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사업의 두 얼굴
  • 소성민 기자 ()
  • 승인 1999.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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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벌이 · 고용확대 · 세수 증진에 기여. 내국인 개방 부작용 논란

카지노처럼 두 얼굴을 가진 사업도 드물다. 고용과 소득을 창출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관광 사업인 동시에, 범죄와 가정 파탄을 야기하는 도박 사업이기도 하다. 생산과 파괴라는 두 얼굴을 함께 지닌 모순된 사업인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각국 정부가 카지노 사업을 허가하거나 직접 운영하는 것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마약을 주사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더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려고 부작용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일을 벌이는 셈이다.

한국의 카지노 사업은 67년 첫 출발부터 오늘날까지 ‘외화 획득’이라는 일관된 목표에 따라 허용되어 왔다. 97녀 11월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 들어간 이후 카지노 사업은 더욱 빛을 발했다. 외화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98년 한 해 2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벌어들여 효자 산업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카지노 사업은 외화를 벌얻ㄹ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최근 발간된 <카지노 산업의 이해>(이충기외 · 일신사)에 따르면, 외국인 카지노 이용객이 쓰고 간 비용(직접 수입)은 2천8백61억원(2억4백50만 달러)이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간접 효과와 유발 효과까지 합한 총 생산 파급 액은 7천2백42억원에 달했다.

거기에 전체적인 소득 파급 액이 1천3백84억원, 부가 가치 파급 액이 3천8백33억원, 간접세 파급 액이 5백32억원이 이르렀다. 또 카지노 사업이 가져다 준 고용 창출 효과는 2만8천6명이나 된다.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빠듯한 나라 살림에 크게 기여했던 것이다.

카지노에 외국인 1명 오면 TV 2대 수출한 셈
반면 98년 카지노 사업의 수입 파급 액은 4백11억원에 머물렀다. 그야말로 ‘말로 받고 되로 주는’짭짤한 장사를 한 셈이다.

카지노 사업이 얼마나 ‘남는’ 장사인지 다른 산업과 비교해 보면 더욱 이해하기 쉽다. 98년 카지노 이용객 1인당 평균 소비액은 2백97달러. 같은 기간 수출 산업의 제품 가격을 보면 반도체(4메가 D램) 1개가 12.6달러, 텔레비전(14인치 컬러)1대가 1백49달러, 소형 승용차(엑셀) 1대가 5천2백16달러였다.

외국인 관광객 1명이 한국의 카지노를 찾을 경우, 반도체 24개와 컬러텔레비전 2대를 수출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나타났다는 뜻이다. 카지노 이용객 18명을 유치하면 소형 승용차 1대를 수출한 것과 같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수출 대체 효과만 계산했을 때 그러다는 것이다. 외화 가득률(83쪽 가운데 표 참조)까지 감안하면 카지노의 산업적 효과는 더욱 커진다. 98년 한 해 한국의 카지노 사업이 거둔 외화 수입은 반도체 3천8백70만개, 컬러텔레비전 2백14만대, 승용차 4만6천대를 수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했다.

이충기 교수(동국대 · 관광경영학부)팀이 각 산업의 연관성을 토대로 카지노 사업의 경제 효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카지노 사업은 24개 산업 분야 가운데 생산(15위) · 소득(8위) · 고용(3위) · 부가 가치(7위) · 간접세(3위) · 수입(4위)에서 거의 상위권을 기록했다. 카지노 사업이 특히 고용 확대와 세수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카지노 사업이 촉진하는 도시 개발 효과 또한 지나칠 수 없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네바다 주 메마른 사막 지대에 건설된 라스베이거스 시와 뉴저지 주의 폐광 지대였던 애틀랜틱 시는 카지노가 들어선 덕에 살아난 지역들이다. 호주의 멜버른이나 시드니 같은 경우에는 도시 재개발 사업에 드는 엄청난 재원을 카지노 사업을 유치해 해결했다.

이상과 같은 긍정적 효과는 어디까지나 관광 산업 측면만을 강조할 때 그러하다. 도박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카지노 사업에는 도박 중독증 · 가정 파탄 · 기업 도산 · 자살 · 청소년 도박 · 어린이 방치 · 고리대금업 · 매춘 · 강력 범죄 · 조직범죄 · 돈세탁 등 숱한 부작용이 점철되어 있다.

각종 부작용으로 사회적 비용 많이 들어
한국에서 카지노 사업이 별다른 부작용 없이 3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이유는 전적으로 외국이만을 대상으로 영업한 덕분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67년 8월 인천 오림포스 호텔, 68년 3월 서울 워커힐 호텔에 차례로 카지노가 들어섰을 때는 내국인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당연히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카지노에서 근무했던 이들의 회고에 따르면, 영업장 입구에는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 이들의 가족이 몰려와 항의했다. 회사 공금까지 횡령해 카지노를 찾는 직장인이 늘어나자, 내국인 출입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카지노 사업이 당초 취지와 어긋나게 국가 경제를 좀먹는 독버섯이 되자, 정부는 69년 6월 내국인을 상대로 한 카지노 영업을 금했다. 서울 워커힐 카지노에 따르면, 내국인이 카지노에 출입하지 못하게 된 시기는 72년 3월이다.

67~72년 내국인이 카지노를 들락거렸던 때의 실태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내국인이 카지노에 출입하게 되면 빚어질지 모를 부작용에 대한 분석을 주로 외국 사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강원랜드가 동국대 관광산업연구소에 용역 의뢰한 ‘스몰(small) 카지노 운영 방안 및 사회적 부작용 최소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는 카지노 사업이 야기한 부작용 사례가 많이 담겨 있다.

보고서 ‘스몰 카지노...’에 따르면, 도박 중독자 대부분은 주변 사람 6~12명에게 피해를 준다. 도박 중독자들은 사기 · 횡령 · 범죄 등으로 경찰력 증가 · 법원 및 교도소 비용 증가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보고서에는 도박으로 1달러를 쓸 때마다 사회적 비용이 3달러 증가한다는 전문가 주장도 실려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경우에는 주민 10만5천~18만2천 명이 도박과 관련해 고통 받고 있는데, 그 사회적 비용은 16억 달러를 훨씬 넘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미국 미시시피 주립 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난한 계층일수록 도박에 지출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카지노 부근에 사는 미시시피 주민 가운데 연간 소득 만 달러 이하인 사람이 도박에 지출하는 비중은 소득의 10%, 만~2만 달러인 사람 4%, 4만 달러 이상인 사람 1%였다. 이는 가난한 서민일수록 도박으로 크게 타격받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처럼 부작용이 크지만 95년 ‘폐광 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카지노에 내국인 입장이 허용되었다. 단 강원도 정선군 1개 지역에 한해 허가되었으며, 특별법 시효도 일단 2005년까지다.

탄광촌 카지노, 경제 효과 논란 계속 될 듯
내년 8월 개장할 목표로 지난 9월 초 공사에 들어간 주식회사 강원랜드의 스몰 카지노에는, 30여 년 만에 내국인 입장이 다시 허용된다.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이 최대 주주인 강원랜드는 실질적 공기업으로서 ‘국가 공인 도박’의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어 부작용 최소화 방안을 연구하도록 외부에 의뢰한 것이다.

하지만 치안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 출입을 통제하는, 또 도박 중독증 치유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따위의 방안말고는 부작용을 줄일 뾰족한 대안이 없다.

국민회의 김경재 · 이규정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사ㅚ적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보고서를 보니, 결국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비판하면서, 문화관광부장관에게 이제라도 강원랜드에서 카지노 사업을 제외할 용의가 없는지 물었다. 하지만 오픈 카지노 사업은 이미 공모주까지 발행한데다, 사업 계획을 철회할 경우 폐광 지역 주민의 반발을 무마할 방법이 없다.

카지노가 내국인에게 개방되면서 그 경제 효과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다시 만 달러 아래로 추락한 현실에서, 경제 효과와 사회 비용 두 축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릴지 판단하기 이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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