 신고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손씨를 괴롭히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손씨는 관할 경찰서 대공과 형사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며 감시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손씨는 집 전화까지 도청당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다른 전화기에 비해 신호음이 늦게 떨어지고, 통화상태도 영 시원치 않아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출소할 당시 손씨는 교도소측으로부터 ‘보안 관찰’에 대해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손씨의 진술이나 정황으로 미루어, 손씨는 보안 관찰대상임에 틀림없다.

 일단 보안관찰 대상자가 도면, 1주일 이내에 관계 당국에 신고하고, 다시 3개우러 단위로 당국에 출두해 중요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신고내용’이다. 하다못해 친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미주알고주알 고해 바쳐야 하는 것이다. 당국은 이 같은 신고 절차를 대상자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 악용할 소지가 있다.

 현재까지 누가 보안관찰 대상이며, 대상자수가 얼마인지 당국이 공개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 사이에서는 ‘웬만큼 알려진 공안 사건 관련자로서, 3년이상 징역을 살고 출소한 사람이면 모두 해당한다’는 얘기가 정설로 되어 있다. 7~8년 전쯤, 보안 관찰 대상자가 수백명 단위라는 당국의 비공식 언급이 있었던 사실과, 그 뒤로도 공안 사범 수가 결코 줄지 않은 사실을 미루어, 현재 보안 관찰 대상자는 최소한 수백명인 것으로 보인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양심수를 괴롭히는 것은 보안 관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형 선고 때 병과되는  ‘자격정지’도 또 하나의 굴레이다. 자격정지 선고를 받은 사람은, 비록만기 출소 또는 사면 조처로 석방되더라도 일정 기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 국가 고시에 응시할 수 없다. 공무원에도 임용될 수 없다.

 92년 사노맹 호남위원장이라는 이유로 구속 되었던 고 원씨는 자격정지라는 멍에 때문에 상당한 고초를 겪고 있다. 95년10월 만기 출소한 고씨는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해 현재 박사 과정을 밟고 있지만, 공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연구소에 들어가 경력을 쌓을 기회도 봉쇄되고, 그 흔한 ‘조교’자리조차 미복권자라는 이유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복권되지 않은(미복권)양심수는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미복권자 중에는 방북 사건으로 잘 알려진 임수경씨, 전대협 의장이었던 임종석씨, 전 감사원직원 현준희씨, 그리고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으로 유명한 홍세화씨 등이 포함되어 있다. 김영삼정부 출범 때에는 시국 사범 5천8백23명이 사면 · 복권 조처되었으나, 지난 3 · 13특별 사면에서는 혜택이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지명 수배자들도 ‘창살없는 감옥’에 갇혀 살아가기는 마찬가지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 · 전국연합 등 인권 · 재야 단체에 접수된 수배자는 고작 10여명이지만, 수배 대상자 대부분이 아직 한총련을 탈퇴하지 않은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수가 훨씬 더 불어날 것이라는 것이 인권운동 관계자들의 얘기다. 양심수 가족과 인권 단체들은 새 정부가 진정한 국민 대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양심수 전원 석방과 민주 인사에 대한 사면 · 복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며 대대적인 추가 사면 · 복권을 촉구하고 있다.      
朴晟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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