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공개 ‘찬바람’ 집권당 휘몰아친다.
  • 서명숙·조용준 기자 ()
  • 승인 200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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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 등 대변혁 서곡…1차 ‘관심’ 대상 20여명

朴孃實 보사부장관의 ‘부동산투기설??이 새로이 불거져나와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든 지난 6일. 김대통령은 민자당 당무위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치해 임명장을 수여한 뒤, 구내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메뉴는 설렁탕. 이 자리에서 당무위원들은 뜨거운 국물을 들이켜면서도 등줄기에 서늘한 한기를 느껴야만 했다. 앞으로 민자당에 불어닥칠 ??개혁풍??을 몸으로 감지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인사 파문에 대해서는 짤막하게 언급한 뒤 “변화와 개혁을 통해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계속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겠다. 정치권의 개혁 없이는 개혁이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중진급 인사는 ??인사 파문으로 개혁 속도나 시기를 조절할지도 모른다는 일부 관측은 완전히 빗나간 것 같다.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개혁 고삐를 죄기 위해서라도 집권당에 대한 개혁을 더욱 강하게 추진할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한다.

“혁명적 상황 몰고올 것??

민자당 국회의원이나 당무위원 들이 정작 위기감을 느끼는 대목은 이미 코 앞에 닥친 재산 공개 문제이다. 재산 공개는 정치권 대변혁의 서곡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몸담은 인사들은 “정치인들의 재산 공개가 가히 혁명적인 상황을 몰고올 것??이라는 예상에 공감을 표시한다.

우선, 정치인들의 재산 공개는 재산 형성과정이 불투명한 재력가나 일부 비위 정치인들에 대한 ‘단죄?? 성격을 띤다. 3공 시절부터 정치권에 몸담은 인사 가운데 그동안 파행적인 정치자금의 흐름이나 이권?특혜에 힘입어 수백억원대에서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재산을 축적한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되었다. 재산 공개 문제가 정치권의 ??물갈이??와 직결된다고 예측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설혹 축재 과정이 떳떳하다 해도 재산이 너무 많은 경우 국민의 정서적 반발에 부닥치기 쉬운 마당에 축재 과정마저 불명확하다면 정치 생명에 치명적이다. 그동안 국회의원의 재산 등록만 명시해놓은 국회법을 개정해 재산 공개를 의무사항으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도 이를 정치권이 계속 묵살해온 까닭은, 재산 공개를 제도화하는 것 자체가 자기들 목에 스스로 칼을 들이대는 형국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둘째, 재산 공개는 정치인들의 이권 개입을 근본적으로 봉쇄한다. 만약 정치인들의 재산 공개가 의무화되면 출처가 불명확한 재산은 감사원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사정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므로 감히 부조리에 접근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셋째, 재산 공개는 공명선거 문화를 크게 진작시킬 수 있다. 지난 총전에서도 일부 의원은 30억원쯤을 선거자금에 쏟아부었다. 이들이 이토록 엄청난 자금을 선거에 쏟고도 금배지를 달려고 하는 까닭은 경제학적으로 말해 투자와 이익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30억원을 써도 일단 당선되기만 하면, 그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대가가 돌아오기 때문에 ‘마음 놓고?? 엄청난 선기비용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재산 공개로 인해 돈을 쓴 만큼 나중에 건질 수가 없으므로, 적어도 돈으로 인한 선거과열 현상은 없어지게 된다. 또한 민의 대변자로서 자질을 겸비하지 못한 사람이 오직 재력으로 선거를 치를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민자당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이 문제에 대한 불평과 걱정을 털어놓는다. 특히 재산 공개 문제가 권력장악을 둘러싼 민자당내 계파간 갈등과 직결되는 사안이라서 그 파장은 더 심각할 듯하다. 민정계의 한 핵심 의원은 “혹시나 재산 공개를 빌미로 이 기회에 민정?공화계 핵심을 다 솎아내려는 속셈이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그 의도를 경계한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여당만 공개하면 앞으로 선거전에서 야당 의원들만 카드를 다 드러내는 셈인데, 도대체 어떻게 선거를 치르라는 말이냐는 불평이 많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민주계 의원의 태도는 1백80도 다르다. 중진 ㄱ의원은 “재산을 공개하면 다음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것은 기득권자의 허구 논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야당보다 깨끗한 민주당에 표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지구당을 없애고 중앙당 기구를 지금 거론하는 규모보다 더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산 공개가 여권 인사에게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의 재산 공개가 대세로 정착하면 야당 의원들도 이를 기피하기 힘들다. “여당도 하는데 하물며 야당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10억대 넘는 재산을 가진 사람은 전국구를 제외하면 극소수인 것이 야당 의원의 현실인 만큼 오히려 유권자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재산에 관한 한 여당과 야당의 편차가 워낙 큰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야당의 경우 재산 공개에 따른 부담은 소계보를 이끄는 중진 의원에게 돌아간다. 여당에 기업의 정치자금 지원이 줄어들면 야당에는 이런 혜택이 거의 없게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야권 일부에서는 재산 공개를 ??야권 탄압??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재산 공개를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면서 민자당 일부 핵심 의원들의 재산 규모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수십년 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단 한번도 재산을 제대로 공개한 일이 없는 ‘실력자??들이 과연 얼마나 재산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朴浚圭 국회의장, 金鍾泌 대표, 金在淳 전 국회의장 같은 원로급과 金潤煥 李漢東 徐廷和 羅雄培 鄭在文 李承潤 吳世應 朴俊炳 金宗鎬 朴世直 琴震鎬 具滋春 兪學聖 鄭順德 權翊鉉 鄭石謨 李源祚 의원 등 1차 관심 대상인 중진급만 2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다 사업체를 운영했거나 운영하는 朴在鴻(동양철관) 金文起(상지학원) 崔燉雄(경월소주) 金東權(쌍마섬유) 李昇茂(봉명그룹) 吳長燮(대산건설) 李鉉帥(유진실업) 의원과 경영인 출신인 李相得(코오롱) 李明博(현대건설) 형제 등도 얼마만큼 재산을 공개할지 주목거리다.

현재 정치인으로서 재산 취득 과정이 불명확하다고 의심받는 인사는 5·6공을 거치며 정치자금에 관계한 ㄱ·ㅇ 의원, 서울시내에 금싸라기 땅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ㅂ·ㅇ 의원, 야당 출신 ㅇ의원, 전·현직 고위 당직자인 ㄱ의원 등 1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은 1차적 검증 대상이 된 것을 뿐 앞으로 검증 대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 또한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김영삼 대통령의 재산 공개 의지가 워낙 확고한 것으로 전해져 민자당이 과연 어떤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군살 빼기 돌입…당직자 8백명 방출 계획

한편 중앙당 당직자들은 찬바람이 도는 개혁풍을 이미 체감하고 있다.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은 1천7백명이나 되는 사무처 직원을 거느려 왔다. 민정·민주·공화당 사무처 직원이 모두 한집에 모여 계파별로 ‘나눠먹기??를 한 결과다.

지난 1일 발족한 민자당 당무개선협의위원회는 이미 1천7백명에 이르는 유급 당직자 가운데 8백명을 방출하는 최종안을 확정하고, 대상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공룡 군살 빼기??는 일단 정치권 외곽의 큰 호응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비대해진 중앙당의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개혁의 우선 과제??라고 지적해 왔다. 김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에 따르면, 대통령선거 직후부터 취임 전까지 당시 김차기대통령과 독대한 학계?언론계 인사들이 가장 많이 제기한 문제도 바로 ??비대한 중앙당부터 먼저 개혁하라??는 주문이었다고 한다.

한편 김대통령을 만난 학계 인사들 상당수가 정치인력과 정치자금을 원칙적으로 줄이는 대안으로 상설 지구당을 없애는 방안을 강력히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민자당 당무개선협의위원회는 상설 지구당 대신 지구당을 선거 때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거나 시·도 지부만 남겨두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중이다. 상설 지구당 폐쇄는 선거구제라는 제도 문제와 맞물리는 것이어서 쉽사리 단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1등만 당선되는?? 소선구제가 유지되는 한, 지구당위원장들은 어떤 변형된 형태로든지 하부 조직을 유지하려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항은 국지적인 양상일 뿐, 정치권 전반을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개혁풍은 이미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치인 차례 : 6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는 민자당 당무위원들. 이들 중 상당수가 자기들의 정치 생명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재산 공개??를 앞두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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