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완벽한 건축은 없다”
  • 소성민 기자 ()
  • 승인 1998.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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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교수 사진집<종묘> / 정전 · 영녕전의 정밀성에 초점 맞추어

중견 사진 작가 배병우 교수(서울예전)는 96년부터 2년여 동안 찍어 온 서울 종묘의 면면을 사진집으로 묶으며, 종묘의 매력을 이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최고다. 땅끝까지 가려는 듯 낮게 퍼져 가면서 그처럼 장엄한 느낌을 주는 건물은 종묘 밖에 없다.”

 사진집 <종묘>의 탄생은 95년 유네스코가 종묘를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한 데서 말미암았다. 종묘의 진가에 눈뜬 삼성문화재단이 배교수에게 종묘의 건축미를 카메라 앵글에 담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긴 담장에 둘러싸인 묘정, 보는 이 압도
 그때부터 배교수는 천 롤 가까운 필름을 소비하며 종묘의 매력에 빠져들어다. 눈 덮인 순백의 종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눈 덮인 순백의 종묘를 담는 데만 백 롤 넘게 썼다. <종묘>에는 정전·영녕전 등 건축물과, 종묘 제례 광경을 담은 70컷 이상의 대현 흑백·컬러 사진들이 실렸다.

 배교수는 종묘가 ‘완벽한 비율’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라고 평했다. 비율의 완벽성이란 조화와 균형의 미에 있는 것이지, 절대적 비율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배교수는 석굴암의 본존불이나 나한상들의 ‘완벽한 몸매’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한적이 있다.

 횡으로 뻗은 지붕과 뒷벽, 엄정한 반복과 대칭을 이루는 기둥 배열, 단순 간결한 기품을 드러내는 기와나 벽돌 들은 종묘의 자체 완결적인 건축구성을 보여준다. 특히 긴 담장에 둘러싸인 묘정과 정전(正殿·국보 제227호) 자아내는 공간의 정밀성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종묘를 ‘상징’ 해 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세부에 대한 앵글은 생략했다. 건축 사진이어서 극단적인 상징은 곤란했지만, 단순한 건축물로 다루기에는 종묘가 주는 느낌이 너무도 강했다.”

 종묘가 조선조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안치한 신령스러운 처소여서 배교수는 가랑비 오는 날, 혹은 해가 막 떨어진 직후의 종묘를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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