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은 없고 ‘꿈’만 큰 청사진
  • 박성준. 송준. 김은남 기자 ()
  • 승인 1998.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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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개혁 방안에 내부 문제점 해결책은 거의 전무

서울대가 지난 2월에 내놓은 ‘서울대학교 장기 발전 구상’ 보고서에는 이 대학이 국제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각종 방안이 ‘장밋빛 미래’와 함께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예산 부족과 제도 미비를 탓하는 대목은 있어도, 서울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자기 반성을 하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은 없다.

 <대학백서>(96년) <서울대학교법 제정에 관한 연구>(96년) <서울대학교 2000년대 미래상>(95년) <연구 중심 대학 육성 방안 연구>(94년)등 몇 년 사이에 서울대가 펴낸 공식 문건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은 되풀이된다. 즉 서울대의 뒤떨어진 부분을 다른 대학과 비교해 가며 스스로 환부를 찾아내 치유책을 찾으려는 노력은, 적어도 이 대학의 공식 문건에서는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단적으로 이를 보여 주는 증거는 서울대의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은 ‘대학 사회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학문간 동종 번식의 원인이 된다’고 해서 그동안 줄곧 비난의 표적이 되어 왔지만, 각종 서울대 개혁안에 이 비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포함한 적은 없다. 또 다른 예는 교수의 정년과 관련된 대목이다. 서울대 내부에서도 개선 논의가 있어 왔지만 이번 구조 조정안에서도 역시 이 부분이 빠져 있다.

 서울대가 구조 조정을 검토하면서 예산 부문과 관련해 고작 마련한 것은, 97년 현재 전체 예산의 46.5%에 이르는 국고 지원 비율을 2030년까지 30%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그나마 국고 지원 비율의 목표만 정했을 뿐, 자체 운영 자금 마련 방안이나 예산 절감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서울대가 교수 연구 부문의 경쟁력과 관련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수들의 연간 국제 저명 정기학술지(SCI 등재) 논문 발표 실적은 지난해 2.7편으로서 미국 주립 대학과 대등한 수준이며, 최근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서울대가 진정으로 자구의 몸부림을 보이지 않는 한, 많은 국외자들은 서울대의 이번 구조 조정을 또 한번 삐딱하게 바라볼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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