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마피아’ 캄차카서 암약
  • 알렉산드르 코와료프(러시아 언론인) ()
  • 승인 2006.05.0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합병 기업 위장, 1천명 추산...‘평양 붕괴’ 대비 비밀자금 조성이 주업무



 92년 7월 개방된 러시아 캄차카 반도는 그 엄청난 개발 잠재력 때문에 일본과 미국 서해안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시장경제가 활발하며 러·일 합병기업 7개가 운영되고 있다. 기묘한 것은 러시아 극동지역에 대한 투자에 일본 이상으로 적극적인 한국 기업이 전혀 진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캄차카를 완전히 장악하여 한국 기업의 진출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캄차카에서 가장 큰 합병기업인 ‘쿠인긴산’(시장 B.가가린)은 캄차카어업조합과 북한이 2년 전에 자본금 1만달러로 캄차카주의 수도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차츠키에 설립한 것이다. 이 회사는 어업과 수산물가공을 주로 하지만 금융·무역에도 손을 대고 있다. 또 북한 의사들이 일하는 동양의학센터도 세웠다.

 ‘쿠임긴산’소속 선단은 캄차카 근해에서 조업하는데 실제로는 북한 어선만 조업한다. 일본이나 한국, 대만 어선이 불법조업을 하다가 나포되면 재판에 회부되어 많은 벌금을 물지만 북한 어선은 벌금을 내지 않고도 곧 석방된다. 캄차카지구 국경경비대 해안보안국장 투카첸코 제독은 “북한 어선의 불법조업을 방치하는 것은 국경경비대 간부의 지시에 의한것 같다”고 말했다. 캄차카 주정부 코지레프치안국장은 ‘쿠인긴산’이 캄차카에서 암약하는 북한 마피아와 결탁한 것으로 본다.

 북한 마피아는 캄차카의 최대 지하조직으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옛 소련은 48년부터 3년간 캄차카의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노동계약을 체결하고 1만명에 가까운 북한 사람을 끌어들여 캄차카의 어업시설에서 일하게 했다. 그 가운데 70%는 귀국했지만 나머지는 강력한 조선인 사회를 형성했다. 이들은 북한의 문화와 풍습을 지키며 김일성 주석의 생일도 성대하게 치른다. 캄차카에는 북한대표단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군사대표단까지 찾아와 주민 대표와 회담을 한다. 이들은 대개 유통부문에 참여하는데, 그 가운데 일부가 마피아를 조직하여 일제 중고차나 해산물을 판매한다. 코지레프 국방는 “북한 마피아는 1천명를 헤아리며 비합법적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마피아는 합병기업이나 조선인회를 통해 주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북한 어선의 조업 확대와 세금감면 등 실리를 얻어낸다.

 

주정부 상대 로비도 수준급

 ‘쿠임긴산’이 북한 정부의 직접지휘를 받는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92년 이래 제3국으로 해외 송금을 늘려왔다. 또 평양으로부터 상당액의 외화가 이 회사를 거쳐 스위스 오스트리아 은행으로 흘러들어간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렇게 이루어지는 송금은 대부분 조선노동당의 자금이라고 한다. 러시아 기업은 해외송금이 비교적 자유로워 탈세가 가능하고 증거가 남지 않는다. 일본의 북한계 기업을 경유 할 경우 폭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 기업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극동에는 캄차카뿐만 아니라 하바로프스크나 블라디보스토크 나훗카 등 각지에 북한의 합병기업이 있는데. 대개 본국의 지시에 따라 제3국으로 외화 송금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캄차카의 한 소식통은 김일성·김정일 정권이 ‘평양 함락’에 대비하여 외화를 반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마피아와 경쟁관계인 러시아 마파아의 보스 아나톨리 샤드힌씨도 이 같은 정보를 수긍한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후 각지에서 시위가 발생할 경우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김일성체제에 비판적인 캄차카의 한 조선인은 “북한·중국 국경지대에 비행장을 갖춘 호화 주택 두채가 건설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개혁과 계열 신문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도 “김일성·김정일의 유사시 탈출용”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문서보관소에 있는 극비 문서가 지금 당 지도부의 지시로 소각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 북한의 선제공경에 의한 6·25 발발, 노동당 내의 연안파·소련파·국내파 대량숙청 등 김일성 주석이 밝히지 싶지 않은 과거가 ‘평양 붕괴’ 이후 밝혀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만약 김부자가 망명한다면 그 행선지는 중국이 될 것이다. 평양에서 중국땅까지는 헬리콥터로 한시간 걸리므로 긴급탈출이 가능하다. 해외에 비축한 외화는 망명지에서의 생활비와 ‘조국해방투쟁’자금으로 사용하리라는 추측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