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도 ‘세포분열’
  • 파리ㆍ양영란 통신원 ()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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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ㆍ발론ㆍ브뤼셀 분리, 연방국가로 전환



 분리주의의 불길은 어디까지 번져나갈 것인가. 옛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의 민족분리 내전에 이어 벨기에에서도 분열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다.

 벨기에 의회는 지난 2월6일 단일 국가인 벨기에왕국을 플랑드르ㆍ발론ㆍ브뤼셀 등 세 지역으로 나누어 연방 국가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헌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모든 권한은 세 지역 자치정부와 의회로 이양되며, 연방정부는 국방 외교 재정 사법권만을 관장하게 된다. 벨기에 왕실 또한 연방의 대표자이자 구심점으로서 그대로 존속한다.

 벨기에의 현 집권당인 기독사회당연합은 91년부터 연방국가를 구성하는 것만이 벨기에를 분열로부터 보호하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표명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헌법개정안을 놓고 일부에서는 플랑드르와 발론을 완전히 분리시키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반발하고 있다.

 심심치 않게 유혈사태를 일으키는 이 두 지역 간의 갈등은 언어가 다른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벨기에 왕국은 영국과 프랑스의 협약에 따라 1830년 네덜란드말을 쓰는 플랑드르 지역과 프랑스어를 쓰는 발론 지역이 통합해 탄생했다. 이때 프랑스어만을 공용어로 채택한 데에서 분쟁의 불씨가 생겼다. 이후 벨기에 역사는 숫적으로는 우위에 있으나 경제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던 플랑드르의 언어 복권 투쟁으로 점철되었다. 1873년에는 법정에 한해 네덜란드어 사용이 허용되었고, 1898년에는 두 언어 모두 벨기에의 공식언어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자 정부는 1932년 브뤼셀을 제외한 전국을 단일언어 지역으로 선포했다가 1962년에는 다시 남과 북을 이등분하는 언어경계선을 설정했다. 즉 수도인 브뤼셀에서만 두 언어가 통용될 뿐 경계선 이북에서는 네덜란드어만을, 이남에서는 프랑스어만을 공용어로 사용하라고 법으로 못박았다. 이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지방자치권이 대폭 확대되었고 그후 수차례 헌법을 개정하며 조금씩 보강하여 오늘날은 4개 언어지역, 즉 플랑드르ㆍ발론ㆍ브뤼셀ㆍ독일어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현재 완전 분리를 지지하는 여론은 플랑드르인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개국 초기의 열세를 뒤엎고 인구로나 경제로나, 또 정치적 발언권에 있어서도 우월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플랑드르가 분리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들에 비해 소득수준이 낮은 (9:7의 비율)발론인이 세금은 적게 내면서 각종 사회보장 혜택은 더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역사ㆍ문화적 차원에서 플랑드르ㆍ발론 간의 반목을 설명하기도 한다.

 적지 않은 벨기에인은 “연방이냐 분리냐” 하는 문제가 통일유럽의 점진적인 실현과 더불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통일유럽이 추구하는 ‘유럽연방공화국’의 일원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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