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숨통막는 중국 ‘공중귀신
  • 김 당 기자 ()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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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오염물질 “ 越境”피해 심각



《시사저널》단독 입수 중국 자료서 확인


중국에서 ‘黑의 장막’이 몰려오고 있다. 이는 우리가 과거 경험했던 인해전술이나 요즈음 문제가 되고있는 중국 농산물 유입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싸워 물리칠 수도, 관세장벽으로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중국에서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는 이것의 정체는 환경오염 물질이다.

 일본 언론은 요즈음 인구대국 중국이 공업화함에 따라 늘어나는 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과 관련해 요즈음 이른바 중국증후군을 앓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동북아 환경협력회의(41쪽 기사 참조)에 때맞추어 일본 언론이 중국의 환경문제에 대해 호들갑을 떠는 것도 바로 대륙의 공해가 이제는 ‘바다 건너 불’이 아니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셈이다.

 그러나 최근 《시사저널》이 독점 입수한 중국의 환경오염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일본 언론의 ‘호들갑’이 사실은 우리의 몫임을 알 수 있다. 이 자료는, 중국이 우리가 막연히 걱정 해온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음을 나타내 준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의 환경오염 상황을 나타내는 각종 연구자료나 통계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해왔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입수한 중국의 지구 온난화 기체 배출량에 관한 자료(중국 과학원 생태환경과학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미 건국 당시부터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는 각종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중구의 지구 온난화 기체 배출량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오성남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시스템공학연구소 지구환경정보시스템연구실장)는 “중국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하나만 보더라도 1억 1천9백만t(50면)에서 9억9천5백만t(90년)으로 40년동안 8.1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오박사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과 시멘트 생산이 증가한 때문이라는 것이 뚜렷이 나타나 편서풍 지역에 있는 우리나라에 영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최근 중국 국가환경보호국(우리나라의 환경처에 해당) 曲格平국장은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이 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중국 정부의 환경부처 책임자가 산성비의 원인인 아황산가스(SO₂)가 일본으로 월경할 가능성을 인정하기는 처음”이라고 전제하고 “중국은 석탄 증산에 따라 아황산가스 배출량이 늘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 장차 그 위험이 인접국에 미칠지도 모른다”라고 밝히 曲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월경 오염’을 경고했다.

 

중국 환경관리, 인접국 피해 가능성 인정

 曲국장의 발언은 결국 중국의 오염물질이 기상 조건과 지리적 거리ㆍ위도로 보아 ‘가장 가까운 인접국’인 한국으로 월경할 가능성 또한 인정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특히 曲국장의 발언은, 그동안 ‘인접국’의 하나인 일본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월경오염 문제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않던’ 중국 정부의 태도에 비추어 주목할 만한 태도 변화로 풀이된다. 이는 “장래에 일본에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면 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일본에 기술과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한 발언에서도 엿보인다. 이같은 발언은 혼자서는 오염을 틀어막기에 역부족일 만큼 중국의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 대륙은 현재 각종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인한 홍역을 앓고 있다. 그 원인의 일부는 물론 자연환경의 변화에 있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은 그보다도 거대한 인구와 그 인구를 배불리 먹이려는 경제성장 우선정책, 그리고 그 성장을 뒷받침하는 석탄증산 정책에서 원인을 찾는다.

 우선 중국의 거대한 인구가 주는 압력은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92 지구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인구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인구억제책에도 불구하고 한 해에 1천5백만명씩 늘어나고 있다. 인구 압력은 물부족에서 산림벌채와 농경지 감소, 자원고갈과 산성비 피해, 사막화 현상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과학원 국정연구그룹이, 땅이 사람을 얼마나 떠받칠 수 있나를 표시하는 ’하중능력‘에 따라 예측한 바로는, 중국 땅의 적절한 하중능력은 9억5천만명으로 1억8천만명을 초과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그룹은 “아무리 늘려잡아도 15억~16억인데 이대로 가면 그 시기는 2015년이 된다”고 경고한다.

 인구 압력은 사막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중국이 벌이는 ‘사막과의 전쟁’은 이미 세계적인 관심사이다. 나주시에 본부를 둔 중국과 학원 사막연구소에서는 현재 세계적 과학자 2백20여명이 사막과 씨름하고 있다. 중국의 사막화 지역은 35만㎢(남한 면적의 약 3.5배)로 전국토의 3.7%이다. 그러나 이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면적일 뿐 고비사막 등 기존의 사막 12개를 합친 면적은 전국토의 16%나 된다. 주 사막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사막화의 원인은 지나친 벌채(32%), 방목(28%), 농경(25%), 부적절한 물 이용(9%), 바람으로 인한 사구 이동(6%)등이다. 자연ㆍ물리적 원인은 조금뿐이다. 중국 정부는 1년에 몇 차례씩 주민을 총동원해 녹화 사업을 벌인다. 마음대로 움직이는 이 ‘땅귀신’과의 싸움을 ‘쇄변’즉 ‘사막의 끝을 꿰매는 것’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사막화 현상은 특히 북방지역이 심한데 “사막이 해마다 10㎞씩 북경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이다.

 중국에서는 산성비를 ‘공중귀신’이라고 부른데 공중귀신의 동진 현상은 땅보다 훨씬 더 빠르고 우리에게는 더 위협적이다. 공중귀신은 중국 전역을 이미 황폐시키고 있다. 국가환경보호국의 발표로는 “모든 성ㆍ시ㆍ자치구에 수소이온농도(ph) 4~4.5의 산성비가 내리고 있고 요령성에서 절강성에 이르기까지 동부연안지대와 사천ㆍ귀주 성의 일부 지역이 특히 심하다”. 그러나 산성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 이 ‘일부 지역’의 면적만도 70만㎢(남한의 약 7배)로 전국토의 7.3%에 달한다.

 국가환경보호국은 피해가 심한 중경ㆍ귀주 지구를 산성비 ‘중점대책지역’으로 지정하여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피해는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경 지역에 내리는 비의 ph농도는 평균 4.09~4.25일 정도로 산성도가 강하다. 인접한 귀양시 또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귀양의 경우 저공오염이 특징인데, 이것은 이곳에 풍부한 저품질의 석탄(유황성분 4~6%)을 때는 민가의 낮은 굴뚝 탓이다. 중경·귀양 지역은 호흡기계 질환 사망율이 다른 지방보다 아주 높다. 시 환경보호국에서는 공장과 민가에서 배출한 아황산가스가 공중귀신이 되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공장에 굴뚝을 높이도록 하거나 집중열공급 방식으로 바꿔 굴뚝을 하나로 통폐합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공장 굴뚝이 높이 올라갈수록 오염물질은 더 먼 곳에 떨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더 위협적인 것은 요령·하북·북경·천진·산동·강소·상해·절강으로 이어지는 중국대륙 동부해안에서 발생하는 산성비이다.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성비는 위도가 비슷하고 거리도 가까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황사의 이동경로를 연구해온 학자들에 따르면 이곳에서 뜬 공중귀신이 편서풍을 타면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이틀이면 한반도에 내릴 수 있다. 이는 ‘인접국 위험 가능성’의 배경에 대해 △분진방지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지만 아황산가스 제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여건상 석탄 생산량이 늘 수밖에 없다 △공업 발전 정책이 일본과 가까운 동부지역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부지역에는 큰 공장의 진출과 오염물질 확산으로 굴뚝 높이기가 진행돼 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曲국장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산성비는 높은 석탄의존도의 산물

 왕웬싱(중국환경과학연구소)의 논문 <중국의 대기오염과 산성비 형성에 대한 분석>등에 따르면 전국 공업생산량의 51%를 점유하고 있는 이 3市 5省의 황산화물(SOχ)배출량은 전국 배출량의 42%나 된다. 전국 성별 황산화물 배출량을 보더라도 산동·사천·강소·요령·하북 성의 순이고 1㎢ 당 배출량을 보더라도 상해·북경·천진 시, 산동·하북 성의 순으로 중국 5대 오염 성·시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도시 별로 보더라도(39쪽 지도 참조) 오염원이 얼마나 동부연안에 밀집되어 있는가를 확인할수 있다.

 산성비를 만드는 대기 오염물질은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NOχ)인데 그 비율은 보통 2대 1정도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발생하는 산성비는 그 비율이 15대 1로 압도적으로 황산화물이 높다. 이것은 중구에서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적은 반면에 석탄연소로 인한 황산화물 배출량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황산화물=산성비’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독특한 에너지 소비구조 탓인데 중국의 석탄의존도는 75%나 된다. 게다가 설비가 낡고 기술이 낙후한 탓에 에너지 이용효율이 낮아 석탄(원탄 기준 연간 10억9천만t)을 많이 쓰고있다. 그로인해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최근 5년간 연 5.4%씩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0년에는 아황산가스 배출량을 2천만t이내(91년 대비 23% 증가)로 머무르게 할 계획인데 이미 국장은 “2천만t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의 90년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미국 옛 소련 브라질에 이어 네번째로 지구 온난화에 책임이 큰 오염 배출원이다. 문제는 미국과 러시아의 배출량이 감소 추세인 반면에 중국의 배출량은 증가 추세라는 데 있다. 특히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개방과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있어 순위 역전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세계가 중국을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경제성장을 거의 전적으로 석탄에 의존하려고 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바로 그 곁, 공중귀신이 바람을 타면 하룻밤 사이에 올 수 있는 지척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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