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에 걸맞는 얼굴들인가
  • 박권상(편집고문) ()
  • 승인 200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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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시대를 이끌던 사람들이 문민시대 신한국의 간판이 되어서야 국민이 어찌 믿고 따르겠는가.??



김영삼 대통령은 ‘신한국 건설??이라는 테제를 내걸었다. 부정부패 척결을 지상과제로 제시하고, 윗물맑기 운동에 솔선수범해 스스로 재산을 공개하였으며 정치 헌금을 일절 안받겠다고 선언하였다. 악명 높은 ??안가??를 폐기하였고 청와대 앞길을 개방하는 등 눈부신 변화의 신호탄을 올렸다. 정치 자금법 정당법 선거법 들을 고쳐 돈 안드는 정치를 구현한다는 진지한 결의도 보였다. 무엇보다도 이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일소하여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이루고, 땅에 떨어진 도덕을 일으켜 세워 다시는 ??정치적 밤??이 없을 것이라는 비전도 제시하였다.

자격 없으면‘윗물맑기 운동??에서 물러나야

나는 김대통령의 선언이 명실상부하게 실천되어 이 땅에 민주주의가 꽃 피고 정의의 화해가 충만하는 ‘신한국??이 빨리 구현하기를 열망한다. 그러나 정부 지도자들이 앞장서 맑고 깨끗하고 밝은 사회를 이루지 않는다면, 국민이 따르고 국민이 힘을 모아 가혹한 국제경쟁을 이겨낼 수 없고 다가오는 민족 통일을 성공적으로 맞이할 수 없다.

그런 뜻에서 정부 지도자들 가운데 대통령이 제기한 윗물맑기 운동에 동참할 자격과 결의가 없는 자라면 주저없이 자진해서 정부 고위직에서 물러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 점, 박희태 법무부장관의 딸 편법입학 사건이 보여준 부도덕과 김상철 서울특별시장의 그린벨트 형질변경, 그리고 박양실 보사부장관의 땅투기 행각은 김대통령의 개혁노선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폭발적인 여론의 거센 압력 앞에 무릎을 꿇고 물러갔다. 아니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이 기회에 대통령을 보필하는 국무위원이나 민자당 간부 등 정치인이라면 다음 몇가지의 자격조건에 스스로 적합한지 진지하게 자문자답해야 할 것이다.

첫째, 과연 재산축적과 관련하여 천지신명에 맹세코 부끄러운 과거가 없는가를 스스로 저울질해야 한다.

곧 공개할 재산 명세서가 진실이고, 그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서약할 수 있는가를 따지고, 스스로의 경력에 비추어 상식을 넘는 재산이라면 재산축적 과정에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할 수 있어야겠다. 떳떳이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설 수 있는가를 스스로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 도덕적으로 국민 앞에 떳떳하고 추호도 꿀리는 일이 없는 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박희태 전 장관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입만 열면 애국애족을 소리높인 집권여당의 입이었는데 분명히 ‘외국인??아닌 자기 딸이 미국의 속지주의 덕분에 미국 국적을 가졌다는 것을 기화로 외국인 신분으로 명문대에 ??편법??입학시키는 행동을 한다면 무슨 낯으로 ??신한국??의 최고 법 집행자로 일할 수 있겠는가.

정치인이 곧 성인군자일 수는 없다. 그러나 새 나라를 건설하고 지도하는 국무위원으로 적합할 수는 없다. 모든 국무위원은 가슴에 손을 얹고 ‘수신제가??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지 겸허하게 따져 보아야겠다.

셋째, 정치적 신조나 정치적 경력에서 정정당당하고 남의 시범이 될 수 있는가를 헤아려야겠다. 바꿔 말해, 현저한 반민주적 경력이 없었는가를 곰곰이 따져보고 진퇴를 가려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문민시대??를 이끄는 정부다. 그렇다면 군사독재 시대에 큰일을 맡았던 사람이 어떻게 문민시대 신한국의 얼굴이 될 수 있겠는가. 김대통령이 구상하는 신한국은 분명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나라를 뜻한다. 그 스스로 30년 만에 마침내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가 수립되었다고 말하였다. 김영삼 정부가 ??6공의 연장??일 수 없고, 이 정부를 5공과 관련짓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흠집투성이 인사, 도덕성 잣대로 바로잡을 때

그렇다면 군사독재의 5공 치하, 그것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이 절정에 달했을 때 독재의 칼을 휘두른 공안 기관의 책임자들이었다면, 어떻게 신한국의 새 얼굴이 될 수 있을까. 박종철 사건 당시 내무부라든가 안기부의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이라고 해서 신한국 건설에서 반드시 배제해야 할 것까지는 없겠으나 그들이 신한국의 간판 인물이 되어서야 어찌 다수 국민이 믿고 따르겠는가.

김대통령이 불법 부정부패한 사람이라든가 도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람, 그리고 민주화라는 대의명분상 내세우기 어려운 인물을 고위직에 포함시킨 것은 대통령 스스로 천명한 개혁 노선에 어긋난 실수였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실수나 잘못은 마땅히, 그리고 시각을 다투어 시정해야 한다.

우선 당간부 국무위원 등 고위 정치직을 맡은 인사들은 스스로 자기가 신한국의 새 얼굴로서 흠 없이 맑고 깨끗하고, 시쳇말로 ‘참신??한 사람인지,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스러운 존재인지를 가름하는 도덕성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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