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푼 덕에 경쟁력 높아졌다
  • 남유철 기자 ()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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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상품시장 개방 긍정평가 잇따라ㆍㆍㆍ“서비스 분야도 적극 추진해야” 여론

 

 새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 문제가 한국 경제의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새로운 통상 기구를 설치하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상공부나 외무부를 확대 개편해 통상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통상문제에 대한 이런 논의나 관심과는 다르게 우리에게는 통상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나 연구가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통상 마찰’이라는 개념조차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실정이다.

 외무부의 한 통상 관계자는 “언론은 ‘통상 마찰’이라고 표현하지만 한국이 정말 무역상대국과 통상 마찰을 일으킨 적이 있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한다. 이런 역설적인 지적은 한국의 통상 마찰은 그 대부분이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에 대한 한국의 ‘지연 작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ㆍ일 통상마찰처럼 동등한 경제수준을 가진 무역상대국 간에 발생한 무역정책상의 갈등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시장을 개방한다고 해서 꼭 미국만이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한국도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어차피 스스로 개방을 서둘러야 한다. 이 ‘경제 원론’에 이의를 다는 학자나 정책 결정자는 거의 없다. 다만 개방속도에 이의가 있고, 그 속도가 발생시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랐을 뿐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국제무역 환경은 이해집단 간의 이견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金基桓 전 한국개발연구원장은 “한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시장개방에 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공산품 시장은 물론이고 농산물과 금융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 시장까지 더욱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이렇게 하는 일이 일방적으로 미국에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모르지만, 우리 산업의 생산성과 국민의 생활수순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우리가 이에 대해 인색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이다.

 

개방 정도는 후발 개도국에 못 미쳐

 지난 80년대에 수입개방 정책을 주도했던 김 박사는 “아직도 국민들은 개방이 곧 피해를 준다는 의식에 젖어 있다”고 말한다. 시장 개방이 이루어지면 한국 기업은 내일 당장 다 쓰러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80년대에 개방정책을 펴기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80년대에 적극 추진한 상품시장 개방정책은 한국 경제를 결코 쓰러뜨리지 않았다. 최근에 나온 분석에 따르면 개방은 오히려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간 효율성을 증대시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韓弘烈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시장개방정책의 특징과 효과>라는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80년대에 한국이 추진한 수입개방정책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효율성이 증대했고, 개방으로 말미암은 경쟁 덕분에 비교적 비효율적인 한계 기업들이 도태됐다고 지적한다. 한연구원의 보고서는 시장개방이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일반 이론이 우리의 경우에도 결코 예외가 아님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보고서에 따르면 90년대에 들어 수입자유화율은 거의 모든 제조업에서 100%에 육박한다. 상품 시장만을 놓고 볼 때 우리의 시장개방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제적인 평가는 이와는 전혀 다르다. 세계은행이 지난 90년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후발 개도국보다 개방도에 있어서 훨씬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도표 참조). 이런 괴리가 발생한 이유의 하나는,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에 대한 외국의 평가와 한국 스스로가 생각하는 인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사회 관습이나 각 경제 주체들의 인식 그리고 각종 제도가 주요 장애임을 말해준다”라고 韓연구원은 지적한다.

 선진국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서비스산업전문화’ 현상은 선진국들의 시장개방 요구가 앞으로 서비스 시장에 집중될 것임을 예고한다. 우리의 서비스 시장은 아직도 문이 완전히 닫혀 있는 부문이다. 한연구원은 “상품 시장 개방 과정에서 취한 전략적 무역정책이 서비스산업에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에게는 통상기구를 설립하는 일보다 통상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시장개방에 대한 효과를 분석하는 일이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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