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청와대를 움직이는가
  • 이숙이 · 고제규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05.0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와대 3급 이상 참모 1백49명 ‘인사 파일’ 집중 분석/영남·서울대·검 정고시 출신 많아

 
청와대에 ‘40대 수석’ 시대가 열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5월3일 전해철 민정수석(44), 박남춘 인사수석(48), 이정호 시민사회수석(47) 등 40대 트리오를 ‘차관급’인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기용한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40대 수석이 있었다. 참여정부 초기의 박주현 국민참여수석(40), 김대중 정부 말기의 박선숙 공보수석(42)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흐름을 바꿀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40대 수석 트리오의 탄생을 놓고 일각에서는 “직업 공무원 사회와 비교해 지나치게 빠르다”라며 우려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나이가 무슨 문제냐, 일을 잘하면 되지 않는가”라며 옹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떠나 노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함께할 청와대 참모진으로 ‘외부 명망가’보다 ‘내부 측근’을 선택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시사저널>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노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보좌할 청와대 3급 이상 참모진의 인사 파일을 긴급 분석했다. 3급 행정관들은 주로 각 비서관실의 실무를 책임지며 청와대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1, 2급 비서관들은 각 부서를 대표해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책임자급이다. 그 위로 차관급인 여덟 개 수석과 두 개 보좌관(경제보좌관·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있다. 대통령 참모로서 최고위 인사는 장관급인 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이다.

김대중 정부까지는 대체로 ‘수석’ 이상이 되어야 대통령 참모로 분류되었다. 비서관들조차 대통령 얼굴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는 행정관부터 실명으로 정책과 의견을 대통령에게 올리고 있고 직접 토론도 하기 때문에, 3급 이상이면 명실상부하게 ‘청와대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분석 대상은 2006년 5월5일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3급 이상 일반직·별정직 공무원 1백49명으로 잡았다. 급수 확인이 안 된 외무관(14명), 연구관(3명), 감사관(1명)은 제외했고, 5월4일 내정되어 중앙인사위원회의 심의 절차가 남아 있는 조현옥 균형인사비서관은 포함했다. 비교 분석을 위해 2003~2005년의 자료도 함께 분석했다.

1급 이상 참모 41%가 영남 출신

그 결과 현재 청와대 3급 이상 참모진의 평균 나이는 46세로 나타났다(나이가 드러나 있지 않은 11명은 제외).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9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50대가 29명, 30대가 9명, 60대가 1명 순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참모는 정상문 총무비서관

 
(60·1급 관리관)이고, 최연소 참모는 정책조정비서관실의 정호준 행정관(35·3급)이다. 노대통령의 고향 친구인 정상문 비서관은 1978년 7급 주사보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서울시 체육청소년과장, 민원조사담당관, 감사담당관 등을 거쳤고, 2003년 8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행정관으로 파견되었다가 총무비서관에 발탁되었다.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의 아들인 정호준 행정관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2004년 4ㆍ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서울 중구 후보로 출마했고, 낙선 직후인 그해 6월 청와대에 들어왔다.

장관급인 실장들의 평균 나이는 54세이다. 차관급인 수석·보좌관들은 51.1세, 1급(관리관급), 2급(이사관급), 3급(부이사관급)은 각각 48.6세, 44세, 44.7세이다. 하지만 같은 급수라도 일반직과 별정직의 평균 나이가 적게는 네 살에서 많게는 일곱 살까지 차이가 난다. 각 부처에서 파견된 직업 공무원들에 비해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캠프나 학계·언론계·시민단체 출신들로 구성된 별정직 참모들의 연배가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3급이면 행정부에서는 부이사관(국장), 경찰로 치면 경무관, 군인은 중령, 교육계에서는 단과대학장이나 장학관과 같은 급이다. 그런 3급 이상 고위직에 40대 참모들이 대거 포진한 데 대해 직업 공무원 사회에서는 “청와대 직급이 너무 상향 조정되어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인사는 “별정직 참모들은 어차피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한다. 따라서 일반 공무원과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라고 반박했다.

 
출신 지역으로 보면 영남(38명, 25.5%)이  가장 많았다. 수도권 출신(36명, 24.2%)이 그 뒤를 이었고, 호남(26명, 17.4%), 충청(13명, 8.7%), 강원·제주(9명, 6%) 순이었다. 나머지 27명은 고향이 확인되지 않았다(참여정부 들어 중앙인사위원회 인사 파일에서 ‘고향’ 항목을 삭제했기 때문에, 언론사 인명록에 등재되지 않은 인사들은 파악하기 어렵다). 3급 이상 참모 가운데 영남 출신 우세 현상은 2003년부터 내리 이어지고 있다.

공직자 재산등록을 해야 하는 1급 이상 참모로 올라가면 영남 쏠림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2006년 2월28일 고위 공직자 재산등록을 한 1급 이상 참모 34명 가운데 41%(14명)가 영남 출신이고, 호남이 24%(8명), 수도권과 충청이 15%(5명)씩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역시 집권 4년차가 되던 해인 2001년 2월28일자  자료와 비교해보면 대통령의 고향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할 수 있다. 2001년 당시 1급 이상 참모 24명을 분석하면 호남 출신이 46%(11명)나 되고, 수도권이 21%(5명), 영남이 17%(4명), 강원·제주와 충청이 같이 8%(2명)로 나온다. 김대중 정부는 ‘호남 정권’, 노무현 정부는 ‘영남 정권’이라는 세간의 해석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3급 이상 여성 참모는 ‘겨우 8명’

출신 고등학교는 전반적으로 흩어져 있는 가운데, 검정고시(5명), 경기고(4명), 서울

 
고(4명), 전주고(4명), 부산상고(3명)가 베스트 5로 꼽힌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검정고시 출신들의 약진이다. 정상문 총무비서관을 필두로 소문상 기획조정비서관(2급), 신상환 법무비서관실 행정관(부이사관), 진웅섭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부이사관), 신충진 총무비서관실 행정관(3급)이 검정고시 출신이다.

노대통령과 동문인 부산상고 출신으로는 차의환 혁신관리수석, 손성수 인사관리비서관실 행정관(3급), 홍경태 총무비서관실 행정관(3급)이 있다. 2005년에는 진주고, 2004년에는 경북고, 2003년에는 광주일고가 각각 상위 5위권에 들어 있다가 이듬해 빠지곤 했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41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연세대와 고려대가 13명으로 같고, 부산대가 10명, 성균관대가 7명 순이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부산대-성균관대로 이어지는 베스트 5의 기조는 지난 4년 동안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서울대 출신은 4년 내리 41명으로 숫자조차 바뀌지 않았고, 부산대 출신은 2003년 일곱 명, 2004년 여덟 명, 2005년 아홉 명, 2006년 열 명 순으로 꾸준히 늘었다. 성균관대 출신도 2003년 네 명에서 시작해 올해 일곱 명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연세대·고려대 출신들의 연도별 등락 현상이다. 서울대 출신인 문희상 비서실장 체제 때인 2003년에는 연세대 19명, 고려대 15명으로 큰 차이 없이 출발했는데, 연세대 출신 김우식 비서실장이 관할하던 2004년에는 연세대 22명, 고려대 14명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04년 초까지는 역시 연세대 출신인 이광재 국정상황실장도 청와대에 근무했었다. 하지만 고려대 출신 이병완 비서실장 체제가 시작된 2005년 들어서는 연세대 18명, 고려대 12명으로 격차가 다소 줄어들었고, 올해는 급기야 두 학교 출신이 동수가 되었다.

 
고려대 출신으로는 이병완 비서실장(52·장관급)을 필두로 전해철 민정수석(44·차관급), 조재희 정책기획위원회 비서관(47·1급), 김은경 지속가능위원회 비서관(50·1급), 선미라 해외언론비서관(48·2급), 정재호 사회조정2 비서관(41·2급) 등이 있다. 연세대 출신은 이정호 시민사회수석(47·차관급)을 위시해 윤후덕 정책조정비서관(49·1급), 강태영 혁신관리비서관(47·1급),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45·1급), 천호선 의전비서관(44·1급), 박선원 안보전략비서관(43·2급), 문용욱 제1부속실장(40·2급), 오민수 행사기획비서관(40·2급) 등이 있다.

경력으로 따지면, 관계 출신이 56명으로 가장 많고, 정치권(40명), 학계(15명), 법조계 (10명), 재계(8명), 언론계(7명), 시민단체(5명) 순이다. 여덟 명은 경력이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 중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3급 이상 여성 참모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1백 49명 가운데 여덟 명(5%)에 불과하다. 그나마 5월 들어 내정된 김선화 과학기술보좌관(50·차관급)과 조현옥 균형인사비서관(50·1급 예정)까지 해서 그렇다. 앞서 언급한 김은경 지속가능발전위 비서관과 선미라 해외언론비서관 외에 김현 보도지원비서관(41·2급), 이은희 제2부속실장(42·2급), 고재순 국내언론 비서관실 행정관(41·3급), 민기영 업무혁신 비서관실 행정관(38·3급)이 대통령의 여성 참모들이다.

노대통령, 친정 체제 갈수록 강화

한편, 2003년 3월부터 지금까지 노대통령 곁을 지키고 있는 ‘붙박이 참모’는 모두 38명이다. 1백49명의 25%에 해당한다. 주로 부속실과 의전, 홍보수석실 등 정무 라인에 포진한 노무현 캠프 출신들이 많은데, 이들이야말로 대통령의 측근 참모로 불릴 만하다. 이병완 비서실장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공식 라인에서 잠시 물러났을 때도 대통령이 ‘홍보문화특보’라는 직함을 부여했다. 고속 승진과 자리 이동식 인사가 이들을 중심으로 많이 일어나는 것도 그만큼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다(상자 기사 참조).

지난 3년간의 인사 흐름으로 보나, 이번 40대 수석 트리오의 발탁으로 보나 노대통령은 갈수록 친정 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1백49명 가운데 몇이나 되는 참모가 노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문을 나서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