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이냐, 오월동주냐
  • 성기영 기자 ()
  • 승인 1999.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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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창당‘ 맡은 김덕룡 부총재, 이총재와 뜻 맞출지 관심

‘허니문이냐 오월동주냐.’ 최근 이회창 총재의 제2창당 구상을 주도할 ‘뉴밀레니엄 위원회’ 위원장에 김덕룡 부총재가 선임되면서 한나라당 주변에 나도는 말들이다. 김부총재는 지금도 이회창 총재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독자 계보를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이념적 색채도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런 만큼 이총재가 주문한 제2창당 청사진에 김부총재가 어떻게 화답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주문자의 요구에 딱 맞춤의상을 내놓을지, 아니면 김부총재 나름의 상표를 붙인 의상을 내놓을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김부총재가 여당 시절부터 주장해온 노선은 이총재가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김부총재의 측근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김부총재의 노선이 늘 개혁 지향적이고 ’중산층 중심의 정당‘을 표방해 왔던 점에 비추어 어디까지나 ’개혁‘을 공통분모로 한 협력 관계로 보아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불거진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은 ‘색깔론’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김부총재는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나라당이 현재 위치에서 우향우하는 것만은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김부총재는 뉴 밀레니엄 위원장을 맡으면서 “21세기 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정치 · 경제 · 사회 각 분야에 걸친 구조 개혁을 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의 정강 · 정책과 전반적인 당 쇄신 전략은 물론 새 인물 영입 계획도 포함된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세우는 작업과 관련해 상당한 권의 정체성을 세우는 작업과 관련해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부총재가 이런 의욕을 뜻대로 관철하는 데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이미 국민회의가 신당 이념으로 중산층과 서민 중심의 개혁 정당을 표방한 상황에서, ‘중산층 중심의 개혁 노선’이라는 김부총재의 희망 사항이 여당과의 차별화 전략을 선언한 이총재의 ‘반3김 독자노선’에 얼마나 부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 비주류 진영에서는 김부총재가 내놓을 제2창당의 밑그림이 이총재 진영의 주문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총재 처지에서 김부총재의 개혁 이미지가, 김부총재 처지에서는 이총재의 병풍 역할이 필요한 형편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 이후에는 두 사람의 ‘정치적 목표’가 명백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이총재와 김부총재가 ‘한시적 연대’수준을 뛰어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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