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타고 강남간다
  • 김 당 기자 ()
  • 승인 2006.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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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주시범 운항‘헬기 교통시대??… 잠실-김포노선 인가신청



다른 때와 달리 이번 설날 연휴 때는 두 종류의 헬리콥터가 고속도로 상공을 누볐다.

그 둘은 기종도 달랐지만 무엇보다 쓰임새가 달랐다. 하나는 명절 귀성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고속도로 순찰용 경찰 헬기였거나 언론사의 취재용 헬기였다. 이들은 교통혼잡을 해소하려고 뜬 자가용 헬기다. 다른 하나는 서울 잠실헬기장과 무주 리조트 사이를 오간, 말하자면 교통혼잡을 피해 가려고 뜬 운송사업용 헬기였다. 바야흐로 우리나라에서도 헬기 교통시대의 막이 오른 셈이다.

교통부 항공국 집계에 따르면 현재 군용·경찰용 둥 국가 항공기를 제외한 민간 헬기는 36대다. 이 중 부정기항공사업협회 회원사들이 가진 운송사업용 헬기는 23대다. 사단법인인 부정기항공사업혐회는 회원사의 각출금 3억원을 들여 지난해 12월말 잠실헬기장을 설치하고 신년 연휴에 이어 설날 연휴에도 잠실-무주 왕복 코스를 ‘시범 운항??했다.

서울항공 인터내셔널(대표 노승영)이 여행사를 통해 스키장이나 휴양지를 찾는 승객을 모집해 운임(편도 6만5천원)을 받고 헬기를 띄운 이번 시범 운항은 엄밀히 말해 부정기적인 전세기 운항이다. 현행 항공법은 부정기 항공운송은 주 4회, 월 15회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 정기 항공노선은 승객이 한사람만 있어도 뜨는데 ‘부정기??는 말 그대로 손님이 차면 뜨고 손님이 안차면 안뜰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번 헬기 운항은 정기와 부정기의 중간 형태로 외국에서 보편화된 이른반 커뮤터(지점간 운송) 사업이 정착할 수 있는지 가늠할 시험 비행인 셈이다.

아직은 탐색전…대기업 참여 늘 듯

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지점간 운송사업 인가를 신청한 데는 서울항공 한곳뿐이다. 서울올림픽 때 순수 항공운수업체로 출발한 서울항공은 커뮤터사업에 의욕을 보여 잠실-김포 공항 노선 인가를 신청해 놓고 있다. 교통부 항공국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2월 안에 노선 허가가 날 것 같다고 한다. 17분쯤 걸리는 잠실-김포 헬기 운항 요금은 2만3천원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헬기 자체가 고가품 (약 30억원)인 데다가 연료비가 많이 들고 대략 수송이 어려워 국내선 여객기 운임에 견주면 비싼 편이다. 그러나 부정기항공사업협회 김기영 사무차장은 “갈수록 육상 교통체증이 심각해짐에 따라 근접성이 뛰어나고 탑승 절차가 간편한 헬기나 경항공기를 이용한 커뮤터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커뮤터사업의 주요 장애 요인인 이른바 P-73(수도권 민간항공기 비행금지구역)을 완화하는 문제를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사업 활성화와 관련해 관심을 끈다. 협회에 따르면 P-73이 축소돼 한강 상공이 항로로 개방되면 잠실-김포 구간의 경우 그동안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여 여의도 주변 상공을 통과하지 못하고 관악산 남쪽으로 우회하던 비행기들이 한강 상공을 날아 행주대교를 거쳐 김포공항으로 직행하게돼 비행시간을 7-8분쯤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부정기 항공사업에 참여한 업체는 선경그룹이 자본금을 댄 서울항공(보유 헬기 5대) 말고도 한진그룹 계열 한국항공(고정익 포함 13대)  삼성항공(2대)  현대정공(2대) 등 대기업이다. 그러나 지점간 운송노선 인가를 신청한 곳은 서울항공뿐인 것으로 보아 아직은 커뮤터사업이 업계의 탐색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항공 항공운항사업팀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 전세기 운항 이상의 본격 참여 계획은 없다고 밝힌다. 그러나 수도권 신공항이 건설되면 서울 도심과 신공항을 연결하는 셔틀 헬기가 취항할 전망이고, 당장 오는 8-9월 대전 엑스포 특수(협회 추산 항공 이용객 1만명)가 기다리고 있어 커뮤터사업에 참여할 대기업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서울항공의 사업계획 변경인가 신청과 관련해 업계에서 선경그룹이 이른바 제3민항으로 항공업에 뛰어드는 거 아니냐 하는 과민 반응을 보인 것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관심을 가진 대기업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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