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필요한 유엔 안보리
  • 앙드레 퐁텐느(<르 몽드> 고문) ()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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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유엔이 요즘처럼 자주 개입을 요청받은 적은 없었다. 유엔이 자신에게 맡겨진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즘처럼 애를 먹은 적 또한 일찍이 없었다. 냉전 시대에는 모든 일리 간단했다. 대부분의 안건이 거부권 행사로 말미앎아 사실상 거의 동결되었기 때문이다. 5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한국에 파병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소련이 이사회 모임에 불참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90년 5월31일 이후 이같은 관행이 자취를 감췄다고 하는 사실은 확실히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걸프전쟁 동안 확인할 수 있었다. 안보리가 이라크를 대상으로 여러가지 보족조처를 채택할 때 소련이나 중공은 이를 저지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라크에 대한 무력개입마저도 이의 없이 통과되었다. 그로부터 몇달후 안보리는 사담 후세인의 만행을 막기 위해 이라크에 무장병력을 파견하는 선례를 남겼다. 지난해 게릴라전과 기근으로 초토화된 소말리아에 대해 ‘희망 회복’ 작전을 허가한 것도 같은 발상에서였다.

 

92년 유엔지출경비 25억달러

 그렇지만 평화유지 작전은 유엔 자체의 힘으로 수행한 것이 아니다. 유엔은 다만 이를 허가했을 뿐이다. 현재 5만명이 넘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캄보디아(2만2천명) 옛 유고슬라비아(1만4천명) 레바논(5천9백명)에서 엘살바도르 앙골라 키프로스 이스라엘 카슈미르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퍼져 있다. 평화유지군은 영국 이집트 일본 케냐 파키스탄 인도 러시아 프랑스에서 보낸 병사가 대다수를 이루며, 스칸디나비아 국가나 캐나다 출신도 상당수에 이르지만 미국인과 독일인은 한명도 없다.

 이러한 작전을 수행하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92년 한해에만도 25억달러가 넘는 경비를 썼는데, 이는 91년에 집행한 경비의 다섯배가 넘는 액수이다. 그런데 이 경비의 상당 부분은 아직 지불이 끝나지 않았다. 또한 유엔 회원국들이 내야 하는 회비의 절반 이상이 아직 미납인 상태이다. 가장 미납액이 많은 나라는 미국(47%)과 러시아(27%)로, 이 두나라의  재정상태를 감안할 때 이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회비를 완납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개입이 언제나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면이 정도의 경비가 너무 비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불행히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일부 인사는 분쟁지역에서 무력에 따라 승자가 정해지도록 놓아두고, 유엔군은 철수시키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류를 반세기 가량 퇴보시키는 것과 다름없는 이같은 대응은 유엔측 입장에서나 국제사회 전체로서나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다. 이럴 경우 그리스 터키 알바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등 옛 유고슬라비아와 인접한 국가들은 자기네 동맹국을 지원하고자 할 것이며, 따라서 수세기에 걸쳐 발칸반도를 피로 물들였던 전쟁이 재발할 위엄성이 배로 늘어날 것이다. 유럽이나 옛 소련,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무력으로 국경선을 재조정하고자 꿈꾸어왔던 자들도 행동을 개시할 구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유엔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걷잡을 수 없는 전재의 소용돌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현명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즉 교전중인 양편 군사를 갈라 놓고 그들의 포병력과 공군력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군사작정을 수행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혹은 지스카르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프몽드)에 기고했듯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유엔 신탁통치 아래 두는 방법도 있다. 티토의 심복이었다가 5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와 갈라선 밀로반 질라스도 이 방법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두가지 가정은 유엔이 현재보다 훨씬 강화된 권한과 예상을 보장받지 못하는 한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현재 명문상으로만 존재하는 참모총장위원회를 활성화한다거나, 유엔헌장에 명시되어 있듯이 미주연합이나 아랍연맹 형식의 지역 재편서 기구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어쨌든 이제까지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시켜주던 주도권 체제가 붕괴된 현시점에서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시켜 주던 주도권 체제가 붕괴된 현시점에서 지구 곳곳으로 혼돈이 확장되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유엔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유엔 총회는 이미 2백국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 회원국 수 때문에 기능이 거의 마비되었으며, 상대적으로 안보리의 역할이 부각된다. 독일 일본 인도 브라질 등 적지 않은 국가들이 상임이사국 자리를 얻고자 동분서주하는 까닭을 쉽게  해할 수 있다. 한편 현 상임 이사국들이 그들만이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 쓰는 것 또한 쉽게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거부권 제도를 폐지하고 지구의 각 지역이 안보리에 상임대표를 두게된 다면 모든 일은 훨씬 순조롭게 풀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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