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도쿄. 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199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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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과의사 와타나베의 <조식 유해서> 파문 … 영양학자들 “반드시 먹어야” 반론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몸에 좋은가, 해로운가. 일본에서 요즘 아침 햇살보다 더 뜨거운 ‘조반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이 논쟁에 불을 지핀 이는 도쿄에서 내과병원을 운영하는 와타나베 쇼(77)씨다. 그는 얼마 전 펴낸 <조식 유해설>이라는 책에서 ‘인간은 하루 두 끼로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으므로 아침 식사를 거르면 몸에 해롭다는 생각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와타나베 씨는 또 ‘사람들이 대체로 아침에 식욕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침 식사를 하면 몸의 리듬이 이상해지고 위장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게 되어 몸에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침 식사가 해롭다고 주장한 와타나베 씨 자신은 50년 전부터 아침 식사를 걸러 왔다고 한다. 그의 자녀 3명도 아침 식사를 먹지 않고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히 요즘 일본에는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많다. 대다수 직장인은 출퇴근 거리가 길어 아침에 일어나 가족과 함께 차분히 식사할 여유가 없다. 접대 일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경우는 더더구나 그러하다. 허둥지둥 전철을 타고 나와 회사근처 우동 집에서 아침을 때우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본 젊은이 사이에도 아침을 거르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가고 있다. 후생성의 국민 영양 조사에 따르면, 초 · 중 · 고등학생 때부터 아침을 거르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 20~30대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침에 식욕 부진은 몸이 음식 거부하는 증거”
게다가 주 2~3일 이상 아침을 먹지 않는다는 사람이 20대 남성의 45%, 30대 남성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대 남성의 26%는 거의 매일 아침을 먹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날씬해지려는 욕구 때문에 일본의 젊은 여성 중에는 아침은커녕 하루 한 끼만 먹는 사람도 많다. 그것도 동네나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산 간단한 도시락이나 과자류가 고작이다.

일본의 유명인사 중에서도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 많다. 올해 예순 살인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은 40년 전부터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 조찬회가 열리면 어쩔 수 없이 아침을 들지만 그 대신 반드시 점심을 거른다.

다테이시 노부오 오무론 전기 회장도 아침을 거르는 방법으로 건강을 유지해 왔다. 그는 돈을 들이지 않고 극히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법이 아침을 먹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와타나베 씨의 책은 이 같은 ‘아침 거르기 현상’을 밑바탕으로 깔아 가면서 자신의 조반 유해설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는 일본인의 조반 습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침에 식욕이 없는 것은 몸이 음식을 원하지 않는 증거다. 옛날 농민은 아침 일찍 일어나 농사일을 한 뒤 낮 무렵이 되어서야 아침 식사를 들었다. 일본인이 하루에 세 끼를 먹게 된 것은 에도 시대 이후부터다. 그때까지 일본인은 오랜 세월 하루 두 끼로 살아 왔다.’

와타나베 씨는 만약 아침 식사를 드는 것이 몸에 좋다면 건강 붐이 일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아침을 먹는 사람이 늘어나야 하는데 반대로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아침 식사가 대다수 인간의 생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와타나베 “아침 식사 대신에 생수 마셔라”
일본의 영양학 전문가들에 다르면,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면 간밤부터 오랜 시간 영양을 보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원인 부도당(糖)의 혈중 농도가 내려간다. 사람의 뇌는 당 이외에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전의 뇌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아침 식사가 불가결하다.

이에 대해 와타나베 씨는 “아침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는 지난밤의 식사로도 충분하다. 아침에 당이 부족하다 해도 간장과 근육에 축적된 글리코겐이 필요에 따라 분해되어 혈액에 들어가 혈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게다가 오랜 시간 당분을 섭취하지 않을 경우 뇌는 부도당 대신 간장에서 지방을 분해해 생긴ㄴ 케톤 체라는 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아침 식사를 하지 않으면 축적된 지방을 태우기 때문에 비만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반박했다.

분명히 아침 식사를 거르면 단식 효과가 있다. 그러나 아침을 먹는데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습관을 바꾸면 대단한 고통이 따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와타나베 씨는 조반을 거르는 대신 생수를 마셔라고 강력히 권한다.

그에 따르면, 하루 2ℓ씩 물을 조금씩 마시면 전신의 신진 대사가 좋아져 젊어지고 혈압이 내려간다. 또 변비를 낫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는 점심과 저녁 식사 때는 야채를 날것으로 많이 섭취하라고 권한다.

그러면 배출 기능이 강화되어 장내에 축적된 만병의 근원인 숙변(宿便)이 일소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조반을 뺀 1일 2식 습관에 덧붙여 냉수탕과 온수탕을 번갈아 드나드는 냉온수욕을 거르지 않고 척추의 왜곡을 시정하면 병에 강한 체질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건강법은 이전부터 ‘니시(西)식 건강법’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와타나베 씨의 조반 유해설이 출판되어 화제를 모으자 일본의 영양학자들이 발끈했다. 그의 책이 영양학의 상식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한 영양학자는 와타나베 씨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아침을 거르면 간장이 글리코겐을 분비한다. 그러나 이것은 수 시간 내에 소멸한다. 반면 투쟁 호르몬인 노르아드날린이 교감신경에서 동시에 분비되기 때문에 아침을 거르면 신경질을 부리게 되거나 침착성을 잃기 쉽다. 케톤 체는 몸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만 뇌의 활동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몸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는 또 아침을 거르는 대학생이 아침을 먹는 대학생보다 백점 만점 테스트에서 평균 4.2점이 낮았다는 결과를 제시하면서, 와타나베의 조반 유해설은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는 낡은 건강법이라고 공격했다. 그에 따르면 요즘 젊은이가 아침을 거르는 것은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생활 스타일 변화 때문이지 건강을 위해서 그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침 식사로는 두부 · 된장 · 달걀이 좋아
세계 제일의 장수국이 일본이다. 그런 일본에서도 오키나와는 일본 제일의 장수촌이다. 그러나 오키나와 농가에서는 조식을 거르기는커녕 하루에 네다섯 끼를 먹는다. 영양학자는 이 같은 실례를 들어가며 매일 아침을 드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떤 아침 식사가 좋은가. 전문가들은 뇌의 에너지원인 당질의 대사를 높인다는 의미에서 두부 · 된장국 · 달걀 · 치즈 같은 양질의 단백질 음식을 권한다. 변비를 방지하는 야채는 비타민과 미네랄의 공급원이 되므로 함께 드는 것이 좋다.

공방을 지켜보면 와타나베 씨나 영양학자들이나 모두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예컨대 일본의 국기인 스모계도 둘로 갈라져 있다. 스모 선수는 체중이 대개 200kg이 넘는 거구이다. 하루에 두 끼를 먹는 대신 엄청난 양을 먹어치운다. 아침 연습을 끝내고 한 번, 저녁에 한 번이다. 와타나베씨는 스모계의 오랜 전통인 ‘1일 2식제’를 예로 들어가며 스모 선수가 아침을 먹지 않고 연습하기 때문에 아침 연습에 힘이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스모 선수에게 아침을 먹이고 연습시키는 팀이 늘고 있다. 연습 전에 아침을 먹이는 것이 선수의 건강에 플러스가 된다는 검사 결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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