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경영으로 ‘재벌급’ 이익
  • 장영희 기자 ()
  • 승인 2006.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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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높은 예대마진으로 쉽게 도벌어 ··· 수익성·생산성 낮아 경쟁력은 취약


 

 지난해 은행의 경영 성적표를 보니 우리가 금융산업에 대해 품었던 생각들은 대부분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금융산업이 낙후돼 있다”

 “개방이 됐을 때 경쟁력이 약해 외국 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통념을 갖고서는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거든 엄청난 이익을 이해하기 어렵다.

 92년 24개 일반 은행이 올린 업무 이익은 91년에 비해 28.4%가 늘어난 2조6천억원에 달했다. 법인세와 충당금 제외하고 순수하게 은행에 떨어진 이익(당기순이익)도 91년에 비해 12.9%가 늘어난 9천3천억원에 달했다. 법인세와 층당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은헹애 떨어긴 이익(당기순이익)도 91년에 비해 12.9%가 늘어난 9천3백억원이나 됐다. 경기침체로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비명을 질렀지만 은행은 호황을 누린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대하면서 우선 경쟁력이 약 하다는 통념이 잘못된 것인가 의심할 수 있다. 학계는 물론이고 정부도 금융산업이 낙후 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금융개혁은 올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친하는 과제다. 따라서 그런 통념이 크게 틀리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경쟁력이 약한데도 이익을 많이 낸 비결은 무엇인가. 먼저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높다는 것을 들수 있다. 일반 은행 92년 실질 예대마진은 2.32%로 91년 비해 0.12% 포인트 높앙졌다. 91년 11월 1단계 금리자유화 조처 이후 대출금 평균이자율은 0.60% 포인트 높아졌지만 예금 평균이자율은 0.12% 포인트 높아졌다. 91년에 비해0.12% 포인트 높아졌다. 91년 11월 1단계 금리자유화 조처 이후 대출금 평균 이자율은 0.60% 포인트 높아졌지만 예금 평균이자율은 0.48% 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금리 구조는 은행에 이익을 많이 안겨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은행감독원의 송인원 경영관리 과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돈장사는 땅짚고 헤엄치기라는 초기 금융산업 풍토가 우리게는 여전하다. 격심한 경쟁에 내몰린 외국은행들은 깊은 바다에서 수영을 해야 하므로 헤엄치는 법에  익숙해야 함은 물론이고 때로는 성난 파도도 헤쳐나갈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

 이들은 경쟁력을 갖춰야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우리는 반드시 그렇지 앟다.“

 금리를 사실상 정부가 정해주고 있으므로 은행들은 똑같은 값(금리)에 팔면 그만이다 경영을 잘하는 은행과 못하는 은행과의 우열이 매겨지지 않는다.  정부의 규제와 보호속에서 20년∼30년간 쉽게 장사하다 보니 우리나라 은행들의 경쟁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지난 20년간 은행의 외형은 국민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70년부터 90년까지 국민 총생산은 22.9% 증가했으나 은행의 자산 ? 대출 ? 예금은 각각 26.2%, 26.4%, 27.8% 늘어났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미국의 금융전문지 ≪더 뱅커≫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5백대 은항 순위에 83년에는 8개가 올랐으나 90년에는 19개나 을랐다.92년의 은행 이익 규모는 80년에 비해 9배 이상 커졌다. 이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보장한 높은 예대마진 덕분이다. 90년 현재 우리나라 은행의 명목 예대마진은 4.53%였으나 일본 은행은 1.78%였다. 그런데도 똑같은 금융 환경에서 영입하고 있는 외국 은행 국내지점과 비교할 때 우리냐 은행의 수익성은 크게 떨엉진다. 미국과 일본 은행에 비해서도 실질적인 수익성은 낮다

제일은행, 92 상반기 경영 평점 ‘AA'

 생산성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은행의 경쟁력이 열악하다는 것을 뚜렷이 알 수 있다. 91년 5개 시중 은행의 1인당 총자산,1인당 예금, 점포당 자산 등 생산성 지표들을 일본의 도시 온행과 비교하면 10분의 1의 열세를 보인다. 소득수준을 감안하더라도 2분의 1이 채 안된다. 또 1인당 계좌 수와 고객 수도 일본 은행의 25% 수준이다. 우리나라 은행은 일본 은행에 비해 예금을 유치하는 데 2배나 더 돈을 를이고 있다. 산출량이 같다 하더라 도 더 많은 인력과 돈이 투입됐다뎐 경쟁력을 가지려면 최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았어야 한다. 성장성과 수익성보다 생산성을 더 증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의 은행틀은 경비절감 문제를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비를 줄이는 것이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는 관건이 줄이는 것이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는 관건 된다. 선진국 은헹를은 금융자유화가 진전해 경쟁이 극심해지자 경비를 줄여 수익성 악화 를 극븍하고 있다. 일본 은항의 경비절감 노력은 모범 사레이다. 일본 은행틀은 지난 10년간 인건비 비중을 절반으로 떨어뜨렸다. 미국 은행틀도 잔인할 정도로 감량경영을 하고 있다. 합병과 매수를 통해 부서와 점포를 정리하고 인원을 대폭 줄임으로써 물건비와 인건비를 줄일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은행들의 경여합리화 노력은 매우 미흡하다. 2년전부터 은행감독원의 지도로 경영합리화 바람이 우리나라 은행에도 불어닥쳤으나 실적은 썩 좋지 않다. 조흥은행의 한부장은 “신규채용을 억제하고 조기퇴직을 종용하는등 인력을 줄이려고 애쓰지만 아직도 ‘노는’ 인력은 많다. 점포를 기계화하는 것도 초기에 막대한 전산투자비가 들어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원을 쉬게 해고할 수 없는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 때문이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해고가 어려운 퐁토에서 일본이 감량경영으로 생산성을 높인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제일은행이 이익을 가장 많이 낸 은행으로 꼽힌 것은 경영합리화 노력이 상대적으로 컷기 때문이다. 제일은행 종합기획부 김무홍 차장은, “다른 은행처럼 무리하게 고금리 상품으로 경쟁하지 않아 조달금리가 높아지지 않다. 이 돈을 잘 운용한 것이 비결이다”

 라고 자체분석을 하면서 5년 전부터 펼쳐온 경영합리화 노력이 주효한 점도 크다고 말했다. 5개 시중 은행의 평균 인원은 9천5백명인데 제일은행은 8천9백명으로 6백명 가량 적다. 제일은행은 인원 · 경비절감 · 점포관리 · 업무 전산화 및 기계화 · 직원연수 6개 부문에 걸친 은행감독원의 92년 상반기 경영합리화 종합 평가에서 가장 좋은 평점인 ‘더블 A'를 받았다. 90년까지 이익규모 1위를 지키다가 이번에 2위로 밀린 한일은행은 ’C‘를 받았다.

 5개 시중은행에 대한 감독업무를 맡고 있는 은행감독원 편원득 검사1국장은 “아직까지 은행들의 순위는 다툼은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지만 점점 격차가 커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금융자유화가 진전해 경쟁이 격심해지면 경영을 잘하는 은행과 잚 못하는 은행 간의 차이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즘 은행원 사이에서는 예측게임이 성행한다. 제일은행이 선두를 지킬 것인가, 한일은행이 왕좌를 탈환 할 것인가, 3위에서 절치부심 하고 었는 조홍은행이 두 은행을 튀로 밀쳐낼 수 있을 것 인가,금융사고에 단골로 연루되는 상업은행과 76년의 합병 이후 그 휴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울신탁은행이 5대 은행 자리에서 밀려나고 후발 은행인 신한은행이 5대 은행에 진입할 것인가, 이런 것이 주요 예측 대상이다. 이런 게임이 가능한 것은 국내 은행 사이에 경쟁력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외국 은행과 비교해볼때 출반선부터 다르다.  금융기법이 뒤떨어졌다는 점 말고는 엄청난 부실채권이 이들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 이런 불리한 경쟁여건에서 은행들은 멀지 않아 금리자유화 · 금융자산업 개편 등 일련의 금융개혁 조처로 인한 환경 변화에 맞딱뜨릴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정지만 연구원은 “달라진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문제는 얼마나 양질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지적했다. 전문인력이 있어야 선진금융기법을 터득할 수 있고 고객의 다양한 욕구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위원은 경영합리화가 경쟁력을 높이는 첫 단계 작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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