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섹스는 자유 아닌 질곡이다”
  • 박성준 기자 (snype0sisapress.comkr)
  • 승인 1999.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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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섹스주의자들에게>펴낸 김상태씨 / 성 담론 모순 꼬집어

마광수 · 하일지 · 장정일 · 박일문 등 내노라 하는 작가들을, 자신이 고안한 ‘퇴행의 시니피앙’이라는 개념으로 싸잡아 비판해 언론의 눈길을 모았던 ‘좌파 문화 평론가’ 김상태씨(36)가 또 한번 등장했다. 이번에는 자유주의자들의 성(性)관념을 거침 없는 독설의 포문을 연 것이다. 사회과학 출판사 ‘이후’에서 최근 펴낸 <프리섹스주의자들에게>를 통해서다.

 ‘섹스에로의 자유 · 섹스로부터의 자유’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성 담론의 잘못된 대중화’를 꼬집은 그의 첫 책 <1990년대 한국 사회, 섹스라는 기호를 다루는 사람들>(새물결 · 1996년)의 연장선 상에 있다. 일부작가 · 문학 작품에 국한했던 김씨의 성 담론 비판은, 이번 책을 통해 문화계 또는 지식계 전 지평으로 확대되었다. 또 하나, 그는 새 책을 통해 좌파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당파성’을 가차 없는 자유주의 비판을 통해 입증하고자 했다.

 김씨는 새 책에서 ‘프리섹스’라는 구호로 포장된 자유주의자들의 성 담론이 진정한 뜻에서 ‘대중성’과 ‘진보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씨가 파악한 성적 자유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공통된 담론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목이 마르면 콜라를 마시듯 섹스는 부담 없이 즐겨야 한다는 것 △매매춘은 개인의 의지에 따른 사적 행위이므로 강제가 없는 한 문제 될 것이 없으며, 비디오 테이프와 같은 포르노 매체는 자유롭게 유통 · 소비되어야 한다는 것 등 크게 두가지이다.

 김씨는 이같은 자유주의자들의 성 관념이 대중을 ‘성적으로’더 초라하거나 불평등한 존재로 몰아간다고 비판한다. 성 욕망을 이른바 ‘타입화(化)’하여 대중을 ‘건강하고 자유로운 성생활’로부터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요컨대, 김씨는 이처럼 자유주의자들이 만들어놓은 ‘모조품 욕망’에서 탈피할 때 성적 욕망은 비로소 ‘변태’가 아닌 ‘지극히 자연스럽고 건강한 욕망’이 된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이른바 진보진영의 일원으로서 <현장에서 미래를>이라는 잡지 등에 글을 쓰며 운동을 계속해 왔다. 그런 그가 최근 몇 년간 ‘엉뚱하게도’입만 떼면 성을 얘기해온 데에는 나름의 문제 의식과 전략이 숨어 있다. 그는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성 모순은, 체제 모순을 가장 일상적으로 실감케 하면서도 가장 철저하게 숨기고 있는 영역으로, 정말 대중적인 언어로 논의해야 할 주제다”라고 말한다. 바로 그 때문에 ‘민중 · 민주운동 진영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도 누군가는 해야 했던’ 틀거리 마련 작업에 외람되게 자신이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씨의 다음 목표는 ‘지식인의 글쓰기’다. 김씨는 “이 작업을 통해 진보를 가장한 지식인의 위선을 확 까발리겠다.”라고 전의를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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