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고수냐 복직이냐
  • 문정우 기자 ()
  • 승인 2006.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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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노조 아닌 참교육”변화 모색 ???새 정부 ‘조건부 복직’ 비쳐


 

 해직교사 복직을 위한 ‘총력투쟁’을 선언하고 지난 2월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위원장단이 13일 만에 농성을 풀었다. 또한 단식에 동참했던 전국교사추진위원회(이하 전교추)도 13일 결성 8개월 만에 가진 해소를 선언했다.  전교조와 전교추가 농성을 푼 것은 15일부터 시작되는 제5대 위원장 및 시 ? 도지부장 선거를 차질없이 치르고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외 주시하며 전교조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때맞춰 대입부정 사건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와 교육개혁을 외쳐온 해직교사에 대한 사회 일반의 여론은 어느 때보다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김수환 추기경,강영훈 전 총리, 서영훈 전 KBS 사장등 각계 원로가  김영삼 차기대통령에게 양심수에 대한 전폭적인 사면 복권과 해직교사 복직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그러나 전교조가 요구하는 대로 해직교사 전원이 무조건 원상복직하기는 힘들 것 같다.

 김영삼 차기대통령은 11일 각계 원로로부터 건의를 받는 자리에서 해직교사 복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여러분의 뜻을 잘 이해해 될 수 있는 대로 대폭적으로 하겠다”고만 질서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는 단서를 달았다.

“실익 위해 명분 굽히는 슬기 필요”

 이로 미루어보아 만약 차기대통령이 해직교사 복직을 단행한다면 조건부 복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현행법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전교조 해체를 통한 전원복직이나 전교조 탈되를 전제로 한 선별복직을 제안할 거이라는 얘기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교육부문을 자문하고 있는 한 교수는 “해직 교사들이 복직하려면 전교조가 대폭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의 움직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몇 일간지에는 “교육부가 전교조 해직교사의 3단계 복직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가 김 차기대통령의 해직교사 복직 결정에 대비해 복권→특별법 제정→전교조 탈퇴를 전제로 한 선별복직이라는 단계별 복직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대해 교육부는 “터무니없는 작문”이라고 펄쩍 뛰며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해직자 문제에 대한 교육부의 기존입장에는 하등의 변화가 없으니 유의하여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보도는 교육부의 입장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지 않은가 하고 관측케 한다. 그동안 교육부는 전교조가 불법단체이기 때문에 복직은커녕 대화조차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전교조 활동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들 중에도 해직교사들에게 타협을 권유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11일 한국교육연구소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해직교사 후원 활동을 해온 김정환 교수(고려대  사범대 · 교육학)는 “교사들의 노조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세계적인 조류에 역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전교조들 실익을 위해서는 명분을 굽히는 슬기가 필요하다. 만약 해직교사들이 전교조 깃발을 지켜야 하느냐, 아니면 하느냐 하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경우 우리는 전교조가 후자를 택하기 바란다”고 덧붙혔다.

‘전교조 양보론’에 반발도 만만찬아

 그렇다면 문제는 전교조의 선택이다. 정치권이나 교육부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은 바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입장은 정리돼 있지 못하다. 아직까지는 해직교사 전원의 무조건 원상복직과 교원노조 합법화가 공식적인 입장이다.

 단식 농성중인 배춘일 원상복직투쟁위원장은 “전교조운동은 우리 현대사의 부정을 바로잡는 직업이다. 탄압을 받아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고난을 겪어도 절대 꺽이지 않는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할 때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4년이 아나라 40년 동안이라도 전교조의 깃발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 내부에서는 김 차기대통령이 얘기하는 ‘대화합’ 차원에서 아니라 조직을 유지하고 참교육을 실천한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전교조의 노선을 전면 수정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1천5백여 해직교사들은 단순히 ‘생활고’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생계 유지에 곤란을 겪고 있다. 해직교사들끼리 만나면 인사말이 되다시피 한 말이 있다. “사모님은 요세 무슨 일을 하시느냐”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부인의 부업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부인이 그냥 집에 있다고 하면 대뜸 “어디로 이사했느냐” 하고 물어본다. 부인이 일을 하지 않는 집은 집을 팔았거나 전세금이 싼 집으로 옮긴 경우가 많은 탓이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전업을 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 전교조 활동에 전념하는 해직교사는 초기에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해직교사들 사이에서는 “전업하는 것보다는 어찌 됐든 교단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낫지 않는가. 만약 10년 뒤에 현장에 돌아간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는가” 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전교조 노선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는 그동안의 조직활동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출발한다. 전교조 89년 설립한 이후 대통령선거 때까지 정권교체를 통해 합법성을 쟁취하려고 주력해왔다. 따라서 주로 시국선언처럼 정치성 짙은 단체활동을 통한 법 개저이나 제도 개선에 활동의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 모든 활동은 대통령선거에서 정권 교체가 안됨으로써 물거품이 됐다.

 또 이러한 활동은 전교조 노선에 호의적이던 현장의 교사들에게 부담감을 줘 전교조 교사와 일반 교사 사이에 벽을 두텁게 쌓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전교조 내부에서는, 앞으로는 노동조합의 틀보다는 교유전문단체로서의 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앙조직이 지휘하는 집단행동보다는 지역에 기반을 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조직의 활동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전교조 활동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전교조가 정권교체를 위해 뛰었던 것은 옳았으며 또 어쩔수 없는 상황에 대한 새로운 대응 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육비판세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교육의 대안세력으로 우뚝서야 한다.“

 새로운 상황에 새롭게 대응하기 위해 전교조가 앞으로 가장 많이 논란을 벌일 일은 저교조가 아닌 다른 단체로 전환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아직까지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전교조내주에서는 “만약 정부가 복수 교원단체를 허용한다면 전교조를 단체교섭권과 단결권만을 갖는 교원 대중조직으로 개편하는 것을 고려해봄직하지 않는가” 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어차피 정권교체를 통해 교원노조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5년뒤로 미뤄졌기 때문에 교사 누구나 거리낌없이 가입해 참교육에 전념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다.

 서울에서 전교조 활동을 하고 있는 현직교사 ㄱ씨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참교육이지 노동조합이 아니다. 참교육만 할 수 있다면 굳이 노동조합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또 단단한 교사대중조직을 만들면 교원노조를 합법화하는 것도 한결 쉬워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같은 내부 논의화는 별도로 전교조 조합원 중에는 정치권에서 해직교사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분노를 터트리는 사람이 많다. 해직교사 ㅂ씨는 “누가 누구에게 양보하라는 말인가. 우리에게 더 이상 복직시키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잘못한 행위를 바로잡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ㄱ씨는 이어 “만약 우리가 타협한다면 우리 조직의 필요에 따라 할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전교조가 다른 교원단체로 변신하거나 조직의 노선을 획기적으로 전환할지 알수 없다. 아마도 합의에 도달하기까지에는 상당한 내부 논의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전교조가 조직의 진로나 복직문에에 대해 결코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교조 사무차장 유기창씨는“우리는 언제나 대화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 서로 논의해서 합리적인 방안이면 설혹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얼마든지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새 정부의 ‘대담한 결단’ 필요

 전교조가 타협하는 것을 전제로 한 해직교사 복직 방안은 대략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전교조 깃발을 내리고 모든 해직교사가 복직하는 것이다 . 둘째는 정부와 전교조가 복수단체를 설립하는 데 합의해 모두 복직하는 방안이다. 셋째는 일부가 복직하고 일부가 남아 현재의 전교조 활동을 지속하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해직교사 복직과 전교조 합법화에 가장 강력하게 거부반응을 보여온 교육 관료들과 학교 관리자들은 아마도 첫째 방안을 미러붙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이런 방안을 받아들인다면 전교조 문제는 적어도 새 정부 체제에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교육정책을 수행하는 데도 커다란 짐이 될 것이다.

 김영삼 차기대통령은 3당 합당 전 야당대표 시절 “해직교사는 당연히 복직돼야 하며 전교조는 합법화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적이 있다. 거슬러 올라가 1960년 장 면 정권 시절에도 당시 김영삼 의원은 몇몇 보수적인 민의원이 교원의 노동조합 결성권을 박탈당하려 하자 박준규 김재순 씨와 함께 이에 맹렬히 반대한 적이 있다. 그 때 국회에서 “노동조합 가입 제한 규정에 교육공무원을 새로이 첨가하자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법률보류 조항을 철패한 헌법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과거의 대한교련 같은 어용기관을 다시 만들려는 기도이다”라고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김 차기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고통의 분담’을 강조했다. 4년 가깝게 고난 속에서 살아온 1천5백47명의 해직교사와, 비밀결서처럼 음지에서 활동해온 1만3천여 현직 전교조 교사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대담한 결단’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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