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들의 프로선언?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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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동호회 주최‘네티즌 연극제’성공… 영화부문도 활성화

 아마추어 연극인들은 스스로에게 놀랐다. 통신 동호회 다섯이 연대해 준비한‘네티즌 연극제(3월1일~15일)’가 기대이상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통신 동호회가 애호가수준을 뛰어넘어 문화 생산의 주체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마추어인 이들이 기성 극단 못지않은 공연을 마련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기. 통신인들의 생활을 소재로 삼은 창작극 <야간비행>에서 뛰어난 코믹연기로 박수를 받은 김종근씨(22)의 동호회 예찬이 그 답을 일러준다. 고등학교 연극부 출신으로 배우가 꿈인 그는‘연기학원보다 통신 동호회가 더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연극을 본 뒤 함께 토론하고, 직접 연극을 만들어 봄으로써 연극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의 기획자들은 모두 직업(또는 학업)을 갖고 있다. 공동기획단‘나유천하넷’의 대표 기획 이운영씨(33)는 연극에 향수를 갖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며, 천리안 동회의 대모로 불리는 최윤정씨(31)는 유치원교사로 일하고 있다. 나우누리 대표 심지영씨(21)는 통계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영화 동호회들의 연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나우누리 영화동호회‘빛그림 시네마’의 조은성시(26)는 연합회를 구성해 오는 4월 네티즌 필름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그는 최근 통신사 전 · 현직 대표들과 함께 영화 기획사‘프레임25’를 차렸다. 통신인을 위한 시사회를 따로 마련할 정도로 통신의 영향력에 주목하는 영화계가 정작 그들의 요구에는 무관심하다고보고, 제3세계 영화와 한국의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행사를 열어 네티즌의 갈증을 풀어줄 계획이다. 광고 분야에서도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샘이 생겼다. 4대 통신 동호회 시솝 출신 30여명이 모여 만든 웹진 <애드진>(www.adzine.net)은 대안적 광고 잡지이다.

 동호회 활동에 적극적인 네티즌들은 사이버란 힘들여 배워야할 지적인 영역이 아니라, 참여하는 마당이라고 강조한다. 통신은 기계와 대화하는‘별난 짓’이 아니라 사람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장이라는 것이다. 오프모임 · 번개치기는 통신에만 존재하는 문화다.

 조은성씨의 경험 한 토막.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밤12시에 해운대 앞, 술 먹고 싶은 사람 모이라’고 번개를 쳤더니 순식간에 15명이 모였다. 네티즌이라는 일체감, 영화라는 공통 주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통신 동호회는 이런 관심을 한데 녹여내는 문화의용광로인 셈이다.                                              
魯順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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