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이 ‘한반도 관리’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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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美 ‘랜샛’ 영상자료 받아 자연생태계 조사…최소분석 단위 면적 30㎡

 우리나라도 드디어 인공위성을 이용한 원격탐사기법을 환경관리에 응용하게 됐다. 환경처는 올 6월부터 인공위성에서 보내온 영상자료를 컴퓨터로 분석해 자연생태계를 조사하고, 이후 대기·수질·해양의 오염도 측정에까지 분야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환경처는 이미 조사반을 구성해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조사반에는 산림생태학자 2명, 식물분류학자 2명 그리고 유엔환경계획 화상분석전문가인 김영섭 박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 영상자료를 보내올 위성은 미국 랜샛(LANDSAT) 인공위성이다. 환경처는 한국의 지표면을 촬영한 랜샛 영상자료를 전송받아 국토를 체계적으로 조사·관리하는 데에 이용하게 된다.

 랜샛은 하루에 지구를 무려 14바퀴나 돌며 지구촌 구석구석의 영상정보를 쉴새없이 지상으로 쏘아보내는 인공위성이다. 환경처를 18일마다 자료를 전송받게 되는데, 랜샛이 18일을 주기로 한번씩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랜샛은 주로 농작물과 토지 이용, 그리고 자원탐사를 목적으로 한 환경위성으로 7백8km 상공에서 지구를 탐지한다. 18일마다 동일지점을 촬영하여 자연환경의 변화를 관찰하며 미국 일본 중국에 지상수신소가 있다. 이 지상수신소에서 화상을 분석·합성 처리하여 필름 또는 디지털테이프에 수록해 수요자에게 공급한다. 랜샛은 한번 촬영할 때 1백85㎢의 면적을 찍을 수 있다.

 이렇게 찍은 영상자료 1백85㎢ 면적당 가격은 약 4천달러. 13장이면 남한 전체의 면적이 다 드러난다. 환경처의 계산으로는 1년에 1억원이면 남한의 녹지자연도를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랜샛에 붙어 있는 감지기(카메라)는 최소분석 단위 면적이 30㎡이다. 그러니까 30㎡의 면적이 영상자료에서는 하나의 점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물론 10㎡ 이하인 첩보위성보다는 해상도가 떨어진다. 현재 유엔은 가로 세로 10m 이상의 해상도를 갖는 위성에 대해서만 자료의 교환 및 판매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처는 당장에는 전국의 식생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녹지자연도 작성에만 랜샛 영상자료를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랜샛 영상자료는 녹지자연도 제작에만 활용해도 비용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손익계산을 따져보면 여러모로 이문이 남는 장사인 셈이다. 환경처 申□□ 자연환경과장은 “아직은 준비단계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의 활용은 일단 유보해놓은 상태”라고 말한다.

1년에 1억원이면 녹지자연도 제작
 환경처는 지난해말 처음으로 녹지자연도를 완성했다. 86년부터 90년까지 제1차 자연 생태계 전국조사를 벌여, 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녹지자연도를 작성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50여명의 인원을 5년 동안 투입해서 얻은 고단한 성과였다. 예산도 13억원이나 소요됐다. 이 조사에서는 항공사진을 활용했으나 조사원이 일일이 항공사진을 들고 현장을 찾아가 식생군을 파악해야 했으며, 그나마 해석상의 어려움 때문에 정확한 지도를 만들지 못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환경관리시스템이 ‘수공업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이미 자원조사와 국토의 효율적 이용, 그리고 환경오염 측정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공위성에 의한 원격탐사 방법을 이용해왔다.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늦은 출발이기는 하지만 환경처는 요즘 랜샛 영상 자료 활용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원격탐사기법은 그만큼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녹지자연도를 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1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기존의 수작업에 비해 12억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 기간도 5년에서 1년으로 짧아질 뿐만 아니라 적은 인력으로도 가능하다. 그리고 인공위성 영상자료는 정밀도가 높아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며, 한 장의 사진에 다양한 컴퓨터 분석기법을 적용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또한 기술만 축적되면 선진국처럼 환경영향평가에서 전국 토지이용 계획, 수질 및 대기오염 측정, 농작물 작황 예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원격탐사기법을 활용한다. 미국에서는 오렌지농장에 대한 세금 추정의 근거로 인공위성 자료를 이용하기도 한다. 농작물 작황 예측 방법을 세금 매기는 데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오렌지 수확량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특정 시기를 택해 위성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세무서 직원이 그 위성 사진을 토대로 세금을 계산해

낸다. 예를 들면 오렌지농장의 한 지점, 즉 30㎡의 면적에서 오렌지가 20상자 나왔다고 치자. 세무서는 위성 사진으로 20상자가 나온 지점을 분석한다. 즉 위성사진에서 20상자를 수확한 지점에 대한 영상분석을 하면 그 지점의 특성이 ‘색채값’으로 나온다. 오렌지 농장 30㎡의 면적에서 20상자가 나오려면 위성사진에서 어떤 수치를 갖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수치를 기준으로 농장 전체에서 수확을 얼마나 올렸는지 정확히 추정해낸다. 물론 오차는 매우 적다.

 환경처에서 추진하는 원격탐사기법을 이용한 녹지자연도 작성도 바로 이런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랜샛이 보내온 자료를 컴퓨터로 영상분석한 후 지형의 특성을 분류한다. 그리고 컴퓨터에 의한 영상분석 자료에 기존의 항공사진과 지형도 등의 정보를 결합, 일차분류도를 작성한다. 일단 이 과정을 마치면 그때부터는 조사원이 발로 뛰어다녀야 한다. 일차분류도를 기초로 몇 개의 정기조사 지점을 선정, 랜샛이 보내오는 영상자료를 18일마다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이 결과는 다시 컴퓨터에 입력된다. 이런 과정을 수차례에 걸쳐 반복하다보면 자연환경의 변화추이를 추적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항공사진 의존단계에서 벗어났다”
 비록 원격탐사방법이 다시 한번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지만, 기존의 방법에 비하면 돈과 시간, 그리고 인력의 소모가 엄청나게 줄어든다. 이전에는 거의 전국토를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이제는 컴퓨터가 몇군데 지정해준 지점만 체크하면 되기 때문이다.

 원격탐사기술은 경제적 효과는 둘째치고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해 국내 학계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식,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왔다. 실제로 기상청에서는 구름사진 분석에, 한전에서는 원자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열수오염 분석에서 실용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석기술이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태이다. 과학기술연구원 시스팀공학센터 양영규 박사는 “우리나라 원격탐사기술은 기초 연구 단계이며, 이제 막 타당성을 타진해보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양박사는 “환경처가 계획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화상분석 소프트웨어까지 수입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적어도 항공사진에 의존하는 단계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한다. 환경처는 올 6월부터 녹지자연도 작성에 원격탐사기법을 사용할 계획이지만, 당장 전국토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삼림 모양이 다양하고 색상구분이 뚜렷한 지리산 국립공원을 표본지역으로 정해 기술상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랜샛은 미국이 72년 7월 처음으로 지구궤도에 쏘아올린 이후 많은 나라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왔다. 현재는 4호 5호가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 자연생태계 파악뿐만 아니라 일기예보 지하수개발 해양연구에 이르기까지 활용범위가 넓어, 관련 학계에서는 환경처의 랜샛위성 자료를 공동으로 이용하기를 바란다. 랜샛은 프랑스 스폭(SPOT) 위성과는 달리 자료의 공동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공동이용을 하려면 환경처가 빠른 시간 안에 분석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환경처의 목표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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